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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빗 May 21. 2016

모래시계

대한민국 두아이 아빠되기

또 한바탕 전쟁입니다.


5세여아와 엄마는 한숟갈을 놓고 씹었니, 삼켰니 난리네요.


어쩜 이리도 안먹을까요!

보다못한 저도 거들어 먹여봅니다.

한숟갈 먹이면 한시간입니다.


저역시 '배고프면 먹겠지 주의' 라서,

따라다니면서 먹이는걸 좋아하지 않아요.


아이가 먼저 찾을때까지 냅둬보기도 했더랬죠.

반나절, 하루, 이틀..

이틀이 지나도록 물만 먹고도 눈하나 깜짝 않하는 큰아이를 보고 두손두발 다 들었네요!



집이야 그렇다지만,

유치원에서도 그러니 문제입니다.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구들 모두 점심시간 놀이를 끝낼때까지 혼자앉아 먹고 있다네요.


그러니 지엄마 속이 터지죠.


매일 전쟁을 치르던 중,

아내가 방법을 하나 찾았습니다.


바로 모래시계죠.


드라마 '모래시계' 사진은 피싱용입니다~~


30분짜리 모래시계를 두고 그 안에 다 먹게 하는겁니다.


모래가 다 내려오기전에 먹은날은,

이렇게 벽에 스티커를 하나씩 붙이게 해줍니다.

상품이 걸린 애증의 스티커

물론, 10개 20개 모이면 선물을 주기로 약속하구요.



성공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대실패에요.


처음에는 모래시계를 신기해 하더군요

재밌어도 하구요

밥먹는 시간이 조금 빨라진것 같기도 했어요.



하지만 점점 모래가 내려오면,

조급해하는 모습이 심해졌어요.


나중에는, 모래가 거의 안남았는데 밥그릇에 밥이 여전히 남아 있는 모습에 엉엉 울기도 하구요.



아이에겐 모래시계가 내려가는 것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됐나봅니다.


왜이렇게 안먹는지, 큰아이에게 조용히 물어봤습니다.


"재미가 없어!"


그 대답이 재밌네요.

큰아이에게 밥은, 어른들의 생각처럼 배가 고프니 먹어야하는, 내 몸을 건강하게 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였던 거죠.


"아이에겐 삶 전체가 놀이다."
- (사)놀이하는사람들 이상호 대표


아이들을 보면 놀잇감이 아닌걸로도 소꿉놀이를 하곤하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는 아이를 꾸짖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어른이 보는것과 달리,


아이에겐 모든 장소가 놀이터고 무엇이든 장난감이 될 수 있는거죠


밥을 먹고 밥그릇을 얼른 비우는 '행동'에만 집중하기에, 엄마의 눈엔 그저 먹기싫어 딴짓하는 아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나봅니다.




요즈음엔 쪼오금,

나아 젔습니다.


사실, 밥을 먹는 양이나 속도는 그닥 크게 달라지진 않았네요.


그치만 훠얼씬,

밥상에서 엄마와 다투지 않게 되었답니다.


예전보다는 조금 더 밥먹는게 재밌어졌다고 할까요? 때론 손으로 닭다리를 뜯어먹기도 하고,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가 갑자기 생각나면 일어나 노래를 하기도 합니다.


밥 먹는 시간은 오히려 길어진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큰아이가 모래시계에만 갖혀 있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 웃음가득한 식탁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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