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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준 David Kim Sep 10. 2023

[도성한담] Toilet Paper가 또 없어요?

COVID -19 팬데믹과 함께 온 뜻밖의 숙제

역사학자들은 인류가 처음 출현했을 때부터 밑을 닦고 살았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생리현상인  대소변을 막을 자는 없다.  아무리 중요한 대화를 하거나 모임을 갖더라도 옆사람이 “Nature calls me!” 라든가 “I gotta go!”라고 말한다면 막을 재간이 없다.  “Of course!” 라 하면서 보내 줄 수밖에.

2019년 말 전 세계에 퍼지기 시작한 몹쓸 역병 COVID-19 이 우리 삶을 삼켜버리자 제일 먼저 나타난 현상 중 하나가 ‘화장지 사재기’였다.  외출을 삼가고 자택격리가 당연시되면서 나타난 뜻밖의 모습이었다.  보통 재난이 발생하면 먹는 음식을 사재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슈퍼마켓의 화장지 선반이 텅텅 비어진 것이다.  왜 하필이면 화장지인가?   화장지의 숨겨진 진가(?)가 발현되는 순간이다.


[모란]  선생님, 처음엔 참 신기하다 생각했어요.  먹을 것도 아니고 약도 아니고 왜?  그러다가도 막상 화장지가 떨어졌다고 생각해 보니 너무 끔찍한 상황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었겠지요?

[해월]   왜 아니겠니, 모란아!  대책이 서질 않는 상황이지. 통계를 보면 미국인 1인당 1년에 4.5인치 직사각형 모양의 두 겹 짜리 휴지 약 400장이 붙은 롤 화장지 24개 정도를 사용한다잖아.  


[모란]  먹는 것 못지않게 뒤처리도 중요할 수밖에 없잖아요?

[해월]   당연하지!  중세기 사람들은 대변이라는 것을 좋게 보는 쪽은 작물재배 거름으로 사용하는 좋은 물질,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다른 쪽에서는 욕설이나 희곡적 측면에서 사용되는 더럽고 구역질 나는 물질로 여겼었다고 해. 


[모란]  한국에서도 밭농사 지시는 분들이 분뇨를 비료로 사용했었다면서요?  아이고!

[해월]  했지!  내가 어렸을 때 생각해 보면 밭 여기저기에 커다란 웅덩이를 만들어 놓고 각 가정에서 가져온 분뇨를 보관했다가 배추 같은 야채를 재배하면서 농사짓는 분들이 뿌려주곤 했어.  그래서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기생충을 뱃속에 담고 다녔지.  참 어처구니없던 시절이었어.


[모란]  선생님!  요즘은 우리가 보는 두루마리 화장지가 천지지만 예전에는 어땠어요?

[해월]  그럼 어디 화장지 역사를 잠깐 살펴볼까?  최초 인류들도 일을 본 후 뒤를 닦았다는 흔적을 과학자들은 놓치지 않고 찾아낸 것 같아.  문제는 무엇을 사용했느냐 인데 시대와 장소에 따라 참 많은 차이가 있어.  아주 옛날에는 작은 돌조각이나 나뭇잎 등 자연물질들을 이용해 닦고 물이나 쌓인 눈으로 씻었던 것 같아.  그 후 나뭇가지에 스펀지처럼 부드러운 이끼를 끝에 묶어 공동으로 사용했다고 해(사진).  인류가 종이를 최초로 발명한 것은 2세기초 중국에서였다고 하는데, 6세기 기록에 의하면 중국에서 낡은 책을 화장실 휴지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어.  그리고 점점 사용용도가 늘어 중국 황실에서는 용변 시 사용할 종이를 향수까지 뿌린 고급으로 만들어  쓴 것이 14세기 경이라고 하지.


[모란]  향수하면 유럽이라 생각했는데... 유럽사람들은 어땠어요?

[해월]  중동이나 유럽에서는 사실 뒷물이라 할 수 있는 물문화가 먼저였지. 그래서 화장지 출현이 상당히 늦어졌어.  18세기에 와서야 책을 뜯어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어.


[모란]  그럼 지금처럼 사용하는 화장지는 근래에 와서나 만들어졌겠네요?

