#24. 마법사와 사하라의 나라

인생이 다 그렇지 뭐

by 조르바


산티아고 순례길을 끝내고 마드리드로 가는 비행기 표 가격을 봤다. 5유로라고 적혀 있었다. 오류겠거니 하고 새로고침을 눌렀다. 5유로 그대로였다. 산티아고 - 마드리드행 비행기가 5유로. 약 6천 원. 냉큼 비행 편을 끊어버렸다. 6천 원을 내고 비행기를 타다니, 유럽에서는 종종 있는 일일까?


마드리드 또한 두 번째 방문이었다. 전에 왔을 때도 이곳은 무척이나 심심한 도시로 기억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아직 몰타로 가기까지는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마드리드에만 있지 말고 다른 나라를 찾아봤다. 스페인 근접 나라를 찾아보던 중 모로코를 발견했다. 그래, 여기다! 가야겠다고 생각하니 내부에서부터 올라오는 짜릿한 소름이 온몸을 감싼다. 짜릿함의 결과는 충동구매였다. 이틀 후의 비행 편을 끊었다. 사하라 사막을 보고 싶었다. 아프리카라는 땅을 두 발로 직접 밟아 보고 싶기도 했다. 이틀 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모로코 탕헤르의 공항 밖을 나서자마자 손을 들고 THIS IS AFRICA를 외쳤다. 사실 모로코는 중동 쪽에 더 가깝긴 했지만 아프리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신비로움이랄까, 티비로만 보던, 상상 속에만 있던 아프리카라는 땅을 내가 실제로 밟았다는 것에 대한 흥분이었다.


모로코의 탕헤르, 셰프 샤우엔, 페즈, 마라케시, 그리고 메르주가를 여행했다. 인도의 조드푸르와 비슷한 블루시티인 셰프 샤우엔에는 마법사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마을 사람들이 많았다. 나와 여행지에서 만났던 친구들은 그들을 마법사라고 불렀다. 밤이 되면 모닥불이 자작자작 타고 있는 아늑한 통나무 집으로 들어가 각종 비커들을 사용해 약물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나오는 머랭 쿠키를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넓은 광장 아래 그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진짜 마법사들의 회담같이 보였다.


Morocco, Chefchaouen, 3 men in town square, Feb. 2016, 1397.jpg 귀여운 마법사 할아버지들
Men_in_Djellabas,_Chefchaouen_souk,_Morocco.jpg 마을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듯
469669.jpg 볼드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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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프샤우엔


마법사의 마을인 셰프 샤우엔을 떠나 사하라가 있는 메르주가로 향했다. 메르주가는 정녕 천국이었던가. 사하라 사막이 코앞에 보이는 숙소에서 매일 밤을 쏟아지는 별들과 함께 잠들었다. 그 별들을 어떻게든 사진에 담아 본다고 애쓰느라 새벽까지 숙소 사람들과 웃고 떠들었다. 우리는 저녁 놀이 질 시간이면 테라스에 모두 나와 붉게 물들어가는 사하라의 모래를 바라보곤 했다.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하며 아름다운 대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했다. 세상이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이렇게나 경이로운데. 우리는 무엇에 얽매이며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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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90918_10203909473297317_5393239363034909310_n.jpg 사하라의 새벽녘


밤이 되면 에어컨을 빵빵 틀어놓고 각자 찍은 사진을 가져와 베스트 사진 콘테스트를 열었다. 풍경이 열일하니 어떤 카메라로 찍어도 예술이 되었다. 배가 고파지면 그나마 요리를 할 줄 아는 제이크가 내려가서 모로코식 요리를 해왔다. 방 안의 공기가 텁텁해지면 선선한 사막 바람이 부는 테라스로 나가 다시 또 별을 올려다 봤다. 그때마다 별들은 노래를 불러줬다. 생택쥐 페리의 어린 왕자가 저 별 어딘가에 앉아 그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것 같았다. 우리도 날마다 이야기 꽃을 피웠다. 우리 멤버 중 한 여자아이에게 숙소 주인 아들이 대시를 했다고 한다. 자기에게 낙타 10마리가 있으니 같이 살자고. 대단한 재력이다. 서울로 치면 10개의 자동차를 가진 게스트하우스 사장 아들 정도 되는 것인가. 그나저나 낙타로 대시할 생각을 하다니 대단한데?


11일 동안 머물렀던 모로코를 떠나는 것은 너무나 아쉬웠다. 정들었던 어떤 나라가 그렇지 않겠냐마는, 셰프 샤우엔의 마법사 할아버지들과 사하라의 수많은 별들이 노래하는 그곳은 더욱 발걸음을 떼기 힘들었다. 마드리드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아쉬움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어둠이 내려앉은 사막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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