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 Vegas 그리고 후버 댐과 미드 호수
1829년 11월 7일 멕시코정부에서 뉴 멕시코 식민지에 파견한 Jose Antonio Chaves (호세 안토니오 차베스) 총독은 서쪽 캘리포니아로의 교역로를 확보하기 위해 Antonio Mariano Armijo (안토니오 마리아노 아미호 1804-1850)를 대장으로 60명의 교역상을 꾸려 대장정의 길을 보냈다.
뉴멕시코의 Santa Fe 인근 Abiquiu를 출발점으로 캘리포니아 San Gabriel에 있는 ‘산 가브리엘 수도원’을 잇는 약 2700 마일 길이의 ‘Old Spanish Trail’ 이 확실하게 탄생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미 원주민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부분적으로 밟은 탐험로였지만 Armijo는 총 86일 간을 걸어서 전체를 잇는 새 교역로를 확정 짓고 매일 여정과 지역에 대한 정보를 일기장 형식으로 기록하여 출발지로 다시 되돌아온 1830년 4월 25일 총독에게 보고했다. 이 보고서는 그해 6월 19일 멕시코정부에서 책자 <Diary made by citizen Antonio Armijo as commandant for the discovery of the route to the California>로 발간되었다.
[장미] 아미호가 교역상을 이끌고 갔다고 하니 무언가 가지고 갔겠네요, 선생님?
[해월] 당연하지, 장미야! 우선 현지에서 생산되는 식품, 생활용품들과 담요 등을 당나귀 등에 잔뜩 싣고 가서는 캘리포니아의 주산품인 mule (노새: 수탕나귀와 암말 사이의 종자) 등 과 바꿔가지고 왔어.
[장미] 이곳 ‘라스 베가스’는 스페인말로 ‘the Meadows’ (초원)라는 뜻이라는데 오래전부터 그렇게 불렸나요? 아니면 혹시 이 사람들이 그렇게 이름을 지게 되었나요?
[해월] 이 지역 계곡에서 발굴된 고대의 화석과 근대 원주민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유물들로 봐서 한때 이 지역은 지하에서 솟는 샘물이 풍부하고 광범위한 습지가 있어 식물들이 울창하게 자라는 숲이 형성되었다고 알려져 있어.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아미호가 이끄는 교역상들이 캘리포니아로 가는 길에 이곳을 들렸는데, 그중 한 대원인 Rafael Rivera (라파엘 리베라)가 울창한 숲을 보고 "와! 이곳이 살기 좋은 초원이구나"라고 불렀다는 거야. 다른 말로는 ‘Fertile plains’ (비옥한 땅)라고도 하는데, 그때부터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 메마른 사막의 돌과 거친 풀만 보고 힘들게 여행하던 그들에게 시원한 물과 쉴 곳을 제공한 이 땅은 참으로 좋은 오아시스였겠지.
[장미] 그럼 그때부터 지금의 ‘라스 베가스’라는 이름이 생긴 거네요?
[해월] 공식적으론 그렇다고 봐. 지난 수천 년 동안 이 일대에 살아왔던 원주민들은 이곳을 어떻게 불렀는지는 모르겠어. 1829년 당시엔 이 땅이 아직 멕시코가 지배하는 땅이었기 때문에 라스 베가스 이외에 별 다른 이름이 없었던 것으로 알아.
[장미] 전후좌우 어디를 봐도 삭막한 산과 들 밖에 없는 사막지역인데,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인양 ‘초원’이라 불렀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이름이 좋긴 하지만요.
[해월] 실제로 땅에서 많은 물이 솟아올랐던 장소가 아직도 보호되고 있어. 당시에는 정말 오아시스 역할을 했지. 그 이후로 라스 베가스라는 이름이 기록된 것이 여러 번 나타나지. 1844년도에 제10대 대통령 John Tyler의 명을 받고 미군 첩보부대를 이끌고 비밀리에 이 지역에 잠입했던 John C. Fremont (쟌 후레몬트)도 보고서에 Las Vegas라는 지명을 사용했어. 라스 베가스 옛 번화가에 있는 유명한 거리 Fremont Street가 그의 이름을 딴 것인데, 그는 1856년에 최초 공화당 대통령입후보자로 지명되기도 한 유명인사야.
또 미국이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이 지역을 미국땅으로 접수한 후인 1855년 유타주에 자리 잡은 몰몬교도들 중 29명이 William Bringhurst (윌리엄 브링허스트)를 따라 이주해서 요새를 지었던 곳을 라스 베가스라고 부른 기록이 있지. 이들 모두가 자리 잡은 곳이 샘물의 원천이었던 ‘Big Springs’라고 불렀던 ‘Las Vegas Springs’ 지역이야. 지금의 다운타운에서 서쪽으로 3마일 떨어진 곳에 옛 샘물이 나오던 일대 180 에이커 땅을 'The Springs Preserve'라는 보호구역으로 만들고 트레일과 박물관등도 만들어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 너도 시간 내서 한번 가봐!
[장미] 그런데 그 몰몬교도들이 라스 베가스에 와서 살던 곳이 아직도 있다면서요?
[해월] 맞아! 그들이 이곳에 와서 지은 요새가 아직도 있어. 14 feet 높이에 150 feet길이가 되는 흑벽돌로 지은 벽이 둘러쳐 있는 요새였지. 일대에 밭을 갈고 Las Vegas Springs에서 흐르는 개울물과 빗물을 이용한 농사를 지으며 살 준비를 했는데 여름에 너무 뜨거워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 데다 지도자들끼리 의견충돌이 생기면서 2년여 만에 유타주로 철수하고 말았어.
