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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준 David Kim Oct 03. 2023

[도성한담]  SIN CITY

1편 : Las Vegas  예전 ~ 1610

한 때 사막의 불모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땅, Las Vegas.  동네 이름도 없었던 땅, 라스 베가스.  그랬던 라스 베가스가 지구상에서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땅으로 변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200년이 채 안 됩니다.  아무짝에도 쓸데없었던 메마른 땅이 어느 날 샘물이 솟구치자 식물이 자라 사막의 오아시스로 변하고, 먼 거리 장사에 나선 사람들이 꼭 들리던 곳이 되더니, 철로가 가설되면서 철도노동자들이 찾아들고, 金맥과 銀맥이 발견되면서는 눈동자가 노래진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다 금가루, 은가루를 이주머니 저주머니에 채운 도박꾼들의 천국으로 변하고, 휴일 쌍쌍이 그리고 가족들이 찾아드는 오락의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 사막의 오아시스, 네바다주 라스 베가스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알아보는 연재물을 시작합니다.  라스 베가스에 살면서 느끼는 개인의 감성도 조~금 첨가합니다.


[지성]  선생님!  라스 베가스라는 이름을 가진 도시가 여기 말고 또 있다면서요?

[해월]  맞아, 지성아!  이름이 좋아서인지 지구상에 자그마치 58곳이나 있다네!  미국 본토에만도 3곳이나 되고, 미국 부속령 중 하나인 Puerto Rico (푸에르토 리코)에도 한 곳이 더 있어.  그리고 뉴 멕시코주와 텍사스주에도 각각 한 곳씩 더 있지.


[지성]  그럼 4곳 빼고 나머지 54곳은 어디에 있는 거예요?

[해월]  모두 11 나라에 산재해 있는데, 지구 가장 북쪽에 있는 곳은 바로 여기이고 가장 남쪽에 있는 곳은 Peru의 Lambayeque(람바약)이라는 지역이야.  나라별로 보면 Venezuela에 15곳이 있고, Columbia 12곳, Honduras 8곳, Mexico 7곳, Guatemala 3곳, Cuba 3곳, El Salvador 2곳, 그리고 Peru, Ecuador, Nicaragua와 Spain에 각각 1곳이 있어.


[지성]  라스 베가스라는 이름을 좋아하는 나라와 사람들이 많은가 보네요.  그래도 그중에서 이곳 라스 베가스가 가장 살기 좋은 곳이겠지요?  

[해월]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아무튼 미국적 사막은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처럼 고운 모래사막이 아니라 거친 땅에 돌이 많고 억센 풀과 사막식물들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척박한 땅을 말하지.  항상 그런 척박한 땅에는 애꿎게도 백인 정부에 쫓겨 난 American Indian (Native Indian)들이 오래전부터 살아왔잖아.  이곳 라스 베가스에도 15,000년 전부터 원시 유목민들의 뒤를 이어 Anasazi (아나사지) 인디어부족이 들어왔고 기원후 약 700년 경부터 Paiute (파이윳) 부족이 자리 잡고 살아온 곳이야.  


[지성]  그 사람들은 이렇게 험한 곳에서 무엇을 먹고살았을까요?

[해월]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것을 보면 오래전 이 땅이 주위에 강이 흐르는 늪지대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강물이 지하로 스며들고 늪이 바싹 말라버리는 상황이 되었다고 해.  그러다 일대에 다시 샘물이 솟아오르면서 초지가 형성되기 시작했지.  일대에서 발견된 화석을 보면 곡식을 굽던 화덕이 있고 홍적세 시대 동물인 ‘Columbian Mammoth’ 같은 커다란 동물이 존재했던 흔적도 있어. 

 

[지성]  이 지역의 옛 생명체를 보여주는 화석이 있다는 말씀이네요!

