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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빗 May 25. 2016

분리불안

대한민국 두아이 아빠되기

둘째는 오롯이 제 몫인때가 자주 있답니다.


매일 새벽 식구들 중 가장 먼저 눈을 뜨는 둘째는, 침대 위에 큰아이와 잠든 엄마에게 도착하기 전에, 바닥 옆자리에 누운 저에게 먼저 잡히죠.


저녁에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둘째는 제 품에서 잠이듭니다. 큰아이는 여전히 엄마와 자야하니, 둘째를 먹여 재우는건 아빠 손에서 끝내야 하죠. 어려도 남자애라고 벌써 버티는 힘이 예사롭지 않은 둘째는, 낮에도 엄마보다는 저의 손 위에 놓여 있곤합니다.


그래서 인지, 둘째는 엄마보다 아빠를 더 따르네요. 외출에서 돌아온 엄마는 본듯만듯 해도, 퇴근길의 저를 향해서는 쏜살같이 다가옵니다.


저의 눈엔 그저 귀여운 녀석이 곧잘 따르니 기분이 좋았는데, 이 녀석이 '보채기' 스킬을 익히고 나선 얘기가 달라졌어요.


낮에도 징징징,

밤에도 찡찡찡,

잠시만 아빠가 안보여도 알단 사이렌이 울리죠. 재울땐 눕혀두고 일어나면 바로 등뒤에서 "으앙~" 샤우팅이 이어지네요.


보통 '껌딱지'라 불리우는 이 시기에 아이는 '분리불안'이라는 단계를 거쳐갑니다.


'분리불안' - 아이가 부모(보통 엄마)와 떨어지는 것에 공포를 느껴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으려 떼를 쓰는 행동.



큰아이도 꽤나 유난을 떨었던 기억이 나네요, 엄마에게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답니다. 안은 채로 화장실도 자주 갔었드랬죠. 둘째는 특이하게 아빠인 저에게 그런가봅니다. 그래도 낮 대부분 시간은 엄마와 같이 있는데 말이죠.




아직 걸음마를 떼지 못하는 둘째는 저희 부부의 불안(不安)입니다.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전, 둘째아이의 건강차트에는 붉은 글씨들이 어지러졌습니다. 더 큰병원으로, 또 다른 검사로, 이어지는 몇 번의 검사지를 받아들면서 우리 부부는 좌절하고 또 가슴을 때려야 했었습니다.


왜 우리냐고, 하필 내아들에게 그러냐고 신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이유없이 내자신이 싫어져 자책하고  후회한 밤들이 수없이 있었네요.


한없이 부족한 제가 거친 세상에 당당히 마주할 수 있었던건, 부모님이 주신 건강한 몸뚱이 덕분이라 생각하니, 아이에게 미안한 맘을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장애아의 부모로 산다는 것. 웃어도 완전히 웃을 수 없고, 즐거워도 완전히 즐거울 수 없다는 것. 어느새 우린 그 길의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애기가 귀에 이상한걸 하고 있어"

엘리베이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아이와 외출할때면 수차례 만나는 불필요한 시선들에 마음 아플때도 많았죠. 지금의 저희야 어떻듯 괜찮지만, 아들녀석이 자라서 홀로 마주하게 될 수많은 차별과 편견의 눈초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워졌습니다.


조금씩 주위와 공유할 수 없는 시간이 늘어갑니다. 가족나들이를 가기보단 병원을, 쇼핑을 하기보단 수술을 위한 준비를 해야합니다.


여태 우리 가족이 흘린 눈물과 불안감은, 자연스런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부터 멀어지는 분리불안, 그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느덧, 장애진단을 받은지 1년이 흘렀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듣지 못하고 걷지 못하며 말하지 못합니다.


비록 다 알아들을 수 없고, 표현하기 힘들지만, 둘째아이는 해맑게 웃습니다.

하루 수십번씩 넘어지지만 또 몸을 일으킵니다. 수차례 주사바늘에 울었다가도 언제그랬냔듯 까르르 미소를 보여줍니다.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예쁘지 않겠냐만은, 힘든 상황에도 위로가 되는 예쁜 미소를 가진 아이입니다.

우리의 불안이 저희를 위로하고 치유해 줍니다.



분리불안은 아이가 부모로 부터 독립하게 되는 시작점과 같습니다. 객체를 인식하고 부모와 내가 서로 다른 존재임을 인식하게 되는거죠. 그걸 인정하고 극복하면서 스스로 일어서는 나를 찾게 됩니다.


우리 가족도 단단해져 갑니다. 이 세상에 당당히 걸어 갈수 있게끔 첫 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여전히 약하고 넘어지고 때론 눈물짓지만, 더 웃으려 하고 더 믿어보려 합니다. 이 불안한 현실로부터 말이죠.


완벽한 아이, 문제없는 아이는 세상에 없다. 아이의 문제를 일일이 고쳐주고 잘못을 통제하려 하면 영원히 품안에만 둬야한다. 도리어 부모의 분리불안이 된다.
 -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는건, 완벽한 부모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다시 좌절하기도 하고 때론 원망 할지도 모릅니다. 떨쳐버리기 힘든 불안감에 마주하고, 먼저 저희 부부가 건강해지려 합니다. 건강한 육체보다 중요한,건강한 정신을 가진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말이죠.



언젠가 아이가 더 자라서 저를 향해 아빠라고 부르는 날이 온다면, 저와 함께 축구공을 차는 날이 온다면, 나즈막히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사랑을 나눠 줘야해, 오늘도 불안에 떨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서 너는 항상 돕고 감사하고 사랑해야만 해.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높은곳의 그 누군가가 너에게 건강한 육체 대신 건강한 정신을 주신거란다'



분리불안을 겪는 아이에게 부모는 강한 애착을 심어주는게 필요합니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곧 돌아올꺼야' 하는 믿음 말이죠.
장애아의 부모 된 입장으로 이 사회에 바라는 작은 바램은, '이 사회가 나를 필요로 하는구나! 나에게도 기회가 있을꺼야! 하는 믿음을 주는 곳으로 나아가길 바래봅니다. 그 믿음이 저희가 다시 일어나 세상의 품을 향해 달려가는 힘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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