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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빗 May 31. 2016

어른되기

대한민국 두아이 부모되기

"아빠 나도 얼른 어른이 될거야"


큰아이는 요즘 어른놀이에 재미가 들었습니다. 어른이 된 것처럼 흉내를 내고 다니는 거죠. 오늘은 고무장갑을 찾더니 설거지도 하겠다네요. (어른이 되고 먼저 왜 설거지부터 하는진 모르겠네요^^;)


딸아이가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마음을 모르진 않습니다. 저 역시 유년시절, 어른이 되고 싶단 생각을 수천번도 더 했으니까요.


"왜 어른이 되고싶어?"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그럼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데?"

"......?!"




1.

얼마전 시간을 내어 영화 '인턴'을 보았습니다. 역시 다들 추천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네요, 꽤 재밌게 보았드랬죠.


모두에게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로버트 드니로 역)의 모습이 특히 인상깊었어요. 70세가 믿어지지 않는 센스와 언제나 잃지 않는 온화한 미소, 여유와 위트. 어쩌면 우리 주변엔 거의 보기 힘든 어른이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건지도 모르겠네요.


문득 영화 속, 주인공 ''의 대사가 꽤 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가만히 보고나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력남 '벤'은 다른 직원들의 2배 넘는 나이지만, '말'보다는 '행동' 한다는 것이었죠.


쓰레기통이 되버린 책상 위를 정리하고, 젊은 여사장의 운전기사를 자처하며, 이메일을 제거(?)하는 미션에도 발로 직접 뜁니다. 만약 그가 먼저 구구절절 말부터 늘어놓았다면 어땠을까요? 난관에 봉착한 여주인공 '줄스'에게 '이봐, 나는 직장생활을 40년 가까이 한사람이야, 내 말을 들어봐' 이렇게 말이죠.


그건 훈계와 질책으로 보여질지도 모릅니다. 말이 앞서게 되면 가르치려 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죠. 자칫 듣는이에게는 지시사항이나 잔소리 정도로 들릴지도 모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시니어들이 보이는 특징일지도 모릅니다.)


2.

갑자기 실직자가 된 요리사 아빠와 아들이 푸드트럭과 함께 떠나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 에도 인상깊은 장면이 있습니다.


낡은 푸드트럭을 재정비 하는 중, 주변의 이름모를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받게 됩니다. 요리사인 아빠는 그들에게 무료로 트럭에서 첫요리를 제공하죠. 이때, 아들은 까맣게 타버린 마지막 샌드위치를 손님에게 건네려 합니다. 돈도 내지 않았는데 뭐 어떠냐 말하는 아들에게 아빠가 말하죠.


아빠가 뭐든 잘하는건 아냐, 최고의 남편도, 아빠도 아니었지.
하지만 이건 달라. 요리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나도 거기서 힘을 얻지. 난 이 일을 사랑해. 그리고 그것을 너와 공유하고 싶은거야.
자, 이래도 그 샌드위치를 손님에게 줘야할까?"


함께 푸드트럭을 타고 미국 전역을 움직이며, 아빠와 아들은 서로를 더욱 이해하게 됩니다. 같이 부데끼며 '행동'하는 아빠의 모습을 통해 진심으로 아빠를 사랑하게 됩니다.

한때는 일류 레스토랑 셰프였던 주인공이 낡은 트럭을 빌려 행동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아들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위해 직접 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중요한 이야기라도 그냥 말로만 시키고 전하려 했다면, 아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가끔씩은 깜짝 깜짝 놀래곤 합니다. 큰아이가 제가 한 것과 똑같이 행동할 때 말이죠. 하지말라고 아이에게 지도 하고선, 돌아서서 제가 잘못한건 아닌가 반성하게 됩니다.


길을 가다보면 간혹, 아이와 함께 무단횡단을 하는 부모님들을 보게 됩니다. 물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학교에서 배우는 ''이 아니라 '행동'을 기억합니다. 책에서는 안된다고 말했지만, '아, 무단횡단을 해도 되는거구나', 이렇게 말이죠.


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작은 행동부터, 많은 사람을 위하는 용기있는 행동까지. 우리는 이를 책임감이라 부릅니다. 사소하지만 책임감있는 행동들. 이것이 우리를 더욱 '어른'에 다가가게 합니다.


작은일들에 충실하십시요. 당신을 키우는 힘은 바로 거기 있으니까요.
- 마더 데레사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될지 큰 고민없이 '사회적 어른'을 맞이 합니다. 사실, 한국교육의 특징상, 자신이 어떤사람인지 돌아볼 시간이 거의 없죠. 빠르게 나아가는 사회는 성공의 크기만큼 그림자를 만들기 마련입니다. 때론 책임감없이 주어진 권리들에 많은 문제들이 일어나기도 하죠.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어른이 되는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일 것입니다. 마치 좋은 부모되기 처럼 말이죠. 어떤 어른이 될지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과정이겠죠. 분명한 것은, 저멀리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란거죠. 바로 '벤'이 그러했듯이, 자신의 손 닿는 가까운 곳 부터 한걸음씩 '행동' 하는 것입니다.


두 아이가 태어나던 날, 통장을 하나씩 만들었습니다. 통장 이름은 '기부통장'입니다. 이름이 좀 거창한가요? 한달에 5천원씩, 1만원밖에 되질 않습니다. 혹자는 아이가 커서 성공하면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우리가 갑자기 100kg 바벨을 들지 못하듯, 남을 돕는 일도 조금씩 연습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매달 차곡차곡 모으는 과정과, 작지만 '행동'하는 과정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아직 색칠하지 않은 도화지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그건 나이와 무관합니다. '어른 흉내내기 놀이'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자신만의 색깔을 하나씩 찾는 '행동'을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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