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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규 Jun 14. 2016

Biz 애플리케이션 제품, 노동력 눈물에서 탈피해야

사랑만이 눈물의 씨앗이 아니다.

어린 시절 필자를 마법의 세계로 이끌었던 두 권의 동화책이 있다. 바로‘알라딘의 요술램프’와 ‘손오공’. 상상의 나래를 한 참 펼 나이에, 아마도 두 주인공의 현란한 도술 실력을, 갖고 싶은 능력 중 최고의 능력으로 여겨졌던 것 같다.

생각하고 상상하던 것들은 거의 모두 다 만들어지고 서비스되는, 곧 상상이 현실이 되는, 요술 같은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오늘 칼럼은 램프의 요정 ‘지니’와 ‘손오공’의 능력을 주제로 국내 비즈니스 SW 패키지 산업 혁신에 필요한 요소를 한 번 찾아보고자 한다. 

램프의 요정 ‘지니’와‘손오공’의 공통점은 앞서 언급한 대로 마법과 도술의 고수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는 도술 실행 주체에 있다. ‘지니’ 마법이 주인님의 명령 때문에 실행되는 수동적 능력 발휘라면, 손오공의 그것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능동적이고 주관적으로 발휘되는 능력이라는 점이다.


국내 비즈니스 SW 패키지 사업 – 램프의 요정 ‘지니’

SW 관련 정책이나 시스템 개발 방법론 등 국내 비즈니스 SW 산업 프레임을 이루고 있는 각종 요소는 지나치게 SW 수요자의 관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램프의 요정 ‘지니’의 주인님으로서, SW 산업 생태계의 헤게모니를 SW 수요자인 고객이 확고히 쥐고 있는 셈이다. (그림 발췌  – 유튜브, 디즈니채널 ‘알라딘’ 영상 갈무리)

“고객(주인님)이 원하는 것은 모두 다 맞춰 준다”는 구호는 오랫동안 국내 비즈니스 SW 산업 전반에 뿌리 박혀 있는 국내 SW 업체의 정신이 되어 왔고, ‘고객 만족’이라는 관점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도, 부인해서도 안 되는 절체절명의 임무가 되어 왔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 처리 기능을 충분히 담고 있어야 비즈니스 SW 패키지라 할 수 있기에, 고객 입장에서 부족한 비즈니스 처리 기능에 대해 충분히 지적할 수 있고 요구할 수 있는 일이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 할 책임은 SW 공급자에게 있다.

문제는 SW 패키지와 주문형 시스템 구축 방법과 기술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SW 공급자로부터 출발한다. 부족한 것을 채우는 방법을 제품에 내재화시키지 못하고, 매번 프로그램 개발자 투입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 설사 고객이 주문형 SW 가 아닌 패키지 제품을 원한다더라도, 공급자가 제시하는 패키지가 일반 주문형 시스템 구축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SW 패키지로서의 존재가치, 즉 라이선스를 제대로 평가받기 힘들게 된다. 또한, 본래의 SW 모델이 여러 커스터마이징 프로젝트를 거치며 망가져 갈 수밖에 없다.

일반 주문형 SW 시스템 개발이라면, 어차피 맞춤 시스템 개발이니 ‘지니 모델’ 수행이 전혀 문제없다. 하지만 SW 패키지의 커스터마이징 프로젝트라면 문제가 다르다. 일반 SI 사업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이다. 사업의 수익성은 떨어지고, SW 제품 가치 인정도, SW 개발자 처우도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비즈니스 성장성에 있다. 지니 모델로 SW 패키지 사업을 수행하게 되면, 그 성장성의 한계성도 분명하다. 다음 그림을 보면 지니 모델의 성장 곡선의 한계성이 분명히 나타난다. 대부분 소스 보호라는 명분으로 인해 채널 비즈니스를 하지 못하고, 프리랜서나 개발 협력사를 통한 외부용역 정도의 추가 투입은 하지만, 모든 커스터마이징 프로젝트가 자사 인력 주도로 진행된다. 추가로 투입된 ‘개발자 아웃소싱 인력’과 ‘제품 커스터마이징 파트너’의 의미와 역할 범위는 매우 다르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이 많지만, 이에 대한 세세한 언급은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 칼럼에서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모든 프로젝트에 대한 오너쉽을 자사가 가지고 감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 임계치에 있다. 

매출과 수익 곡선은 자사 인력을 얼마나 투입했는가에 따라 좌우된다. 100명을 보유하고 있다면, 딱 100명으로 할 수 있는 매출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100명이 120억 원의 매출을 하는 비즈니스 SW 패키지 업체가 미래 목표를 1,000억 이상 매출로 잡는다면, 이런 지니 모델로는 1,000 명의 인력을 채용해야 가능하다. 국내 비즈니스 SW 패키지 업체가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비즈니스 모델에 있다.


