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편지 001]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 사랑하는 딸에게 아빠의 진심을 담아 보내는 첫 편지야. 아빠가 이렇게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혹시 "아빠가 사랑하는 딸을 두고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서야. 예전에 TV에서 딸을 둔 아빠가 젊은 나이에 갑자기 예상치 못한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천사가 되어서 딸 곁을 따라다니는 내용의 드라마가 있었어. 못된 친구를 사귀고,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는 딸을 보고 아빠는 도우려고 발버둥을 쳐도 딸은 아빠를 볼 수가 없었지. 아빠는 딸에게 아우성을 치며 돕고 싶어 하지만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는 거야.
이 드라마를 볼 때 당시 아빠는 결혼을 하지 않은 청년이었는데도 얼마나 안타까운 마음이었는지 몰라.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 이렇게 아빠가 보내는 편지가 아빠랑 함께 살 때는 물론, 아빠가 없는 세상을 살아갈 때에도 사랑하는 딸들이 조금이나마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힘들 때 위로가 되고, 답답할 때 대화 상대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쓰는 거야. 요즘 둘째 딸이 아빠에게 색종이를 건네면서 편지를 써달라고 해서 몇 자 적어줬잖니? 아빠가 쓴 편지가 재미있는지 계속 써달라고 할 때 아빠는 생각했단다. 이 참에 제대로 편지를 써줘야겠다고 말이야. 아빠는 사랑하는 두 딸에게 어떤 유산을 남겨야 할지 그동안 많이 고민했거든. 편지만큼 의미 있는 유산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구나. 아빠 딸이 또 닮은 자녀를 낳고 또 그 자녀가 또 자녀를 낳아서도 이 편지가 유산이 되어 계속 읽힌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
아빠의 인생을 바꾼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신앙'이고, 다른 하나는 '독서'야. 신앙이 아빠를 새롭게 태어나게 했다면, 독서는 그 삶을 더 풍요롭게 했지. 어쩌면 신앙은 아빠가 보내는 모든 편지의 주제일지도 몰라. 신앙에 대해서는 아빠가 할 얘기가 많으니 차차 얘기로 하자. 오늘은 독서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해. 아빠가 독서에 대해서 우리 딸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그중 다섯 가지를 정리해봤어. 독서에 대해 마저 못다 한 얘기는 다른 편지에서 틈틈이 전할게.
첫째, 평범한 책 1,000권보다 고전 100권이 낫단다.
고전은 개인과 사회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 책이며,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읽히는 책이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오랜 시간 많은 독자를 통해 검증된 책이기 때문이야. 인생은 짧기 때문에 악서를 읽느라 시간을 낭비하면 안 돼. 고전을 읽을 때는 되도록 원전을 읽을 것을 추천해. 직접 저자와 대화하듯 말이야. 그게 어려우면 원전에 가장 가까운 책을 봐야 해. 그래서 번역된 책을 고를 때는 역자의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원전 충실도를 꼭 챙겨야 한단다. 또 작품 해설처럼 누군가 친절하게 그 책을 안내하는 것이 일부 도움이 될는지 모르지만 권하고 싶지는 않구나. 안내자의 의견 때문에 저자의 의도를 오롯이 못 읽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야. 나만의 비판적인 독서를 방해할 수 있다는 얘기지. 고전을 읽을 때는 쓰일 당시의 상황(역사)을 이해하면서 해석하고 지금의 현실에 맞게 재해석하면서 읽어야 한단다.
"책을 힐끗 쳐다보기만 해도 이미 1,000년 전에 죽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시간을 해치고 가는 항해다" - 칼 세이건 -
둘째, 메모하면 생각의 길에서 헤매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평상시 생각하지 않았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그것은 저자와 대화하고 있다는 증거야. 그 생각들을 꼭 책에 메모하렴. 책을 깨끗하게 볼 필요는 없단다. 책을 읽을 때의 느낌을 편하게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낙서로 꼭 흔적을 남기렴. 그것은 나만의 각주를 단 세상에 하나뿐인 책을 만드는 소중한 작업이란다. 다음에 그 책을 다시 보게 되면 금방 저자와 대화를 나누던 순간의 느낌과 생각을 금방 떠올릴 수 있단다. 게다가 내용이 금방 파악되니 독서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 만약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본다면, 그동안 내 생각이 얼마나 변화하고 성숙했는지 느낄 수도 있지.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생각을 꼭 책 한편에 메모를 해두렴.
셋째, 나의 언어로 생각의 길을 내거라
독서는 매우 주관적인 체험이란다. 책을 읽는 순간 독자는 그동안의 온갖 경험을 총동원하여 상상의 나래를 펴지. 나만의 사고와 감정으로 책을 읽어내는 거지. 그 순간의 단상을 정리하는 것은 독서의 효과를 배가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란다. 독서노트나 메모장, 블로그 등을 통해 꼭 남겨보기를 바란다. 그렇게 내 생각을 갈무리하는 시간은 지식과 지혜를 확장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란다. 글쓰기는 독서의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과정이란다. 나만의 언어와 스토리로 누군가에게 얘기할 수 있는 실천적인 지식(active knowledge)이 진정한 산 지식이란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이 더해지면 지혜로 승화된단다. 남의 지식을 앵무새처럼 따라 읊는 수준을 넘어서 비록 좀 설익었더라도 나만의 관점과 목소리로 세상을 보고 해석하기 바란다.
