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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하는 딸에게: 한 치수 큰 모자를 써라

[딸에게 보내는 편지 002]

by 허두영

축하해. 프로 리그에 입성한 것을...^^


직장인이 되었다는 것은 이제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의 세계에 들어왔다는 거야. 프로가 된다는 것은 주체적으로 의사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의미이고 말이야. 그래서 이제부터는 어떻게 자기 관리하느냐가 중요해. 천양지차로 몸값이 달라지니까. 마치 프로 리그에서 뛰는 운동선수들의 연봉이 제각각이듯 말이야. 프로도 수준에 따라 1부, 2부, 3부로 나뉘지. 심지어 영국 프로축구인 프리미어리그는 5부까지 있단다. 선수의 활약은 철저히 통계로 관리되고 순위가 매겨지지. 설령 최고의 리그인 1부 리그라 하더라도 주전으로 뛸 수도 백업요원이 될 수도 있지. 이젠 아마추어 시절과 달라야 해. 마음가짐과 행동은 물론 옷차림 하나까지 말이야.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거든! 직장이라는 프로 리그의 길목에 들어선 사랑하는 딸에게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빠 생각을 몇 가지 얘기해줄게.



하나,

100일 안에 승부를 걸어라


프로 리그에 들어온 선수처럼 첫 출근과 동시에 평가가 시작되지. 일거수일투족이 선배들의 눈에 주목을 받거든. 그게 관심으로 혹은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하지. 첫인상이 중요하듯 직장에서도 처음 100일이 중요해. 이 시기에 얻는 평판이 직장생활에 꽤 큰 영향을 미치거든. 프로 리그에서 경기 출전 기회를 얻은 선수가 처음 그라운드에서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이후 포지션과 출전 기회가 달라지듯이 말이야. 우선 프로 리그에서 통용되는 싸인과 규칙을 아는 것은 기본이야. 회사의 룰과 언어에 빨리 익숙해져야 해. 크게 듣기, 말하기, 쓰기 세 가지가 필요해. 우선 '듣기'가 제일 중요해. 새로운 환경에 최대한 귀를 크게 열고 받아들여야 해. 메모는 필수지. 노트와 필기구는 꼭 챙기렴. 여의치 않을 때는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고. 다음으로 '말하기'인데. 발언 기회를 얻으면 자신감을 가지고 소신껏 얘기하되 겸손하렴. 마지막으로 '쓰기'인데. 이메일, 보고서 등 직장에서는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이 문서로 이뤄지기 때문이야. 글쓰기가 필수 역량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렴. 평소 비판적으로 독서하고 내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습관을 가지면 도움이 될 거야.


프로 리그의 경기 출전 기회를 얻은 선수가 처음 그라운드에서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이후 포지션, 출전 기회가 달라지듯이 말이야.



둘,

끌려가지 않으려면 흔들리지 않은 나만의 원칙을 세워라


조직을 배에 비유해 볼게. 배가 항구를 떠나 항해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를 ‘미션(Mission)’이라고 하고. 가고자 하는 방향 내지는 목적지가 ‘비전(Vision)’이야. 어떻게 갈 것인가가 ‘핵심가치(Core Value)’이지. 여기서 핵심가치는 리더들이 의사결정을 하고 구성원들이 일하는 기준이 되지. 배에 탔다는 것은 조직의 미션, 비전, 핵심가치를 따라야 한다는 거야. 명심해야 할 것이 있어. 조직의 가치만큼 중요한 것이 나의 미션, 비전, 핵심가치거든. 예컨대 술 마시는 것이 일상인 문화 속에 술을 안 마시는 신앙이 있는 사람이 근무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회를 다니는 많은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거든. 나만의 가치관이 명확하다면 이 고민을 덜하거나 안 할 수도 있지. 신앙 때문에 술을 안 마신다고 거절할 수 있는 거거든. 그렇지 않으면 내키지 않는 술자리에 계속 질질 끌려다니게 되지. 직장생활 초기에 그 프레임을 내가 만들어야 해. 처음이 정말 중요하지.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가치관이 명확한 사람이 조직의 가치관을 지혜롭게 잘 따를 확률이 높다고 해. 시간을 가지고 나만의 미션, 비전, 핵심가치를 꼭 만들어보길 바래. 더 의미 있는 직장생활과 인생의 항해를 위해서 말이야. 최근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오카니 쇼헤이는 젊은 나이인데 비전을 정하고 잘 실천하는 선수 더구나.