[해월]  그렇지!  라스 베가스 다운타운에서 북쪽으로 네바다주 95번 고속도로를 타고 15마일 정도 올라가면 ‘Tule Springs Fossil Beds National Monument’라는 곳이 있어.  2014년에 Barack Obama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법을 제정하면서 건립한 22,650 에이커 규모의 천연기념지역인데, 이곳에서 많은 화석들이 발견되었어.  1933년에 이 지역 채석장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발견하면서 알려진 곳인데, 앞서 말한 Columbian Mammoth 뿐만 아니라 ‘Camelops’, ‘Ground sloth’, ‘Dire wolf’, ‘Teratornis’, ‘Smilodon Fatalis’, ‘American lion’ 등의 화석도 발견했지.  모두 7,000년에서 25만 년 전의 동물화석으로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것들이야.


[지성]  그런 동물들의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이 지역이 동물이나 식물들이 생식하기에 적합했었다는 얘기 아닌가요?

[해월]  당연하지!  사라졌던 물줄기가 다시 나타나면서 ‘Mojave Desert’ 지역에 오아시스 습지가 형성되고 동물과 식물들이 서식하기 좋은 곳이 된 거야.  그 증거가 바로 아까 말한 천연기념지역이고. 

 

[지성]  선생님!  많은 사람들이 지금 말씀하신 ‘Mojave Desert’에 대해 궁금해하는데 대체 정확히 어디에 있는 건지 말씀 좀 해 주세요!  

[해월]  맞아!  ‘Desert’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많다 보니 헷갈려하는 것 같아.  ‘모하비 사막’이라 부르는 이 지역이 라스 베가스와 관계가 있으니까 확실히 알아두는 것도 좋겠지.  그런데 지성아! 그전에 왜 우리가 계속해서 사막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는지 넌 알고 있니?


[지성]  그렇네요!  왜 그런 거죠?

[해월]  라스 베가스의 또 하나의 명물이 ‘Red Rock Canyon National Conservation Area’라는 곳인데,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 ‘Red Rock Canyon’이라는 곳이 있는 걸 알고 있지?


[지성]  물론 알고 있지요!  가족과 함께 종종 하이킹도 가고 있는데요!  스트립에서 반시간이면 갈 수 있으니 그리 멀지도 안잖아요.  요즘은 입장료도 올라가고 예약도 해야 해서 조금은 불편해졌지만요.  할아버지와 같이 가면 ‘Senior Pass’를 갖고 계셔서 입장료는 무료예요.

[해월]  그럼 늘 할아버지 모시고 가면 되겠네!  그 Red Rock Canyon은 약 2억 년 전부터 생성되기 시작한 봉우리가 여러 개인 산인데,  최고 높은 곳이 해발 8154 feet (2485m)까지 솟아있지.  약 13 마일 길이의 일방통행로인 ‘ Scenic Drive’ 주위로 수십 개의 등산로가 있어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고, 신기한 지각변동으로 지질학자들이 가장 환호하는 곳 중의 하나지.  


[지성]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멀리서 바라볼 때나 케년에 들어갔을 때나 항상 신비스럽게 느껴지고 꼭 환상의 세계로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곳이에요.

[해월]  신비스러움에 머리가 멍해지는 곳이지! 미국의 동부에서는 전혀 느껴 볼 수 없는 특별한 장소야. 나도 그 신비스러움에 반해서 은퇴 후 레드 락 케년이 보이는 곳으로 이사해서 자리 잡았잖아!   그 ‘레드 락 케년’이 고생대인 5억 년 전부터 2억 년 전까지 바닷속에 있었다면 믿겠니?


[지성]  바닷속이요?  그 산이 바닷속에 있었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모두 바닷속에 있었다는 말씀이잖아요?  와!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산 위에 올라가면 해변에서나 볼 수 있는 고은 모래가 있었어요. 

아하!  이 산이 바닷속에 있었기 때문에 하얀 모래가 산 위에 있는 것이군요!

[해월]  과학자들에 따르면 바닷속에 숨어있던 땅이 2억 년 전 지각변화에 의해 솟아 오르면서 물은 빠지고 산이 된 것이지.  해변의 동쪽 끝은 Utah 주 서쪽까지 물이 차있었다고 해.  그러니 그때까지 캘리포니아는 아예 자취가 없었던 거야!  


[지성]  그럼 네바다주가 솟아오르고 물이 빠져나가면서 캘리포니아주 땅도 생겼나 보네요!

