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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적현실주의 Mar 25. 2022

바나나맛 우유


오늘 00시 10분


아내가 자고 있던 날 깨우며 물었다.


"바나나 우유 샀어?"


"!!!!!!!???????"


아차.. 그제야 딸 유치원 준비물을 사는 걸 깜빡 했다는 걸 알고 화들짝 깨서 일어났다.


지금은 12시 10분.. 4시간이 지나면 일어나야 하는데 이걸 사러 가야 하나.. 그래도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하니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문밖을 나서니 새벽바람은 차가웠고 분위기는 음산했는데 24시간 한다는 마트는 불만 켜있고 문이 닫혀 있었다.


그렇다고 포기해버리면 딸이 준비물도 없이 유치원에 가지 않겠는가.. 음산한 4차선 대로를 건너니 다행히 편의점이 열려있었다.


이 시간에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바나나 우유를 결재하는 남자.. 그 와중에 통신사 할인까지 살뜰히 챙기는 중년 남자..


이놈은 대체 뭘까 하는 시선을 보기 싫어 고개를 푹 처박은 채 계산을 끝내고 바나나 우유를 흔들며 집으로 갔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떠오른 생각


이것이 가장의 무게다


딸아.. 아빠의 혼이 담긴 바나나 우유와 좋은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한때는 목욕탕의 특산품이었단 걸 알지는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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