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
"그냥 토익 900점이면 끝나는 건데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었다"
어느 취업자의 합격후기인지 푸념인지 모를 글을 읽는데 이 문장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20년 전에는 취업을 위해 금융 3종이라 불리는 자격증을 따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지금은 추억의 이름이 되어버린 유통관리사부터 이런저런 자격증들을 따려고 혈안들이 되어있었는데 사실 이런 건 그냥 다 곁다리에 불과했고 정작 필요했던 건 토익이랑 학점이었습니다. 허무할 정도로..
당시는 지금처럼 토익 인플레가 크지 않던 시절이라 900만 넘으면 그가 마치 무슨 영어의 신이라도 된 것처럼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며 머리를 조아리고 비법을 물어보던 때였습니다.
금융 3종 같은 자격증이 올림픽 은메달, 동메달이라면 토익 900은 금메달이었는데 은메달 100개가 금메달 1개를 이길 수 없듯이 높은 토익 점수 하나만 있으면 웬만한 회사는 그냥 입사가 가능했습니다. (학점이 처참하지 않다는 전제로..)
"토익 900이면 끝나는 건데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꼭 취업시장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었습니다.
"똘똘한 한 채면 끝나는 건데 (지방) 짤짤이만 하고 있었다.."
"애플 하나만 올인하면 되는 건데 (개잡주) 짤짤이만 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블로거 닥터마빈 님의 추천 도서 중 하나인 사피엔스를 조금은 뒤늦게 완독을 하고 다시금 깨달았던 게 있습니다.
"아.. 이런 책이 금메달이구나.."
은메달 책 100권을 읽어도
금메달 책 1권을 이길 수 없겠구나
사람들이 종종 저를 책을 엄청 많이 읽은 사람으로 오해를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저는 책을 그렇게 많이 읽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상대적으로 (금메달) 책을 많이 본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금메달이 좋은 걸 알면서 우리는 왜 도대체 은메달을, 때로는 동메달을 100개를 모으려고 하는 걸까요?
금메달이 너무 어려우니까 은메달이 모이면, 동메달도 많이 모이면 금메달이 된다고 믿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아무리 어려워도 금메달을 따야 한다"
무엇이 금메달인지
자신만의 금메달이 무엇인지
우리는 사실 누구보다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냥 그 메달을 따는 게 너무 힘들었을 뿐
그래서 은메달이 금메달이 되기를 바랐을 뿐
동메달도 모이면 금메달이라고 믿고 싶었을 뿐
그런데 사실 우리가 은메달 동메달을 기웃거리던 시간을 다 모았다면 우리는 이미 금메달을 가졌을지 모릅니다. 그것도 여러 개로..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냥 시원하게 금메달을 따기로 했습니다.
느리게 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고
미련해 보이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니까요
/The end/
by 이상적현실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