[해월]  맞아.  네바다주와 캘리포니아주 사이에 ‘Sierra Nevada’라는 산맥이 솓아올라 있지.  그 산맥의  동쪽 캘리포니아주 땅과 레드 락 케년으로 연결되는 네바다주 남서부 땅, 그리고 애리조나주 서쪽 일부땅과 유타주 남부 일부땅이 바로 ‘모하비사막’을 형성하는 곳이야.   모하비사막은 멕시코에 있는 ‘Sonoran Desert’와  ‘Chihuahuan Desert’ 그리고 ‘Great Basin Desert’와 함께 북미지역 사막을 대표하는 4대 사막 중 하나로 그중 가장 작으면서 가장 건조한 사막이지.


[지성]  그러니까 모하비사막이란 곳이 꽤나 큰 지역을 말하네요.  사람들은 그저 한 동네 같은 감을 가지고 있는 듯했어요.

[해월]  모하비 (Mojave)라는 말은 스페인어로 'Hamakhaave'의 약자인데 '물옆' (beside the water)이라는 뜻이야.  자! 이제 대충 이 일대 지세가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아보았으니까 인간 세계로 돌아가보자!


[지성]  옛날 얘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가 있어요.  지루하지도 않고...  이곳에 처음 살았던 사람들로 오래전 원시인이 있었고, 그 후 북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이주해 오면서 이곳에 소위 말하는 'Native Indian'들이 살기 시작했다는 말씀이시지요?

[해월]  빨라서 좋다!  그래!  이곳저곳 길이름에도 쓰이고 있는 Anasazi 부족이 살아왔는데 기원전 15,000년 전 선사시대부터 미국의 남서부에 자리 잡았던 이들은 원래 ‘Ancestral Puebloans’라고 하지.   북쪽으로는 유타주, 남동쪽으로는 뉴 멕시코주, 남쪽에는 애리조나주 그리고 서쪽으로 네바다주 남부 일대에 걸쳐 살아온 ‘오래된 부족’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원주민들이야.  지금은 가장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부족인 Navajo (나바호) 사람들이 이들을 'Anaasází’라고 부른 데서 아나싸지 부족이라는 말이 유래되었다는데, 이 뜻은 ‘우리들의 오래된 적’이라는 말이라네.  분명한 것은 이 일대에서 가장 오래전부터 살아온 부족임에 틀림없지.  그리고 다양한 문화를 소유하고 발전시킨 부족이야.  그렇지만 그들의 현대후손인  ‘Pueblo’ 부족들은 ‘Anasazi’라는 이름을 자기 부족을 비하하는 용어라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


[지성]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사용하는 용어는 참으로 재미있는 뜻들이 담겨 있어요, 선생님.  이들 뒤를 이어 살아온 사람들이 ‘Paiute’ 부족이라고 말씀하셨지요?

[해월]  Paiute 또는 ‘Piute’라고 불리는 이들 파이윳 인디언 부족들은 코로라도강을 낀 남부 유타주에서부터 남부 네바다주 및 북부 애리조나주 지역까지 넓게 퍼져 살던 사람들인데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면서 문화도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  우리가 살고 있는 라스 베가스 지역에 살던 인디언들을 ‘Southern Paiute People’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서기 700년경부터 이 지역에서 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물을 잘 관리해서 저수지를 만들어 밭농사도 짓고 산양, 사슴 등 동물사냥도 해서 식량을 마련했지.  특히 바구니를 잘 만들어 사용하는 부족으로 알려져 있어.  돌을 깎아서 화살촉과 창살을 잘 만들어 이웃 부족과 거래도 하면서 살았다고 해.


[지성]  파이윳부족이 살아온 시기로 봐서 유럽인들과 접촉을 했을 것 같은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나요?

