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을 자격을 증명하려 애쓰는 사람들
최근 이별을 경험한 어떤 내담자가 있었다.
큰 상실감과 좌절을 느꼈지만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틈만 나면 주로 책과 강연들에 몰입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객관화하고 보편화했다.
"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나름대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그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네요" 하고 지지해 주었다.
그런데 얼마 후. 이 내담자가 책을 읽고 강연을 통해 자신에 대해 돌아보면서 자꾸 자기의 단점이나 고칠 점을 나에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상대가 그냥 마음이 바뀐 거라고 생각하면 그 무기력함을 견딜 수 없어서일까. 나를 탓하고 나를 고치면 통제감이 생기고 희망이 생기기 때문일까. 무기력함을 견딜 수 없어서 차라리 못난 나를 탓하고 고치기로 한 걸까.
그래서 내담자에게 물었다.
이별을 자신의 실패처럼 느끼고 계시나요?
"글쎄요… 그건 왜요 선생님?"
"00 씨보다 더 000 하고(단점) 더 못나고 심지어 이런 것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그 사람들은 행복할 수 없을까요? 그런 사람과는 헤어져야 마땅할까요?"
그 내담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듯 잠시 침묵하더니 "그러네요…"하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모두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나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우린 자꾸 서로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뭘 얼마나 더 잘하라고. 뭘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뭘 얼마나 남에게 피해를 준다고. 왜 그렇게까지 눈치 있고 센스 있게 굴어야 한다고 몰아붙일까.
물론 잘 좀 했으면 좋겠고, 더 성숙하면 좋겠다. 그래서 조언도 하고 잔소리도 하고 짜증도 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사랑의 조건으로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미워하고 괴롭히고 그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사랑받을 자격조차 없는 사람 취급은 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
다 나한테 하는 말이다.
내담자가 울 때 나도 먹먹해졌다. 나에게 상처를 받았을 누군가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미안해서. 그리고 괜찮다는 말이 나도 듣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