[해월]  맞아!  우리가 사는 미국을 보면 1700년대 까지는 옥수수속대를 사용했었고, 18세기초 신문과 잡지가 등장하면서 바뀌기 시작했어.  Sears 사에서 발간한 카탈로그를 찢어서 썼다는데 책종이가 광택지로 바뀌면서 새것을 찾아 나섰데.  한동안 ‘Farmer’s Almanac’ (농사연감)이라는 책이 널리 사용되었는데 소문이 나니까 1919년에는 아예 출판사에서 책 귀퉁이에 미리 ‘전설적 구멍’을 뚫어서 벽에 걸어놓고 사용할 수 있게 출간했다는 에피소드가 있어.  


[모란]  참으로 웃지 못할 현실이었네요.  말씀 들으니 신문지나 잡지 종이로 밑을 닦은 것이 세계적인 일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럼 요즘 것처럼 획기적으로 변한 건 언젠가요?

[해월]  현대적 휴지의 등장은 1857년 뉴욕에 살던 Joseph Gayetty (조셉 가예티)라는 사람이 ‘화장실용 위생 휴지’라고 이름 붙여 만들어 판 것이 시초라고 봐.  부드럽게 만든 종이를 한 박스에 500장씩 겹겹이 넣어 당시 50센트에 팔았는데 대박이 났지.  현대적 두루마리 휴지 형태로 시판된 것은 1890년에 Scott Paper Company가 두루마리 휴지 광고를 하면서였어.  1930년대 이후 수세식 변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두꺼운 종이는 하수구 파이프를 막아버려 점점 부드러운 종이를 개발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그 뒤로 지금 쓰고 있는 두 겹 또는 세 겹의 부드러운 휴지가 유행한 것이야.  1차 세계대전 전쟁 중에는 탈지면 대용으로 Kimberly-Clark (킴벌리-클락)사 에서 개발한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했었는데 이것이 나중에 발전되어서 ‘Kleenex Tissue (크리넥스 티슈)’라는 이름으로 박스에 담겨 우리 곁에 있지.   


[모란]  선생님, 우리 주위 모든 사물들이 끝없는 변화와 발전을 가져왔잖아요?  화장지도 결국 그런 물건 중 하나이네요.  작년 12월에 세계적으로 COVID-19 균이 또다시 번지기 시작하더니 역시 같은 현상이 슈퍼마켓에 나타나기 시작했데요.

[해월]  뉴스시간에 얘기하는 것 봤다.  너도 얘기했지만 화장지가 떨어진다는 사실은 예기치 못한 어려움 임에는 틀림없지.  어찌 해결해야 할지 난감하잖아.  누구는 얇은 셔츠를 찢어서 쓰기도 하고 paper towel 같은 종이를 다시 쓰기도 한다는데 결국 하수구가 또 막혀버리고 말지.  그러니 사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인데 문제는 실제로 필요치 않은데도 걱정으로 인한 충동구매와 사재기를 해대는 거야.  


[모란]  아기들의 대, 소변을 기저귀로 해결하고는 있지만 변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발생하는 배설물과 그 처리가 쉬운 문제가 아니네요.

[해월]  소나 말 그리고 돼지들의 배설물은 요즘 사람들이 생활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고안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다행이야.  그렇지만 사람들의 배설물이 문제가 되는 곳이 있다는데 너 알고 있니?  


[모란]  아뇨!  특히 문제가 되는 곳이 있나 보죠?

[해월]  그곳이 바로 우리 주위에 있는 국립공원이라는구나!  특히 팬데믹으로 인해 집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답답한 속을 풀기 위해 공원을 찾게 되는데 그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 공원 안에 있는 화장실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게 되었데.  배설물이 변기 용량을 넘쳐나게 쌓이게 되고,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사람들이 자연에서 그냥 적당히 해결해 버리고 슬쩍 돌로 덮어버리는 사례가 늘어 공원관리자들을 애먹게 하고 있어.  공원이 인간의 배설물로 덮여가고 있다는 거야.  게다가 어떤 공원에는 화장실이 높은 곳에도 설치되어 있어서 그 높은 화장실에 쌓인 배설물을 치우는 사람들은 노새 같은 동물에 배설물 담은 통을 짊어지게 하고 냄새를 참으면서 청소하고 있데.  공원관리인들의 애로가 느껴지니?


[모란]  와!  그런 말씀 들으니 인류의 문제가 끝이 없는 것 같네요.  머릿속이 복잡해지는데요!

[해월]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도 나오겠지만 화장지 사재기가 갖는 의미는 21세기초 팬데믹이 가져다준 숙제일 뿐 아니라 우리가 심각하게 짚어보아야 할 심리적 과제이기도 하지.    네 집에 휴지는 넉넉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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