500 E. Washington Ave, Las Vegas, NV (Las Vegas Blvd와 Washington Ave가 만나는 곳)에 있는 ‘Old Las Vegas Mormon Fort State Historic Park’가 바로 그곳이야.
[장미] 선생님, 라스 베가스에 관광 오는 사람들이 반드시 방문하는 곳 중 하나가 Hoover Dam (후버 댐) 이잖아요? 후버 댐 하고 라스 베가스 하고는 무슨 관계가 있어요? 왜 여기 생기게 됐어요?
[해월] 그 질문에 답은 좀 긴데, 한마디로 후버 댐은 네바다주, 애리조나주 그리고 캘리포니아주 등에 있는 농부들에게 물을 넉넉히 공급해 주면서 홍수도 관리하기 위해서 건설된 거야. 물을 공급하는 데 사용하는 기계들을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수력발전소도 건설되었는데, 생산된 전기가 풍부해서 이들 주변 주에 전기까지 공급하기 시작했지. 아마 후버 댐에서 공급해 주는 물과 전기가 없었다면 라스 베가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진 도시가 되었을 거야.
[장미] 후버댐이 라스 베가스의 생명줄이네요!
[해월] 어쩌면 생명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거야!
잠시 라스 베가스와 관련된 역사를 볼 까? 이곳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데는 두 가지 사건이 있어. 당시 몬타나주 출신 상원의원이자 철도사업가 William Andrews Clark (윌리엄 엔드류 클락)이 유타주 Salt Lake City (쏠트 레익 시티)에서 남부 캘리포니아 San Pedro (산 페드로) 시까지 잇는 철로를 부설하는 사업을 전개했어. 그 중간기착지 겸 보급지가 라스 베가스였던 거야. 1905년에 철로가 개통되자 유타주에 있는 몰몬교도들이 다수 이주했고, 동부에서 서부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꼭 들르는 곳이 된 거야.
[장미] 그럼 아주 오래전에는 이곳에도 기차가 다녔었네요! 지금은 없잖아요?! 사람들이 참 좋아했겠네요!
[해월] 그런데 주로 화물용이었었어. 지금도 화물차량은 운행 중이잖아! 그리고 두 번째 중요한 사건은 1850년대 중반부터 네바다주에서 은과 금이 발견되면서 광산개발 붐을 이루고 광부들도 몰려들었다는 거야. 아직도 네바다에서 생산되는 금의 양은 무시하지 못할 만큼 많지. 은도 엄청나게 생산되어서 오죽하면 네바다주의 애칭이 ‘Silver State’ (실버 스테이트) 겠어. 발에 차이는 것이 은 덩어리였다고 하니 우리가 시대를 잘못 태어났지?
[장미] 와! 네바다주가 금과 은의 땅이었다고요? 저도 빨리 태어날걸 그랬는데요!
[해월] 지금도 늦진 않았어 장미야. 땅에서 찾는 건 앞선 사람들이 다 가져갔으니 이제는 시원한 건물 안에 들어가 카지노 테이블에서 건지면 되잖아? 하하!
[장미] 선생님도 농담하시네요? 전 그런 게임엔 자신 없어요! 구경하면 모를까!
[해월] 어쨌든 여기저기서 라스 베가스로 모여든 사람들은 이때부터 이 일대를 철도사업가 이름을 붙여 ‘Clark County’ (클락 카운티: 한국의 군에 해당됨)라 불렀고, 곧 라스 베가스 시도 공식으로 탄생하게 되었어. 문제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너도 나도 지하 샘물을 파이프로 연결해 퍼쓰는 바람에 물이 말라버리게 되었지. 주민과 사업체가 늘고 물과 전기 수요가 늘어나는데 물뿐 아니라 당시 전기회사에서 생산하는 것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한 거야.
[장미] 드디어 '초원의 라스 베가스'가 사막으로 전락하는 순간이 오고 말았네요!
[해월] 그래서 결국 코로라도 강물을 보존하기 위한 댐 건설을 연방정부 주도로 연구조사가 진행되었고, 당시 Boulder Canyon (볼더 케년)을 후보지로 검토했다가 장소를 Black Canyon (블랙 케년)으로 옮겨 건설하기로 결정했어. 1930년 1월 Herbert Hoover (허버트 후버) 제31대 대통령이 Boulder Dam 건설에 서명하면서 확정돼 세계대공황 시절 건설이 진행되고 1936년 3월 1일 완성되었지.
[장미] 그럼 후버 댐을 만들면서 생긴 것이 그 유명한 Lake Mead (레이크 미드) 군요?
[해월] 바로 맞아! 미국 내 인공 호수로는 가장 규모가 큰 호수이지. 댐 건설인부들을 위해 조성된 임시거처가 나중에 Boulder City (볼더 시티)로 발전된 것도 부산물 중 하나야. 1937년부터는 호수를 통한 전기생산을 시작했고, 이를 라스 베가스에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불야성을 이루는 호텔과 카지노들이 밤하늘을 수놓게 된 것이지. 호숫물이 또한 주민과 손님들에게 생명수를 공급하고 있고. 사막의 일개 초원이 세상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삶의 오아시스로 탈바꿈했지.
멕시코정부가 보낸 탐험대, 연방정부가 보낸 첩보부대, 클락이 건설한 철로 그리고 후버 댐 건설이 우리가 살고 있는 라스 베가스를 세계적 도시로 올려 세운 일등공신들인 거야. 라스 베가스시 생성과정에 대해서도 토론할 얘기가 많은데 다음에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