선진 글로벌 비즈니스 SW 패키지 사업 모델 – 손오공의 ‘분신술’


손오공의 능력 중 최고는 바로 분신술에 있다. 머리털 한 뭉텅이 뽑아 “후~” 불면, 수많은 손오공이 나와 적과 싸우는 모습은 정말 매력적이다(그림 소스-유튜브, 영화‘몽키 킹’ 중 한 장면).

각각의 손오공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조금씩 서로 다른 모습일 수도 있지만, 손오공이란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분신 개체가 손오공이 아니고 저팔계 혹은 사오정이 된다면 손오공의 분신술은 실패작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글로벌 사업을 활발히 수행 중인 선진 글로벌 SW 패키지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손오공 분신술’ 모델이다. 제품/패키지 사업의 본질인 패키지는 분신술을 수행하기 위한 다양한 요소들을 내재하고 있다. 손오공의 능력과 모양새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분신술을 사용해 세계 곳곳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고 있으니 말이다.

성장 곡선을 보자. 어느 시점에서 폭발적으로 성장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변곡점을 맞이했던 것은 바로 ‘분신술’ 덕분이다. 지속해서 파트너를 늘려가고, 파트너에 의해 영업 및 서비스(커스터마이징 포함) 활동이 가능해지는 순간, 매출은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본사의 인력을 계속 뽑아대지 않아도 말이다. 파트너를 통한 비즈니스 채널을 늘리면 늘릴수록 성장 임계치는 비례해 올라간다.


분신술이 잘 수행되기 위해선 반드시 전제 조건이 있다. 제품 연구개발, 영업/마케팅, 그리고 서비스 등 사업의 전 요소에 ‘손오공 분신술’에 필요한 요소들을 찾아 제품과 사업 프로세스에 내재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자사 제품에 얼마나 많은 업무 처리 기능을 탑재해야 한다는 관점보다 분신술에 필요한 요소를 연구해서 제품에 담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선진 글로벌 비즈니스 SW 패키지는 이러한 ‘높은 제품화 지수’와 함께, 채널 비즈니스에 꼭 필요한 ‘통제력(Governance)’ 또한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런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높은 제품화 지수’와‘통제력’, 이 두 가지 요소가 분신술을 펴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필수 사항임에도 국내 비즈니스 SW 패키지 산업계에서는 이점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까지는 아니라 해도, 국내 사업을 위해서라도 채널 비즈니스를 완벽히 수행할 수 있는 ‘분신술’을 위한 연구개발에 힘을 써야 한다. 국내에서 이러한 ‘분신술’이 수행되는 비즈니스 SW 패키지라면, 좋은 해외 파트너를 찾게 되었을 때, 글로벌 진출 역시 어렵지 않게 진행될 수 있다.


국내 SW 패키지 산업 – 손오공 분신술 요건 내재화해야!


프로젝트가 뜨면, ’가 되어 “주인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묻고, 주인 되신 고객이 원하는 멋진 새 궁전을 짓기 위해 마법을 부리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노동 인력 확보이다. 자사의 인력이 총동원되고, 그것도 모자라면 단순 외부용역을 추진한다. 그리고 노동자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우리 주인님에게 멋진 궁전을 빨리 보여줘야 한다고 다그친다. 그리고 다 지어진 궁전을 보여주며 주인님께 자랑스럽게 말한다. “궁전 대령이요.” - “지니 마법의 비밀은, 피눈물 나는 ‘노동력의 승리’에 있다.” 

국내 SW 고객들은, 어떤 순간에도 원하는 것을 맞춰 다 대령해주는 요술램프를 가지고 있다. 램프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도 넓다. 램프요정의 맞춤 서비스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는 고객은 손오공의 분신술과 같은 부가가치 형 제품 생태계에는 관심이 없다. 비용도 싸면서,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모두 해 주겠다는 램프의 요정이 넘쳐 나기 때문에, 램프의 요정 모델만을 위한 방법론과 프레임웍에 너무 길들어 있다. 이런 ‘지니’ 프레임 내에서 문제의 비본질적인 사항들을 지속해서 개선해 나간다 해도, 문제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개선의 노력뿐만 아니라 ‘혁신’을키워드로 가져가야 할 이유이다. 비즈니스 SW 패키지 사업에 혁신을 이루기 위해 ‘손오공 분신술’을 위한 요건을 발견하 고 이를 내재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며, 방해 요소들이 있다면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런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한숨과 푸념을 뱉는 대신, ‘우리 SW 패키지는 SI 시스템이 아니고 제품이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좋은 땅”을 바라기 전에 “좋은 씨앗”이우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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