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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적현실주의 Mar 24. 2022

찌질한 내가 떠올랐던 날

지게차와 포클레인


크레이 사줘 크레이


클레이(점토)와 크레인(차)을 모두 크레이라 부르는 아들은 크레인을 사달라고 몇 달 전부터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곧 다가올 생일에 사주기로 하고 애피타이저로 지게차를 먼저 사줬다.



그런데 지게차를 보는데 옛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도 내가 6살, 누나가 8살 때였을거다.


친척인지 손님인지 모르겠으나 레고로 된 자그마한 지게차와 포클레인을 사 오셨다.


누나에게는  포클레인, 나에게는 지게차를 주셨는데 아무리 봐도 날렵하고 세련된 포클레인이 더 멋져 보이는 거다.


그래서 생떼를 쏟아내며 포클레인을 내가 가지겠다고 우기기 시작했는데 누나가 순순히 포클레인을 나에게 주는 게 아닌가?


어린 나이지만 의문의 1패를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우겨서 받아낸 내 모습이 참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더 당혹스러운 건 누나가 지게차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니 지게차가 더 좋아 보였다는 거다. 남자의 마음도 갈대인 건가?


아.. 추하게 욕심부려서 얻어낸 결과가 후회스러울 수도 있는 거구나.. 그때부터 난 굳이 욕심을 안 부려야겠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다.


기껏 볼썽사납게 손에 쥐어봤자 별로 마음에 안들 수도 있는 거니까..


애니외이 4살의 아드님은 지게차를 포함해 많은 선물을 받으셨다. 몇 달을 갈망하던 크레인을 보고는 너무 기뻐하며 펄쩍펄쩍 뛰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선물을 모아놓고 사진을 찍었는데 나만 아들의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음을 알고 아차 싶었다.. 아.. 그래서 급조지만 오늘 하루는 나의 시간을 선물로 주기로 다짐했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동안 주던 물질보다 나에게는 더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건 6살 딸이 직접 써서(그려서) 준 손편지 선물이었다.



"(의역) 사랑하는 동생아 정리를 잘하기 위해서 다음에 정리를 잘하면 누나가 칭찬 많이 해줄게 사랑하는 동생에게 누나가"


요즘 사이좋게 지내는 남매를 보며 예전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게 떠올랐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원래 남이었지만 누나와 난 피가 섞인 가족이라고.


내가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듯 아이들에게도 형제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을 거다.


요즘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 마치 내가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것 같다.


쉽지 않은 순간도 있으나.. 이미 잊어버린 설렘을 알려줘서, 단지 아빠라는 이유로 사랑해줘서 너무 고맙다.


Happy birthday 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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