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비행기 옆자리에서 알게 된 선생님과의 펜팔
---------- Forwarded message ---------
보낸사람: David Lee
Date: 2025년 6월 30일 (월) 20:58
Subject: Re: Re: Re: 안녕하세요 선생님, 시애틀 비행기 옆자리 David 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랜만에 편지 드립니다. 그 사이에 중국여행을 다녀오시다니.
황산 사진은 역시 중국이구나 싶네요.
중국하면 또 천해진미라고 하던데 음식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예전에 출장으로 상해 한번 잠시 다녀온 경험밖에 없어서...
다음 여행은 계획중이신가요 아니면 당분간은 뒤로 밀어두시나요
저는 이제까지 제 회사생활 중에 이렇게 힘이 들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만큼 참 고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회사가 휘청이는 건 아닌데 제가 이끄는 팀이 모래성처럼 무너지는걸 무력하게 보고있자니 '내가 애초에 이 일이 안맞나, 이일만 12년 했는데 다른 일을 찾아야하나'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번씩 듭니다.
아침에 출근할때마다 팀원들이 사직 면담을 요청할까봐 콩닥콩닥 하거든요.
이럴때도 있겠지.
다 지나가는 거겠지.
한쪽문이 닫히면 한쪽 창문은 열린다고 하던데
가장 힘든때가 가장 크게 성장하는 때라고 하던데
남한테는 해줄수 있는 말이 이렇게 많은데, 정작 제 자신에게는 이런말이 먹혀들지 않으니 풍선인형처럼 하루에도 몇번씩 펄럭거리네요. 주말을 가족과 보내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하는 일요일이면 작별인사 하는 6학년 첫째딸에게 "진짜 일하러 가기 싫어, 회사가기 싫어 ㅠ" 라고 하소연합니다.
요즘에는 하루하루 폭풍을 그대로 다 맞아가며 버티다가 그냥 주말 기다리는 낙으로 사는것 같습니다.
그래도 토요일 하루는 오롯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선생님을 비롯한 몇몇 분들이 "애들 어릴 때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라" 는 말이 요새 좀 와닿습니다.
지난 편지에는 어떻게든 내 시간을 갖으려고 애쓰던 지난 십년간의 저의 모습이었다면
그 몇주사이에 조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요즘 토요일은 마치 어린이 날처럼 아이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제가 뭔가 깨달았다기보다는....
가정에서 아내의 부재가 날로 커지고 있어 애들에게 미안함이 커서 그런것 같습니다.
아내는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챙기지 못합니다.
저는 이렇게 살고있습니다, 선생님.
이렇게 제 일상을 털어 놓을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선생님께 쓰는 편지 한 바닥이 멈춤없이 죽죽 한번에 써집니다.
선생님도 이번한주 평온하게 보내세요.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