※ 오타니 관련 기사: '오타니 계획표' MLB서 화제 (연합뉴스, 2017. 12. 11)


나만의 미션, 비전, 핵심가치를 만들어보기를 바래
더 의미 있는 직장생활과 인생의 항해를 위해서...
목적지가 없는 배는 순풍이라도 무익하고,
목적지가 있는 배는 역풍이라도 유익하다. - 김 만문 -


셋,

조직의 비전을 나의 비전과 연결하라


이제는 조직의 구성원 됐다는 걸 명심해야 해. 프로구단에 입단하면 리그 우승처럼 그 구단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성적)가 있거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해. 그래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지. 신인 선수도 예외일 수는 없어. 신인 입장에서는 고유한 조직문화부터 적응해야 하니, 어찌 보면 할 일이 더 많지. 목표를 공감하고 조직에 동화되어야 하니까.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을 거야. 힘을 내렴. 특히 나와 조직의 방향과 가치를 어떻게 정렬할지 고민해야 해. 좀 어렵지? 나의 가치를 찾고, 조직의 가치를 이해하고, 나와 조직의 가치에서 공통분모를 찾으라는 거지. 100퍼센트 내 가치를 조직의 가치와 한 방향으로 정렬할 수는 없어도 그 접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해. 조직에 몸 담고 있다면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고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하거든. 회사는 사교집단이 아니란다! "조직이 왜 나를 이해하지 못할까?"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 회사는 개개인까지 배려하기 쉽지 않아. 정말 핵심인재가 아니고서야 말이지. 회사는 너 말고도 선택할 옵션이 많단다.


나는 어떻게 조직의 방향과 가치에 맞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해


넷,

엑스트라 마일(extra mile)을 실천하라


프로선수들이 경기 중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듯이 근무시간에는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렴. 만나는 고객은 내 가족처럼 대하려고 노력하고. 성경에서 "누구든지 오리를 가자하면 십리를 동행하라"라고 하듯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도우렴. 엑스트라 마일(extra mile)을 실천하라는 얘기지. 기쁜 마음으로 친절을 베풀어보렴. 일하다 보면 다들 하기 싫어하고 궂은일이 있을 거야. 하지만 먼저 해보렴. 여기에 의외의 기회와 행운이 숨은 경우가 많단다. 정리하면 한 마디로 "고용주처럼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는 거야. 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냐고 말할 수도 있지.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 하지만 이건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공통점이야. 남들처럼 해서는 성공하기는 힘들지. 성공하고 싶다면 남달라야 해.



성경에 ‘누구든지 오리를 가자하면 십리를 동행하라'라고 하듯이
엑스트라 마일(extra mile)을 실천하렴
※ 미국 건축설계 회사 <팀 하스> 미션과 핵심가치

• 미션
-우리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We exist to help those in needs)
• 핵심가치
1) 엑스트라 마일을 실천하라: 고객, 거래처 그리고 동료들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라(Go the extra mile for clients, vendors and co-workers)
2) 보고를 잘하라: 고객과 직원들에게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라(Keep clients and staff informed)
3) 반드시 당일에 리턴콜과 이메일을 하라: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그들의 요구에 신속한 조치를 하고 후속 조치를 행하라(Return all calls & emails on the same day)


다섯,

예의는 명품 옷을 입은 것보다 가치가 있다


프로 리그에는 통용되는 크고 작은 룰이 있듯이 직장생활 중에도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와 규칙이 있어. 여기는 미국이 아니니 아메리칸 스타일은 잘 안 먹힐 거야. 우리 예절을 지킬 필요가 있지. 한국사람의 기대가치는 '똑똑함'보다는 '겸손'이라는 점을 기억하렴. 예컨대 선거할 때 찬찬히 보렴. 서양 사람과 다르게 한국 사람은 겸손한 후보자에게 표를 던지는 경향이 강하단다. 내 의견을 주장하더라도 겸손하고 예의 있게 하렴. 설령 상사가 틀린 얘기를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직설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아. 상사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 당시에는 눌렀다가 이후 조용히 찾아가 예의를 갖춰 정중하게 말하렴. 기분 좋게 거절하는 법은 신입직원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필요한 직장예절이지. 논리적인 설득보다 감성적인 설득이 힘이 있단다. 팁 하나 얘기하자면, 술 마시고 떡실신하도록 회식을 한 다음 날에도 정시 출근하는 것을 선배들은 좋아한단다.ㅋㅋ 쉽게 넘겨도 되고 무시해도 되는 약속은 없단다.

예의는 선배 직원들에게 사랑받기 위한 필요조건이란다. 선배 직원들은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비즈니스 매너가 몸에 배어있단다.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예의가 아닌 행동을 했을 때 그들 눈에 거슬린단다. 선배 직원 입장에서 딱히 지적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그래서 회사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예절은 빨리 익혀두면 매우 유익하단다. 아빠가 경험한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 볼게.