넷째, 한 권의 책을 깊게 사랑해 보아라
정독, 속독, 다독, 심독, 발췌독 등 독서를 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또 상황에 따라 다를 거야. 독서량이 절대적으로 적다면 단기간에 많은 양의 책을 읽는 것이 방법일 수도 있지. 하지만 어느 정도 독서의 양이 늘어나고 성숙한 독서생활을 원한다면 한 권을 곱씹으면서 읽는 심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자신에게 좀 버거운 수준의 책을 읽어내면서 지식의 폭과 깊이를 확장해 나가야 한단다. 갓난아기가 처음에는 젖을 먹고, 이가 나고 소화능력이 생기면 이유식을 하고 조금씩 밥의 양을 늘려가듯이 말이야. 편하고 재미만 추구하는 독서는 지적, 영적 성숙을 더디게 한단다. 적절한 난이도의 책을 꾸준히 도전해야 한단다. 그리고 지나친 독서의 편식도 좋지 않단다. 이왕이면 읽는 책의 분야도 스펙트럼을 다양화한다면 세상을 더 풍부하고 다채롭게 살아갈 수 있단다.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으니 말이지. 그리고 지금 심리학, 그림, 사진 등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가 있다면 깊이 있게 독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처음에는 취미이던 것이 어느 순간 나만의 전문 분야가 될 수도 있지. 어른이 되어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된 직업으로 가진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니? 지금 아빠에게 한 권의 책은 '성경'이며, 관심 분야는 '젊은 세대(밀레니얼 세대)'란다.
다섯째, 영혼이 안식할 수 있는 나만의 멋진 서재를 꾸며라
나만의 서재를 가진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지. 아빠도 한 때 꿈꾸던 것이거든. 우선 마음에 드는 책장을 사는 것부터 출발하는 거야. 그리고 목수가 집 지을 때 쓸 연장을 공구상자에 채우듯 정말 읽고 싶은 책을 책장에 채워가는 거야. 꼭 읽지 않는 책이라도 괜찮아. 마음에 드는 책이라면. 목수도 연장통의 연장을 다 쓰지는 않거든. 하지만 언젠가 필요할 때가 생길 수 있어. 그래서 채워두는 게 좋아. 책은 빌리는 것보다 사서 읽는 것을 추천해. 필요할 때 언제든 다시 꺼내볼 수 있게 말이지. 책장에 꽂힌 책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고 또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알 수 있단다. 목수도 연장 통에 든 연장을 보면 어떤 집을 짓는 사람인지 알 수 있듯이 말이야. 하지만 필요 이상 많은 책은 관리도 힘들고 비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유념해야 해. 꼭 필요한 책을 적당한 양으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 책 욕심이 나더라도 너무 많은 장서는 관리가 힘들어. 아빠 생각에는 보유 장서의 상한선은 집 평수 곱하기 100권 정도가 적당하지 않나 싶어. 참고로 책의 양이 많아지면 서재를 따로 만들어 침실과 분리해야 해. 책 먼지가 건강에 좋지 않거든. 책값보다 치료비가 더 들면 안 되잖니?^^ 지금 아빠가 만든 서재는 너희들이 '도서관'이라고 부르지. 너희들 침실 맞은편 방이라 그런지 니들이 자주 드나들지. 아빠는 그런 너희들을 보면 너무 행복하단다.
사랑하는 아빠가
2017. 12. 30
1. 아빠가 추천하는 책들
1) 동양의 고전
주희 <주역>: 사람(부하)들 부리는 방법(제왕학, 우주와 인간의 본질과 법칙)
공자 <논어>: 나를 닦고 사람을 다스리는 법(수기치인)
노자 <도덕경>: 리더로서 해야 할 도리
한비 <한비자>: 사람을 읽는 법
손무 <손자병법>: 사람을 이기는 법
사마천 <사기>
관중 <관자>
순자 <순자>
2) 서양의 고전
플라톤 <국가론>(BC 380)
마키아벨리 <군주론>(1532)
파스칼 <팡세>(1670)
존 로크 <통치론>(1689)
루소 <사회계약론>(1762)
애덤 스미스 <국부론>(1776)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1859)
칼 마르크스 <자본론>(1867)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1905)
3) 신앙의 고전
하나님 <성경>: 단 한 권을 읽으라면 이 책
토마스 아 캠피스 <그리스를 본받아>
로버트 멍어 <내 마음은 그리스도의 집>
어거스틴 <참회록>
찰스 셸던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오스왈드 챔버스 <주님은 나의 최고봉>
<탈무드>
4) 기타 추천하는 책
헤르만 헤세 <데미안>
이황 <성학십도>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라퐁텐 우화>
<이솝 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