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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르바 Aug 27. 2020

#29. 삐끼 shake it shake it

인생이 다 그렇지 뭐



헤이 마이 쁘렌~


언제 봤다고 쁘렌이야 Shake it 들아..... (욕 아님) 

카이로는 첫째도 삐끼, 둘째도 삐끼, 셋째도 삐끼라는 말이 있다. 아니, 웃픈 소리로 다합을 제외한 이집트의 모든 관광지역은 삐끼와 사기꾼 천국이라고 한다. 이 말을 증명하듯 길거리에서 와이파이를 잡기 위해 핸드폰을 보며 조금만 얼빠져있어도 삐끼들이 귀신같이 알아채고 몰려온다. 한 놈도 아니고 두 놈 세 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몰려와 헤이 마이 쁘렌을 외친다. 인도에서도 많이 당했던 삐끼질이라 처음에는 여유롭게 응 안 사 ~ 응 안 타~ 하며 가볍게 넘겼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이 인간들이 더 끈질겨지는 게 아닌가? 피라미드 근처에 가게 되면 마치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 멀뚱멀뚱 서있던 삐끼들이 하나둘씩 좀비마냥 우리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들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방향을 오른쪽으로 튼다. 그럼 오른쪽에 서있던 삐끼의 레이더망에 걸려 또 다른 삐끼를 마주하게 된다. 이게 웃긴 게 지들도 삐끼가 아닌 척 딴청 부리며 걸어오긴 하는데, 한눈에 봐도 누가 삐끼인지 아닌지는 몇 번 경험하다 보면 다 알게 된다. 결국 다가와서 하는 말도 다 똑같다. 


헤이 마이 쁘렌 ~ 프리 포토, 프리 포토! 카멜? 낙톼 탈뤠요? 낙톼 투얼?


적절한 한국말을 섞어가며 어찌나 끈질기게 영업을 하던지,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삐끼들을 상대하느라 피라미드고 나발이고 홍해 앞에 누워 바닐라 셰이크나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 와중에 한 삐끼를 상대하고 있던 남자 동생(일행)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노, 노, 노, 노, 노!!!!!!! 노!!!! 노!!!!!!!!! 노!!!!!!!!! 그 맘 알지. 아무렴. 그럴 만도 해. 잘했어. 아아 이집트여, 오랜 고대 역사를 가진 나라의 자부심을 저버리고 한낱 삐끼의 나라로 전락해버렸단 말인가. 심지어 피라미드 입장권을 살 때도 내어줄 거스름 돈이 없다며 그냥 돈을 더 냈다고 치라는 판매원....


그렇게 이집트와는 결별을 했다. 나중에 다시 와야지. 꼭 다시 올 건데 그때는 오직 다합만 가겠노라고 다짐했다. 아프리카 종단 계획은 수단을 건너뛰고 에티오피아로 바로 넘어가기로 했다. 수단을 육로로 통과하기엔 땅 덩어리가 너무 크고 나라가 안정되지 못해 내전이 일어나고 있어 위험하다는 판단하에 에티오피아로 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나는 에티오피아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게 되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내가 가진 항공편은 편도였고 남아공까지 육로로 종단을 할 계획이었기에 왕복행 티켓을 끊지 않았었는데 이집트 공항에서 이걸 문제를 삼았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긴 하다. 편도행 티켓만 있고 나가는 티켓이 없으면 항공사에서 페널티를 물게 된다나? 그렇기에 나가는 티켓이나 왕복행 티켓을 가지고 있지 않은 걸 가지고 문제 삼는 경우가 나라마다 간혹 있다. 내 앞에 줄을 서 있던 일본인은 나와 같은 상황임에도 그 자리에서 현금 400불을 내며 왕복 티켓을 사버렸다. 오메 아까운 거. 다시 돌아올 것도 아닌데 저걸 낸단 말이야? 


우선 그런 조항이 진짜 있는지 보여달라고 물었고, 일반 직원이 아닌 매니저와 대화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5분 후, 매니저가 왔다. 조항은 이들이 하는 말과 동일하게 쓰여있었다. 이런. 다른 협상을 해야 했다. 만약 나를 출국시켰는데 추후에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내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계약서를 쓰겠다. 그러니 허락해주세요. 제발. 매니저는 조금 고민을 해보더니 승낙을 해주었다. 이럴 때는 일반 직원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매니저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 훨씬 낫다. 다행히 일을 잘 마무리하고 에티오피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몇 시간 후 에티오피아에 도착했다. 길게 늘어선 줄을 기다려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진짜 아프리카인 게 실감이 났다.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전부 아프리카 사람인 것이 처음 이 땅을 밟아보는 나로선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남아공까지의 일정을 같이 하게 될 일행들은 일주일 후에나 도착할 터였다. 그전까지 이 곳, 아디스아바바(수도)에서 할 일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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