예쁨 받는 사원의 비즈니스 매너 7가지 Tips

1. 상석은 어른께 양보하기
ex) 식당이나 커피숍에서는 안쪽 자리, 차 안에서는 조수석 바로 뒷좌석
2. 상급자 앞에서 차상급자를 부를 때는 존칭 쓰지 않기
ex) (이 부장님께 얘기할 때) "김 과장이 놓고 갔습니다"(O), "김 과장님이 놓고 가셨습니다"(X)
3. 상대방이 전화를 끊은 후에 수화기 소리 나지 않게 내리기
ex) 상대가 전화를 끊기도 전에 소리 나게 수화기를 내려놓은 것(X)
4. 부재 시에는 상급자에게 사유를 명확하게 알려주기
5. 명함은 상대방이 읽기 편한 방향으로 건네기
6. 먼저 반갑게 인사하기
7. 어른이 먼저 숟가락을 들 때까지 기다리기


여기는 한국이니 한국의 예절을 지킬 필요가 있지
한국사람의 기대 가치는 아직 '똑똑함'보다는 '겸손'이라는 점을 참고하렴



여섯,

선배가 묻기 전에 먼저 보고하고 예측하게 하라


실제 처음 일을 할 때는 순간순간 고민되는 일이 많이 생길 거야. 아빠도 돕고 싶지만 대부분 스스로의 몫이란다. 이게 직장생활이지. 일단 궁금한 점은 잘 메모해두었다가 기회를 봐서 한꺼번에 물어보렴. 너무 자주 물어서 자칫 ‘물음표 살인마’ 내지는 ‘쩜쩜쩜 살인마’가 되지는 말고. 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일을 시킨 선배 직원이 잘 알도록 한다는 거야. 먼저 선배 직원이 원하는 업무의 결과물과 요구 수준을 명확히 확인해야 해. 그리고 그에 맞게 업무가 진행되는지 중간중간 상황을 알려줄 필요가 있어. 선배 직원은 자신이 시킨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늘 궁금해하거든. 그게 중요한 일이면 더 조바심이 난단다. 선배 입장에서는 중간보고 잘하는 직원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단다. 아빠의 경험으론 이런 직원이 대개 고성과자의 DNA를 가진 경우가 많아. 스스로도 잘하고 싶은 욕심에 묻고 확인하고 하는 거거든. 선배가 확인하기 전에 미리 그가 알도록 해주면 불안을 덜어주고 믿음을 줄 수 있단다. 선배 입장에서는 "분명 이건 모를 텐데 왜 안 물어보지?"하고 생각할 수 있어. 그럼 노심초사할 수도 있어. 염두에 둘 것은 애매한 것은 넘겨짚지 말고 꼭 물어서 확인하렴. 그럼 적어도 예기치 않은 재앙을 피할 수 있단다.


선배 직원이 원하는 산출물과 수준을 명확히 확인해야 해
그에 맞춰 업무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상황을 알려줄 필요가 있어


일곱,

부모님도 좋지만 나를 잘 알고 아끼는 멘토 3~5명에게 조언을 구하라


사랑하는 딸아, 직장생활이 평탄할 수도 있겠지만 녹록지 않을 때도 많을 거야. 입사 전에 꿈꿨던 조직의 모습과 실제 모습이 많이 다를 수도 있어. 그럴 때 고민이 많을 거야. 그래서 어려울 때 부모님하고 먼저 상담하게 되지. 그렇게 하렴. 하지만 부모님과 상담한 결과만 가지고 의사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부모님은 이성적 판단보다 감정적 판단을 할 확률이 높아. 팔이 안으로 굽거든. 당연히 내 자식이 힘들어하는데 자녀의 판단에 손을 들어주지 않겠니?! 아빠도 마찬가지야. 사랑하는 딸이 어려워하는데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기 쉽지. 아빠는 너의 판단을 존중한단다. 세상에 모든 부모는 다 그럴 거야. 그럼 누구랑 얘기하냐고? 주위에 나를 잘 알고 아끼는 분 3~5명에게 조언을 구해보렴. 프로 리그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좋지. 평소 멘토가 될만한 지혜자를 곁에 두는 건 현명한 방법이란다. 무엇보다 성직자를 찾아가는 것을 권해. 누구보다 나를 위해 기도해주실 분이니까. 부모님이 곁에 없다면 더더욱 그렇단다.


"멘토는 가슴에 불씨를 남기는 부싯돌 같고, 리더는 가슴에 불을 지르는 방화범 같아야 한다." - 아빠 -


주위에서 나를 잘 알고 나를 위하고 아끼는 분 3~5명에게 조언을 구해보렴
평소 멘토가 될만한 지혜자를 곁에 두는 건 현명한 방법이란다


여덟,

퇴사가 때론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다


퇴사를 고려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더욱 신중해야겠지. 하지만 퇴사가 때론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어. 다음의 몇 가지 상황이라면 퇴사를 할 수도 있다고 봐. 1) 회사와 내 가치관이 맞지 않을 때, 2) 부당하거나 부정한 요구를 할 때, 3) 조직에서 요구하는 역량과 내 역량이 맞지 않을 때야. 나는 오리인데 자꾸 날아라고 한들 그게 쉬운 일이겠니?! 나는 제아무리 발버둥 쳐도 새가 아닌데 말이야. 오리들이 다니는 직장으로 가야 하지 않겠니. 사람은 각기 가진 달란트(재능)가 다르거든.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회사를 퇴사해야 하는 경우를 이렇게 얘기한단다. 참고해보렴. 1) 조직이 부패해서 부정을 허용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을 때, 2) 자기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적절한 업무나 부서를 배치받지 못했을 때, 3)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고 아무런 평가를 받지 못할 때, 4) 회사의 가치관과 자신의 가치관이 양립할 수 없을 때. 이상 4가지 경우야.

