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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은 있는가?

[궁금했성경] 61화, 마지막까지 '나중'이라던 한 남자의 미지의 여정

by 허두영

들어가는 글


이 글은 성경에 근거한 정직한 상상이다. "지옥이 있는가?"라는 물음 앞에서, 김 나중이라는 한 사람의 마지막 밤을 따라가 본다. 이 서사는 성경이 말하는 지옥의 다섯 개념을 바탕으로 했다.


스올(Sheol)은 죽음 뒤 모든 이가 가는 어둠의 장소이며, 살아 있는 세계와의 단절된 곳이다.(창 37:35, 욥 7:9, 시 9:17) 음부(Hades)는 중간 대기소이다. 위로받는 자리와 고통받는 자리가 큰 구렁으로 갈라져 있다.(눅 16:19~26) 지옥(Gehenna)은 꺼지지 않는 불. 돌이킬 수 없는 형벌의 자리이다.(마 10:28, 막 9:43~48) 타르타로스(Tartarus)은 타락한 천사들이 갇힌 깊은 감옥이다. 인간이 가는 곳은 아니지만, 하나님의 공의가 얼마나 철저한지를 보여준다.(벧후 2:4, 유 6) 마지막으로 불못(Lake of Fire)은 최종 심판의 불. 둘째 사망. 악과 사망 자체가 종결되는 곳이다(계 20:14~15, 21:8).


앞으로 펼쳐질 김 나중의 스토리는 이 순서를 따라간다. 죽음 이후 스올에서 음부로, 심판대와 책들을 거쳐, 지옥와 불못에 이르는 한 사람의 여정이다.


마지막까지 '나중'이라던 남자


심장이 한 번 크게 뛰고 멎었다. 소리가 꺼졌다. 도시의 불빛이 유리처럼 부서져 내리더니, 어디선가 문이 열렸다. 끝이 아니었다.

발밑이 조용히 무너졌다. 회색 안개가 사방을 메웠다. 누군가의 속삭임이 귓가에 닿았다. "여기는 스올(Sheol)." 살아 있던 세상과 끊긴 자리.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손을 뻗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허공이 손바닥을 미끄러져 나갔다.(히 9:27, 시 9:17)


안개가 갈라졌다. 저편에는 따뜻한 고요, 이편에는 묵직한 갈증이 번졌다. 저편을 사람들은 아브라함의 품이라 불렀다. 이편은 음부(Hades)의 그늘. 말을 건네는 법이 잊힌 얼굴들, 타는 목을 감춘 체온, 말없이 웅얼거리는 후회가 공기처럼 떠돌았다. 그는 소리쳤다. "저쪽으로… 물 한 방울만!" 대답은 짧았다. "큰 구렁이 가로막았으니, 왕래할 수 없다." 그제야 그는 떠올렸다. 살아 있을 때 남들이 말하던 것들. 몸을 죽이는 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몸과 영혼을 함께 지옥(Gehenna)에 멸하실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라. 그때는 웃어넘겼다. 지금은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눅 16:19~26; 마 10:28)


시간이 흘렀는지 멈춰 있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지나고, 공기가 뒤집히듯 흔들렸다. 끌어 올리는 힘이 그를 붙들었다. 눈앞이 밝아졌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광휘 속에 큰 흰 보좌가 떠 있었다.

책들이 펼쳐졌다.

첫 번째는 죄의 책. 종이를 넘기는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살아서 했던 말, 남몰래 품었던 생각, 조용히 행한 일들, 복음을 들었으면서도 외면했던 순간들이 표처럼 정리되어 솟아올랐다. 자신의 선행이 적힌 줄을 더듬다 그는 멈췄다. 옆에 작은 글씨로 달린 주석 때문이다. "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 동기였다." 그는 입을 열었으나, 기록이 먼저 말을 걸었다. 기록은 변명보다 강했다. 그의 장부에는 십자가로 지워진 흔적이 없었다. 페이지들이 조용히, 그 페이지들은 망설임 없이 그의 앞에서 닫혔다.(계 20:11~13, 골 2:14)