[해월]  워낙 가족단위 평화적으로 삶을 영위하던 부족이라 주위의 Navajo부족이나 Ute (우테) 부족 등 여러 부족과도 별문제 없이 지내고 있었지.  이들이 유럽인과 첫 대면한 것은 1776년 캘리포니아 포교를 위해 지나가던 천주교 Escalante 신부와 Dominguez 신부였는데, 그들 기록에도 수염을 길게 기르고 밭농사에 능숙한 모습을 보이면서 살고 있더라는 거야.  그러다 1800년대 들어서 몰몬교도들이 이주하여 파이윳 부족들이 사용하던 저수지 주위에 자리 잡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지.  파이윳부족들은 그러면서 백인들이 잘하는 소 키우기를 배우게 되고 자기들의 정체성을 서서히 잃어가기 시작했어.


[지성]  백인들의 삶에 동화되기 시작했나 보군요.  

[해월]  거의 유목민처럼 살아오던 생활이 정착인으로 변하게 된 거지.  그러다 François Louis Alfred Pioche라는 부유한 투자자가 자기 이름을 딴 ‘은광촌’ Pioche (피오체) 시에 투자하면서 파이윳 사람들을 고용하기 시작했어.  거의 저임금 노동착취 수준의 노동으로 힘들게 살면서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아이들을 강제로 백인학교에 입학시켜 백인교육을 시키는 바람에 정신적 피폐화도 가져왔지.  1900년대 초에는 인구도 거의 80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어.


[지성]  이 지역 마지막 원주민 부족인 것 같은데 백인들로부터 악영향이 미쳤던 것 같네요.

[해월]  그 정도가 아니야.  1940년대와 1960년대에 이르러 미국정부의 인디언 부족들에 대한 정서가 또 변했지.  그 정점이 1956년 제정된 ’Indian Relocation Act’ (인디언이주법)야.  그동안 연방정부에서 인정해 오던 인디언 부족들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갖가지 지원을 중단하며 부족 간 연대를 약화시키기 위해 큰 도시로 이주하도록 유도했지.  소위말하는 Indian Termination Policy (인디언 말살정책)를 펴기 시작했고, 이곳에 살고 있던 Paiute 부족들도 졸지에 온갖 지원이 끊기고  정부에서 인정하는 부족지위까지 박탈당했었어.  물론 대대로 살아오던 땅도 빼앗겼지.


[지성]  핍박의 극치였네요.  그럼 아직도 그들은 그 지위를 박탈당한 상태로 살고 있나요?

[해월]  다행히 1980년에 이르러  ‘Paiute Indian Tribe of Utah Restoration Act’가 통과되면서 옛 지위를 회복하긴 했어.  이들 부족에게는 천만다행인거지.  그러나 아직도 옛 지위가 회복되지 않은 부족이 많이 있기 때문에 원주민들은 불만에 차있고, 또 그들과 정부와의 관계는 늘 소원한 상태라고 봐.

현재 이들 파이윳 부족들은 네바다주에는 Las Vegas, Pahrump와 Moapa 등에 일부 살고 있고, 유타주에는 Cedar City, Kanosh, Koosharem, Shivwits와 Indian Peaks 등지, 그리고 애리조나주에는 Kaibab과 Willow Springs에 흩어져 살고 있어.  다음에 기회 봐서 북미인디언들의 삶을 살펴볼까 해.


[지성]  그렇게 하세요.  미국정부와 인디언 간에 벌어진 얘기가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근대에 접어들면서 라스 베가스 사람들의 삶은 어땠어요?

[해월]  라스 베가스의 근대 역사는 멕시코를 정복한 스페인 정부가 New Spain이라는 국가를 세우고 천주교의 종교적 지지와 막강한 무기를 지닌 군대를 앞세워 멕시코 북부에 진출하여 1603년 New Mexico라는 주를 세우면서 Santa Fe를 뉴 멕시코의 수도로 세운 1610년에 태동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해.  나중에 라스 베가스라고 불리는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이 산타 페를 중심으로 형성된 새로운 세상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세상의 이목을 받게 되는 시점이자 근대로 넘어가는 분기점이기도 하지.  그전까지는 일대에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역사의 전면에 나선 적이 없는 곳이었어.  산타 페의 출현 시점부터 출발해 1810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멕시코정부가 1829년 캘리포니아 탐험대를 파송하면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지.  그 자세한 내용은 다음 편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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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포니아 탐험대에 대한 얘기는 필자의 다른 글 "The Meadows"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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