퇴사를 해야 하는 경우는...
하나는 회사와 내 가치관이 맞지 않을 때
둘은 부당하거나 부정한 요구를 할 때
셋은 조직에서 요구하는 역량과 내 역량이 맞지 않을 때야


아홉,

나만의 '꼰대 사용법'을 찾아라


선배 직원 때문에 힘드니?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어느 직장이든 좋은 상사도 있고 그렇지 상사도 있단다. 좋은 상사만 있다면 행운이지.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야. 그런 분들에게는 늘 잘 하렴. 하지만 꼰대 상사를 만났을 때 명심할 게 있어. 그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티 나게 싫은 내색은 되도록 하지 않길 바라. 때론 좋은 상사가 내게 하는 긍정적인 백 마디 피드백보다 꼰대 상사의 부정적인 한 마디 피드백이 파급효과가 더 크단다. 꼰대 상사의 눈 밖에 나면 예상치 않은 피해를 입을 수 있거든. 꼰대는 상대방의 얘기를 듣지 않고 학습하지 않고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지. 이런 꼰대 상사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보렴. 그 사람 앞에서는 되도록 최대한 예의를 지키렴. 그렇다고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것을 참으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야.

때론 좋은 상사가 내게 하는 백 마디 긍정적인 피드백보다
꼰대 상사의 한 마디 부정적인 피드백이 파급효과가 더 크단다

직장살이 하는 요즘 것들을 위한 꼰대 상사 대응법



열,

내 편 100명을 만드는 것보다 적 1명을 만들지 않는 것이 낫다


조직도 하나의 사회인지라 내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지. 좋은 사람하고는 누구나 다 잘 지낼 수 있어.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건 아니잖니? 그렇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어떻게 지내느냐가 직장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단다. 손에 가시가 박히면 아무리 가시가 작아도 모든 신경이 거기에 집중되듯이 말이야. 직장생활 중 되도록 적을 만들지 않도록 노력하렴. 소통은 한 마디로 ‘역지사지’ ‘다름의 이해’거든. 아빠는 우리 딸이 때로는 상사의 아재 개그에 웃을 수 있는 배려하는 마음과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기꺼이 해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 되면 좋겠어.


직장생활 중 되도록 적을 만들지 않도록 노력하렴


열하나,

한 치수 큰 모자를 써라


높은 산에 오르면 더 낮은 산이 작아 보이고 잘 보이잖니? 회사에서도 나의 시야를 한두 단계 높일 필요가 있단다. 사원으로 입사했으면 적어도 주임이나 대리 정도의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거야. 높을수록 좋아. 그럼 내가 못 보는 것도 볼 수 있거든. 한 사이즈 큰 모자를 쓰라는 거지. 업무를 하더라도 일을 시킨 상사가 어떤 맥락과 의도를 가지고 시킨 것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하라는 거야. 딱 시키는 일만 하기보다는 의도에 맞게 내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야. 주제넘지 않는 선에서 말이지. 선배는 그런 후배를 예뻐하고 고마워할 수밖에 없어. 그러지 않겠니? 이제 직장에서는 나만 잘 하면 됐던 '공부 머리'보다 함께 잘할 수 있는 '일 머리'가 필요하단다.


"주변 동료들이 출세의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나는 'One size bigger hat'을 쓰라고 한다. 자기 일 또는 자기가 속한 작은 부서의 업무만 보지 말고, 좀 더 큰 조직, 나아가 NASA의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습관을 가지라는 뜻에서 그런 말을 한다. 그러면 다른 좋은 생각이 떠오르고 편협해지지 않는다"
- 신재원 박사, NASA 동양인 최초 국장보(차관급) -


열둘,

'유유상종'하지 말고 '유아독존'하라


사랑하는 딸아,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이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너만의 길을 가길 바래. 서두를 필요는 없어. 때론 곁눈질도 하며 내 페이스도 확인하면서. 회사에서는 부정적인 뒷담화에 휩쓸리기보다는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으렴. 편하게 일하는 꼼수를 찾기보다는 지혜롭게 일하는 너만의 방식을 찾고. 타인의 잘잘못을 판단하기보다 자신을 더 깊게 만나길 바래. 누군가 인생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라고 하던데. 하지만 아빠는 방향도 아니고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을 깨닫는 거라고 생각해. 좌표를 아는 것이지. 이제 넌 호수가 아니라 바다 같은 넓은 세상에서 여행을 해야 해. 때론 폭풍우를 만날 수도 있겠지. 목적지가 명확하더라도 내가 선 곳이 어딘지 모르면 항해가 아니라 표류지.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아는 게 너무 중요해. 딸아, 나침반은 내 안에 있단다. 그건 조물주께서 주신 거란다. 내 마음의 진북을 찾으렴. 사람은 저마다 다른 방향의 나침반을 가지고 있어. 나만의 길을 가야 하는 이유지.