다음으로 어린양의 생명책이 펼쳐졌다. 그는 떨리는 눈으로 자기 이름의 첫 글자를 더듬었다. 익숙한 성과 이름의 조합이 여럿 스쳐 갔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거기 없었다. 누가 판결문을 읽듯 선언하지 않았는데도, 그는 판결이 이미 끝났음을 알았다. 근거는 '죄의 책', 확정은 '생명책'. 길은 그렇게 갈라졌다.(계 20:14~15, 21:27)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또 다른 책이 빛났다. 기념책. 이름 없는 이들의 눈물과 조용한 충성이 잊히지 않고 새겨지는 책.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구원의 근거가 되는 책은 아니지만, 하나님이 경외하는 자들을 기억하신다는 증거라는 것을. 그 문장 하나가 가슴에 짧게 스쳤다가, 곧 붉은 열에 삼켜졌다.(말 3:16)


땅이 갈라졌다. 불의 심연이 입을 열었다. 불은 꺼지지 않았고, 벌레는 죽지 않았다. 살은 타서 없어진 것만 같은데, 의식은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 시간을 끝없이 늘렸다. 바깥 어둠 가장자리에서 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모래처럼 씹혔다. 그는 다시 물을 구했다. "한 방울만." 대답은 오지 않았다. 여기엔 샘도, 그림자도, 새벽도 없었다. 빛의 아버지가 비추지 않으시는 자리. 낮도 밤도 쉼도 없는 곳이었다.(막 9:43~48; 계 14:11)


저 멀리,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더 깊은 흑암에서 사슬의 번개가 번뜩였다. 타락한 영들이 심판 때까지 결박된 채 고요히 뒤틀리고 있었다. 그 광경은 단 한 문장을 또렷하게 새겼다. 이 왕국의 사법은 허술하지 않다.(벧후 2:4, 유 6, 13)


얼마나 흘렀을까. 그가 확실히 아는 건 하나였다. 끝이 없다는 것. 그 끝없음이 끝없이 자신을 파고들었다. 생각은 두 줄로 간명해졌다. 하나, 지옥은 하나님이 악의적으로 만든 방이 아니다. 둘, 지옥은 내가 하나님 없이 살겠다는 선택이 영원으로 굳어진 자리다. 그는 그제야 오래전 들었던 한 문장을 마음속에서 꺼내 들었다. 살아 있을 때 수없이 들었지만 단 한 번도 붙잡지 않았던 말. "오늘 주의 음성을 듣거든, 마음을 굳게 닫지 말라." 그러나 오늘은 이미 어제가 되었고, 문은 닫힌 뒤였다.(히 3:7~8, 마 25:10)


마침내 그는 불과 유황의 못에 이르렀다. 여기는 이미 짐승과 거짓 선지자가 던져져 있었고, 이어 사탄도 이곳에 갇혔다. 결국 사망과 음부 자체도 여기로 던져져 둘째 사망으로 종결되었다. 그는 숨을 들이켠 듯 입을 떼었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모든 말이 끝난 자리였다.(계 20:10, 14~15, 21:8)


나오는 글


여기까지가 한 사람의 마지막 밤이다. 이 서사는 공포로 협박하려는 게 아니다. 정의는 반드시 완성되어야 한다는 상식과, 자비는 지금도 열려 있다는 복음 사이에서, 우리 각자가 오늘 어떤 문을 통과할지 묻는 초대다. 만약 지금 이 순간이 당신의 마지막 밤이라면, 죄의 책은 무엇을 말할까. 그리고 어린양의 생명책에는 당신의 이름이 있을까. 문은 지금 열려 있다. 들어갈 수 있을 때, 들어가자.(골 2:14, 계 21:27)


허두영 작가


현) 인천성산교회 안수집사, 청년부 교사

현) 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 요즘것들연구소 소장


인천성산교회 홈페이지: http://isungsan.net

인천성산교회 l 인천이단상담소(상담 및 문의): 032-464-4677, 465-4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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