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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Dec 01. 2020

아내의 힘

회복

여보, 잠들면 안돼!!


 눈을 감으려던 찰나, 아내가 나를 깨운다. 너무 졸린데 아내가 자꾸 날 깨운다. 수술 후 마취에서 풀리고 나면 한동안은 잠들면 안된다. 일정 시간동안은 깨어있는 채로 심호흡 연습을 해야한다. 간호사는 내가 마취중에 자가호흡을 하지 않고 기계로 호흡을 했기 때문에 폐가 팽창되어있지 않고 쭈그러든 풍선같은 상태라고 했다. 때문에 심호흡을 계속 해주어 풍선을 다시 빵빵한 상태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시계는 오후 1시를 조금 넘었다고 알려주고 있었는데, 간호사는 저녁 10시까지는 잠들면 절대 안된다며 신신당부를 하고는 병실을 떠났다. 수술 후 염증으로 인한 열도 내려가야한다고 했다. 체온을 몇 시간이고 측정을 했지만 38도에서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심호흡을 하라는 가족들의 질책, 잠들면 안된다는 아내의 끊임없는 설득에도 불구하고 진통제로 인해서 정신은 점점 더 몽롱해져갔다. 설상가상 떨어지지 않는 열 때문인지 온 몸에 감각조차 없는 것 같았다. 저녁이 가까워 오자 다른 가족들은 내가 잠드는 것을 막는 일에 지쳐있는 듯 했다. 하지만 오롯이 나의 아내만은 내 곁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고 10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계속 내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졸린 가운데서도 그런 아내가 무척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바보같은 생각을 잠시 했다.


 드디어 저녁 10시가 되었다.


 '이제는 잘 수 있겠지?'


 간호사가 마지막으로 체온을 측정하러 왔다.


 "이 상태라면 잠 못 주무시겠는데요? 열이 적어도 37도까지는 떨어져야 하는데, 전혀 차도가 없네요..."


 체온계는 38.2도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심호흡을 더 해야 열이 떨어질 거라고 간호사가 다시 주의를 환기시켜주었지만, 난 이미 심호흡때문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너무 갑작스레 들숨을 격하게 들이킨 탓인지 폐를 감싸고 있는 몸 속 근육들에 쥐가 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폐를 중심으로 근육이 서로 잡아당기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어깨 안쪽부터 등, 척추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래도 잠들기 위해서는 호흡을 해야한다. 2시간이 넘는 노력끝에 열은 37.3도까지 떨어졌고, 간호사는 드디어 수면을 허락했다. 나는 곧 잠들 채비를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아내는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나를 응원해 주며 온갖 수발을 다 들어주고 있었다. 나는 슬며시 눈을 감았다.


 병실에서 수술 후에 잠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간호사들이 수시로 와서 체온을 측정하고, 소변줄로부터 나온 소변의 양을 검사했다. 두시간 마다 한번씩 깨면서도 꿋꿋하게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수술을 맡으셨던 외과의사선생님께서 병실을 찾아오셨다.


 "몸은 어때요? ...근데 뭐하고 있어! 운동해야지! 운동해요. 운동!!"


 내가 이 상태로 일어날 수 있나? 운동이 가능한가? 침대에서 몸을 돌려서 눕는 것 조차 포기하고 있는 나에게 운동을 하라니.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의사선생님의 단호한 태도로 보았을 때, 정말 가능한 게 아닐까 싶었다. 아내와 나는 곧장 운동준비를 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누워있는 자세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뱃속에서 꼬여있던 고무줄이 한꺼번에 풀리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내 내 모든 장기가 아랫쪽으로 쏟아지려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으윽..."


 외마디 비명을 나지막히 지르고는 정지상태가 되었다. 정말로 모든 장기를 끈으로 묶어서 아래쪽으로 잡아당기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조금 있으니 이런 느낌도 조금 익숙해 져 갔다. 보행기를 짚고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아내는 다시 내 곁에서 나를 부축해 주었다. 병동 한 바퀴는 대략 300미터쯤. 나처럼 힘들게 걷고있는 환자부터 환자라고 보기 힘들정도로 빠르게 걷고있는 사람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 복도를 걷고있다. 나도 걷다보면 이 사람들처럼 회복되겠지. 처음에는 힘들어서 잠들기 전까지 두 시간에 한 바퀴씩 돌았다. 사람의 몸은 정말 신기하다. 이튿날이 되자 몰라보게 몸에 힘이 생겼다. 아직 보행기에 의지를 해야하지만 그래도 좀더 빠른 속도로 좀더 오랫동안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셋째날 부터는 보행기는 사용하지 않았다. 링거걸이를 혼자서 끌고 병동을 걸을 정도가 되었다. 경과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퇴원 이틀 전날 면회오신 처가집 가족들은 환자같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퇴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내는 곁에서 이제 집으로 돌아갈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젠, 집으로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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