태양은 후광이나 반사광으로 빛을 내지 않고 스스로 빛나듯, 우리 딸은 내면의 힘을 키워서 작더라도 아름다운 나만의 빛을 내길 바래. 아빠가 혹시 천국에 있더라도 금방 널 찾을 수 있게.

“자기 자신이 되어라. 다른 건 이미 남들이 다 하고 있다” -오스카 와일드-


열셋,

부러워하지도 자랑하지도 마라


다른 사람이 나보다 급여가 높고, 편한 업무를 하고, 좋은 상사들과 일하고, 돕는 사람이 많고, 늦게 출근하고, 빨리 퇴근하고, 일찍 진급하는 것이 불편하니? 하지만 부러워할 필요가 없단다. 급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의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고, 편한 업무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개발의 기회가 적다는 것이며, 더 좋은 상사들과 일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이해할 기회가 적다는 것이며, 돕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내가 스스로 깨닫고 성찰할 기회 줄어든다는 것이며, 더 늦게 출근하고 퇴근한다는 것은 전문성을 키울 시간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것이며, 더 빨리 진급한다는 것은 그만큼 빨리 퇴사해야 한다는 얘기거든.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게 있단다. 하버드대 교수인 맨큐도 경제학의 제1원칙을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라고 얘기하지. 쉽게 말해 "세상에 공짜 없다"는거야. 뻔한 소리 같지? 하지만 이건 진리에 가까운 격언이란다. 딸아, 넌 이제 시작점에 섰을 뿐이야. 괜스레 비교하면서 조급해할 필요가 없어. 앞으로 수많은 선택에 기회가 올 거야. 그때 더 많은 선택지를 놓고 더 지혜로운 결정을 하기 위해 현재 최선을 다하렴.



열넷,

일과 중에는 오프 모드(off mode)가 차라리 낫다


집에 손님이 왔을 때를 생각해보렴.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는 선배 직원 입장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란다. 선배 직원들은 업무시간 중에 자기 일 하느라 무관심한 듯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은 모두 손님의 행동 하나하나를 예의 주시하고 있단다. 새 손님을 잘 뽑은 것인지 궁금하지 않겠니? 이제부터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사람이거든. 할 일이 없더라도 일과 중엔 인터넷이나 전화, SNS를 하는 모습을 보여 적어도 좋을 건 없단다. 업무 시간 중 딴짓하는 것은 선배 직원들이 싫어하는 대표적인 행동 중 하나란다. 일과 중에는 차라리 디지털 단식을 해보렴. 업무 파악에 도움이 되는 읽을거리를 달라고 해서 보는 게 낫단다. "차라리 일을 하는 게 낫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 하지만 때 되면 일은 실컷 할 수 있으니 서두를 이유는 없어. 이미 선배들은 무슨 일을 시킬지 분주하거든. 일을 시키려고 뽑았는데 당연하지. 혹시 일이 없이 여유가 생긴다면 최대한 즐기렴. 그건 신입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거든. 신입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거든.^^



열다섯,

지각은 생각보다 잃는 게 많다


프로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중 실력은 뛰어나지만 음주, 금지약물 복용, 도박 등으로 명성에 큰 손해를 본 선수들이 있단다. 근무태도가 정말 중요하단다. '근태'라고 하지. 지식(Knowledge)과 기술(Skill)은 시간을 두고 만회할 수 있지만, 태도(Attitude)는 잘 바뀌지 않거든. 태도는 나이만큼의 시간 동안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지. 프로는 태도가 기본이 되어야 해. 나이 든 선배 직원들일수록 난감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지각'이란다. 지각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많은 메시지를 주는 거거든. 마음은 호되게 꾸중하고 싶은데도 대부분의 선배 직원들은 참지. 조금 일찍 촐근해 차 한 잔 하면서 여유 있게 그 날 일과를 준비하렴. 일찍 출근하는 것은 업무능력과는 별개로 가점이 된단다. 신입사원 시절에 '열정'만큼 어필하기 좋은 게 없거든. 근무태도는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단다. 빨리 출근하지는 못하더라도 지각만큼은 되도록 하지 않기를 바래. 만약 피치 못할 사정으로 늦는 경우가 생기면 선배 직원에게 미리 전화를 꼭 하렴. 미팅, 조회, 워크숍 등 다른 부서 직원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는 더욱 행동에 신경 쓰렴. 이 때는 직속 선배도 후배 직원의 행동이 다른 직원에게 어떻게 비칠지 의식하게 되거든.



