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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적현실주의 Mar 11. 2022

괜찮아 다 지나가

워커홀릭의 육아 이야기

"괜찮아 다 지나가"


괜찮아 다 지나가 아무리 힘든 일도 다 지나가. 폴리(장난감) 팔처럼 그냥 딱 붙이면 되는 거야.. 괜찮아 별 일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


일요일 외부 일정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으려 하는데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니 아내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119를 외쳤다.


육안으로 보니 딸의 팔꿈치가 탈골이 된 것 같아 다급히 119를 부르고


딸에게 괜찮다고, 아무리 힘든 일도 다 지나간다고, 장난감 팔 떨어진 것을 붙이듯이 끼우면 되는 거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괜찮다고 말해줬다.


마침 23층에서 저층으로 이사온지라 119가 5분 만에 도착했고 아이와 아내를 태우고 집 앞에 있던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내가 걸어서 진료를 받고 싶어 병원 도보거리로 이사를 왔지만 아이들이 아프면 가면 되겠다고 웃으며 말했었는데.. 말이 씨가 된 건지 이렇게 빨리 가게 될 줄 몰랐다.


놀랐지만 23층이 아니라서, 병원이 가까워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다음 주 일정을 다

조정해두고 탈골된 팔을 붙였다는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때만 해도 별일이 아닌 줄 알았다)


아내에게 탈골이 아니라 뼈가 부러진 거고 수술을 해야 할 것이란 말을 들었다. 아.. 진짜 아팠겠구나.. 놀람이 더 큰 줄 알았었는데..


그래도 내가 단순 탈골로 착각한 덕분에 아무렇지 않은 일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말해준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애써 생각하며 수술 없이 깁스로 해결되길 기도했다.


수술 여부를 기다리는 동안 팔꿈치 골절을 검색해보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핀을 박는 수술을 해야 할 거라는데 성장판 손상부터 시작해서.. 전부터 마음에 안 들던 사고의 원흉인 I사 스툴을 부숴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감사하게도 주말인데도 소아정형외과 교수님이 한밤에 팔꿈치 핀 고정 수술을 해주셨고 수술 없이도 핀 제거가 가능하고 성장에도 무리가 없을 거란 소식을 들었다.


사고 이후로 기도 부탁을 드리며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는데.. 너무도 세상적인 신앙인인 나의 기도보다는 다른 신실하신 분들의 기도에 응답해 주신 것 같았다.

수술을 마친 딸의 사진을 본 순간 안쓰러웠지만 너무 귀여워서 사태의 심각성을 잊어버리고 피식해버리고 말았다. 내가 출장 보내준 아기 상어와 잘 잔 덕분인지 표정도 밝았다.

집으로 돌아온 딸에게


"(아빠 말처럼) 다 지나가지?"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다 지나가 잘 기억해둬 살면서 어려운 일을 또 만나게 될 거야 그때도 다 지나가 아무리 어려운 일도 다 지나가 폴리 팔처럼 정말 딱 붙었지?"


수술 전후에 수없이 많은 눈물을

속으로 끊어 삼켰다.


놀란 가슴에 더 놀랄 것 같아

애써 태연한 척 쏟아지는 눈물을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누가 보면 웃겠지만 내가 크게 다쳐본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다 지나갔으니까


책에서 읽은 이야기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을 딸도 알았을 테니까


딸은 마지막 사랑이라고 늘 말하고는 했는데.. 이만해서 너무 다행이다.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다.

일상의 모든 것이 기적이자 선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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