열여섯,

허드렛일이란 없다


"내가 이런 일 하려고 직장에 들어왔나?"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어. 입사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당연히 그럴 수 있지. 위대한 야구선수들도 공을 줍는 볼 보이 시절이 있었단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며 꿈을 키우지. 자, 그렇다면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자. 만약 업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이 들어왔는데 너라면 어떤 일부터 시키겠니? 출근하면 신입사원에게 시키는 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단다. 위험을 감수하고 신입사원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수는 없거든. 대개는 적당한 수준의 업무를 부여하지. 하지만 어떤 선배 직원은 일부러 허드렛일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해내기 버거운 일을 부여하기도 해. 일을 시키는 선배들이 공통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일을 대하는 태도'란다. 열정, 긍정성, 끈기, 책임감, 의지, 약속 준수, 시간 엄수, 꼼꼼함, 배려, 수용성 등등. 작은 일 하나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거든. 한편으로는 신입 때는 작은 일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단다. 선배 직원 입장에서는 작은 일을 해내는 것을 보면서 점점 더 큰 일을 맡기거든. 설령 선배 직원이 악한 마음으로 허드렛일을 맡기더라도 "일부러 나를 괴롭히려고 잡스러운 일만 시키나?"라고 생각하지 마. 너만 손해야. 업무의 가치는 일하는 사람이 부여하는 거란다.


린든 존슨 대통령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대통령이 로비를 지나다가 지저분한 바닥을 닦고 있는 청소부를 발견했다. 청소부는 콧노래를 부르며 바닥을 닦고 있었다. 그 모습이 즐거워 보여서 대통령은 부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그는 청소부에게 다가가 물었다.

"청소하는 일이 그토록 즐겁소? 비법을 듣고 싶구려.”
"각하, 저는 일개 청소부가 아닙니다.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출처: 노보인 (새벽편지가족)



열일곱,

노후(Know-who)가 중요하다


일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 친절하게 일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선배 직원은 많지 않단다. 대부분 스스로 깨달아가는 거야. 신입사원이 제 몸값을 할 정도로 업무 숙련도를 익히는데 적어도 1년 정도가 걸린단다. 밥값 하는 신입사원이 되기 위해 스스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단다. 업무 노하우(know-how)를 쌓기 위해서는 찾는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노웨어(know-where)가 중요하단다. 빨리 파악할 필요가 있지.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단다. 누가 정보를 알고 있는지 아는 노후(know-who)가 중요하단다. 직장에서 가장 칭찬받고 일 잘하는 사람을 빨리 찾아보아라. 그의 업무 노하우를 벤치마킹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단다. 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렴.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고를 벤치마킹하는 거란다. 좋은 인격을 가진 선배라면 업무 외적인 것도 조언을 구하렴. 하지만 가까워졌더라도 회사나 타인의 단점을 얘기하지는 않는 게 좋아. 자신의 단점도 말이지. 가까워지더라도 누구에게도 내 패를 다 보여주지는 마.



열여덟,

컴퓨터부터 켜지 말고 먼저 노트를 펼쳐라


일을 하기 전에 컴퓨터부터 켜지 말고 먼저 노트를 펼치렴. 그리고 육하원칙에 맞춰서 해야 할 일을 백지에 그려보렴. 급할수록 그렇게 하렴. 아빠도 일을 할 때 늘 하얀 무선 노트를 썼는데 도움이 많이 되더구나. 노트에 기록하는 것만큼 좋은 업무습관이 없단다. 너의 기억력을 믿지 말고 기록을 믿으렴. 노트가 한 권씩 늘어날 때마다 너의 업무 능력도 더 성장할 거야.


1) When: 언제까지 할지 데드라인 정하기 ex) 중간보고, 최종보고 시점 등 시간 계획 등
2) Where: 자료와 정보는 어디에 있는지 찾기 ex) 관련 자료 on/off 폴더 등
3) Who: 누구의 도움을 받을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ex) 업무 멘토 등
4) What: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우선순위 정하기 ex) 핵심업무 파악, 업무가 많으면 제거 요청 등
5) How: 어떻게 하는 것이 생산적 일지 고민하기 ex) 업무 순서, 업무 생산성 도구 등
6) Why: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일을 시킨 사람의 의중 파악하기 ex) 애매하거나 필요한 것 요청 등
"만약 나에게 나무를 베기 위해 6시간을 준다면 나는 도끼날을 가는데 처음 4시간을 쓸 것이다."
(Give me six hours to chop down a tree and I will spend the first four sharpening the axe.) - 아브라함 링컨 -


열아홉,

위기 시에는 '운 없는 아이' 전략을 써라


처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긴장을 하거나 익숙지 않지. 그러다 보면 본의 아니게 크고 작은 실수도 할 수 있어. 이름과 호칭을 잘못 부르거나(어떻게 그걸 금방 다 외워?), 파일을 첨부하지 않고 메일을 보내거나(급하다 보면 그럴 수 있지), 지각을 하거나(걱정하느라 잠 못 들어서 그럴 수 있지), 다른 메뉴를 만들거나(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뒷담화 하다가 들키거나(왜 하필 그 순간에), 분위기 파악을 못하거나(그렇지 않아도 이미 노력 중이지) 등등. 주눅이 들 필요가 없단다. 누구나 처음엔 작은 실수나 실패를 경험할 수 있어. 중요한 것은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거야.

만약 아찔한 큰 실수로 위기를 맞거든 당황하지 말고. 이렇게 해보렴. '운 없는 아이' 전략을 쓰는 거야. 무슨 얘기냐면 그런 실수를 할 사람이 아닌데, 운이 없어서 그랬을 거라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측은지심을 끌어내라는 거야. 우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해. 시간을 지체하다 일이 더 커지지 않도록. 선배 직원에게 즉시 알리렴. 정직이 최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해. 핑계를 대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하렴. 거짓말은 유통기한이 짧단다. 되도록 겸손해야 해. 평상시 근성과 성실로 선배 직원의 신뢰를 쌓으렴.


*출처: http://news.donga.com/home/3/all/20171024/86918805/2?



스물,

주인과 노예는 한 끗 차이다


딸아, "월급만큼만 일하면 되지!" 혹시 이런 생각으로 일한다면 네게 이로울 게 없단다. 프로 리그의 선수들 인터뷰하는 것을 보렴. 자신이 득점을 하는 것보다 팀이 승리해서 기쁘다고 하지. 프로 선수는 팀의 승리를 위해 뛴단다. 너 자신보다 회사를 위해 어떻게 기여할지 생각하렴. 평판과 몸값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거야. 조직은 너를 위해 있는 게 아니고 조직을 위해 있는 거란다. 조직은 비전과 미션을 위해 존재하는 거지. 조직에 몸담는 동안에는 조직의 비전과 미션을 위해 일하렴. 성공은 마치 청개구리 같아서 그렇게 남을 위해 일할 때 찾아온단다. 주인과 노예의 차이가 뭔 줄 아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주인이고, 남이 시키는 일을 하면 노예란다. 시키는 일만 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내가 할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하렴. 사랑하는 딸아, 팀의 승리를 위해 뛰렴.


"당신이 뭘 하면 좋을지 물어보세요. 제가 약속합니다. 멘토를, 후원자를, 성과를, 승진을 그리고 기회를 얻게 될 거예요. 회사에 기여하면요. 만약 그 기여가 당신 자신을 위한 거라면 얻을 수 없을 거예요"
-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 -



스물하나,

잠들기 전 5분은 하루를, 주말 5분은 한 주를 결정한다


첫 출근한 직장에서 난생처음 해보는 일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때도 많을 거야. 학교 다닐 때야 과제를 안 해가도 별 문제가 안될 수 있지만 회사는 그렇지 않단다. 놓친 업무로 인해 발생하는 파급효과가 생각보다 클 수 있어. 그래서 회사에서 맡은 일을 학교 숙제 이상으로 대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단다. 허겁지겁 출근해서 업무를 쳐내느라 정신없이 보내는 날이 거듭되다 보면 금방 지칠 수 있어. 미연에 방지해야 해. 시간관리의 본질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고 시간에 대한 통제력을 갖는 거야. 아빠가 추천하는 노하우가 있어. 할 일을 하루 전 날 잠들기 전에 찬찬히 정리해보는 거야. 5분 정도면 충분해. 잠깐 투자한 저녁 5분이 업무 중 5시간 이상의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단다. 그리고 일주일에 할 일을 주말에 찬찬히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보렴.

구체적인 방법 두 가지를 일러줄게. 하나는 '아이젠하우어 매트릭스'라는 시간관리 도구야. 꽤 유명한 툴이란다. 이 도구를 활용해서 중요도와 긴급도에 따라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보렴. 정말 효과적이란다. 일 하느라 시간에 쫓기더라도 자신감이 생기고 중요한 일을 놓치는 실수는 피할 수 있을 거야.

*출처: https://jamesclear.com/eisenhower-box


또 하나는 '주간 계획표' 작성하는 거야. 이 도구는 특별한 양식이 있는 건 아니야. 인터넷 검색을 하면 다양한 양식이 있어. 한 주간의 활동을 정리할 수 있는 한 페이지 시트면 충분해. 나만의 양식으로 예쁘게 만들어보렴. 이렇게 하루, 일주일을 미리 계획하면 '업무에 대한 통제력'이 생겨서 불안한 마음이 덜할 거야. 행복한 사람은 일과 삶에 대한 통제감이 높은 사람들이란다.



스물둘,

세련된 거절의 기술을 익혀라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때론 거절해야 할 상황이 생기게 마련이지. 이미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가 넘치는데 또 업무를 맡긴다거나. 약속이 있는데 갑자기 회의를 하자고 한다거나. 주말에 일정이 있는데 워크숍이 생긴다거나 등등. 그 모양도 다양하지. 요청을 다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생길 거야. 이럴 때는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세련되게 거절하는 기술이 필요하단다. 아빠가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볼까 해.


세련되게 거절하는 5가지 기술: SHAKE


1. "스트레스가 많겠어요" - 공감(Sympathy)하며 경청하고, 숨은 니즈(Hidden interest)를 찾는다.

우선 상대방의 요구를 주의 깊게 경청하고 공감하렴. 입장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위안이 될 수 있단다. 끝까지 상황을 들으면서 상대가 해결하고자 하는 숨은 진짜 니즈를 찾아보렴. 의외의 대안을 찾을 수도 있거든.

2. "도와드리고 싶은데 어떡하죠?" - 단호하게 거절 말고, 질문(Ask)을 통해 상대의 답을 유도한다.

"안돼요!" 다짜고짜 부정적 언어로 단호하게 거절하면 상대를 불편하게 할 수 있어. 사람들은 말투에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많거든. 의문이나 청유로 상대가 답하게 유도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지 싶구나.

3. "하필 오늘 친한 친구 아기 돌잔치가 있어서요" - 거절의 이유를 친절(Kindness)하게 설명한다.

거절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상대가 납득할 수 있단다. 되도록 구체적으로 거절할 수밖에 없는 내 입장을 전달하렴. 구구절절 구차하게 얘기할 필요는 없어. 거절의 이유는 간단명료하게 전하면 되거든.

4. "제가 내일 일찍 출근해서 처리해드리면 안 될까요?" - 효과적 대안(Effective solution)을 찾는다.

상대의 요구에 기꺼이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면 신뢰를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기대하지 않던 기회가 숨어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5. "한 번 생각해 볼게요" - 시간을 두고 사려 깊게 노력(Effort)하는 모습을 보인다

상대방의 요구가 거절하기 어려운 중요한 사안이라면 설령 돕기 힘들더라도 즉시 거절하지 않고 한 번 생각해 보겠다고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배려하고 사려 깊은 사람으로 보일 수 있으니 말이야.

딸아, 부도덕과 불법은 단호하게 거절하렴! 고민하지 말고 이직을 준비하렴. 세상에 거기보다 좋은 직장은 많단다.


스물셋,

속상해도 SNS에 감정적 메시지를 남기지 마라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힘들고 답답한 일이 생기게 마련이지. 이유는 대개 사람, 일, 조직 때문이지. 그중에서도 사람 때문인 경우가 많아. 직장생활 절반이 대인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아니 그 이상일 수도. 그만큼 소통이 어려워. 누구나 마찬가지야. 종종 정말 참지 못할 정도로 마음의 파문을 일게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지. 그때 특별히 마음관리를 잘하렴. 어려울 때 어떻게 난관을 극복하는가가 중요해. 마음 같아서는 당장 사표라도 던지고 싶지. 그 마음 오죽하겠니. 스트레스 풀 곳도 마땅치 않지. 이때 자칫 저지르지 말아야 할 실수가 있단다.


첫째, SNS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어린 애 같거든.

둘째, 공적인 자리에서는 되도록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안아 줄 사람이 없거든.

셋째, 몰래 복수하는 '수동적 공격성'은 좋지 않단다. 티가 나거든.



그런 네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많이 힘들구나'라고 공감할 수도 있지. 하지만 성숙하지 못한 모습으로 보이기 십상이란다. 일부러 강철멘탈인 것처럼 보이라는 얘기는 아니야. 적어도 불필요하게 약점을 보일 필요는 없다는 거야. 정말 스트레스받고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조금만 더 참았다가 퇴근 후 친한 사람에게 맘껏 하렴. 내 모든 것을 받아주고 껴안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말이지.


사랑하는 딸아,


넌 1군에 올라와 마운드에서 홀로 서서 공을 던지는 투수와 같아. 오랜 시간 준비와 기다림 끝에 그 자리가 선거야. 설렘과 떨림이 교차할 거야. 지금 그 자리는 아무나 설 수 없는 자리란다. 감사해야 해. 이제 용기를 가지고 네가 잘 던질 수 있는 공을 마음껏 던져봐! 홈런을 맞든 스트라이크 아웃을 잡든...


사랑하는 아빠가

2018. 01. 08



부족한 글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쉬운 부분을 보완하고자 마음 먹으니 끝이 없어서 <첫 출근하는 딸에게>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딸에게 쓰는 거라 고치고 또 고치고 하다 보니 1년이 훌쩍 흘러버렸습니다. 원문을 뼈대로 하되 많은 내용을 성의껏 추가하고 보완했습니다. 다시 태어난 거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단행본 활자로 독자를 기다립니다.




허 두영(작가, 강연자, 컨설턴트, 컬럼니스트)


(주)엑스퍼트컨설팅, (주)IGM세계경영연구원 등 인재개발(HRD) 전문 컨설팅 기관에서 컨설턴트와 교수로 일하면서 1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 공로로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 독립해서 (주)지스퀘어스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지금은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요즘것들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글 쓰고 강의하며 컨설팅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세대소통 컨설턴트이자 저자로서 [KBS 스페셜]의 ‘어른들은 모르는 Z세대의 삶’, 국회방송 [TV 도서관에 가다], KCTV 제주방송 [JDC 글로벌 아카데미], 경인방송 [사람과 책], 아리랑TV [아리랑 프라임]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는 『요즘 것들』(2018), 『첫 출근하는 딸에게』(2019), 『세대 공존의 기술』(2019), 『나는 오늘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데일리 루틴』(2021),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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