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lasses

내가 보는 세상

by 데이빛

교대 시절 자신에 대해 소개하는 과제가 있었다.


방식은 정해진 것이 아니고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학기 초 아이들에게 자기 소개를 하도록 하는 활동을 논하면서 교사들이 먼저 직접 시연해 보는 과제였다.


나는 이 당시에 기독교 세계관에 대해 알아가는 단계였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안경이라는 비유를 사용하여 내가 한국에서 캐나다로 넘어간 이야기, 그리고 내 대학 시절의 이야기와 내 정체성에 대해서 자전적 동화로 만들었다.[1] 감사하게도 교회의 누나가 일러스트레이션을 할 수가 있어서 멋진 그림들과 함께 만들 수 있었다.


책에는 내가 대학 시절 다양한 '안경'을 쓰게 되며 본 세상을 표현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모든 안경을 한꺼번에 다 쓰려 보니 혼란이 오고 아무것도 못 보게 된다. 그래서 결국 내가 원래 썼던 그 안경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다민족 국가인 캐나다에서 인기 있는 주제 중 하나인 '나는 나야, 나의 정체성을 지키겠어'라는 메시지를 담기는 했지만, 사실 그것이 내가 원했던 글의 주제는 아니었다.


내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내가 원래 쓰고 있던 그 안경을 통해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고, 그것을 지으신 창조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야기 말미에 데이비드가 결국 자신의 원래 안경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오랫동안 쓰지 않아 흠이 났던 안경을 고치러 안경원에 가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이 안경원 주인을 창조주로 설정을 했다. 물론 이 책에선 다 담을 수는 없었지만, 나중에 프리퀄과 같이 이 안경원 주인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각설하고 직접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책 마지막의 질문에 대한 당신의 답변이 궁금하다.


댓글로 생각을 나눠주시면,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의 '안경'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가 사는 나라에서는 모두 똑같은 안경을 쓰고 있었어요. 물론 안경을 아예 쓰지 않는 사람도 있었지만,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항상 “그” 안경을 썼답니다. 모두가 같은 모습에 익숙했기 때문에 아무도 불평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데이비드가 열네 살이 되던 날, 아버지는 그를 단풍잎 나라로 보내기로 결심했어요. 그 나라는 데이비드의 나라보다 무려 99배나 컸답니다.


“데이비드야, 네가 아직 어리다는 건 알지만, 네가 지금 보고 있는 것 이상의 세상이 있다는 걸 꼭 경험했으면 좋겠구나.”


가족과 떨어지는 것이 싫었지만, 데이비드의 마음은 이미 상상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싶어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단풍잎 나라는 정말 놀라운 곳이었어요! 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 크고, 집들 옆에는 끝없이 펼쳐진 초록 잔디밭이 있었어요. 길은 넓고 곧아서 지도를 보지 않아도 쉽게 새로운 장소를 찾을 수 있었죠. 처음엔 사람들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언어를 배우고 친구들도 사귀게 되었어요.


하지만 뭔가 허전했어요. 데이비드는 자기 나라에서 익숙했던 안경이 여기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죠. 하지만 새로운 학교생활과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너무 바빠 깊이 생각할 틈은 없었어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마친 데이비드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더 큰 도시로 이사를 갔어요.



대학에서의 첫 수업은 단풍잎 나라를 처음 보았을 때보다도 더 놀라웠어요. 데이비드가 깜짝 놀란 건 커다란 강의실만이 아니었어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다양한 종류의 안경들이 사람들의 얼굴에 빛나고 있었죠. 게다가 익숙한 안경도 보여서 반갑기까지 했답니다.



대학 생활 동안 데이비드는 정말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어요. 그중 한 친구는 아주 이상하게 생긴 안경을 쓰고 있었죠.


“와, 너 그 안경 진짜 멋지다! 나도 한 번 써봐도 돼?” 데이비드가 물었어요.


“그럼! 여분이 있으니 하나 줄게. 이 안경을 쓰면 세상의 모든 작은 디테일까지 볼 수 있어. 심지어 너를 이루는 세포도 볼 수 있지!”


안경을 쓰는 순간, 데이비드 앞에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어요. 데이비드는 이 안경이 너무 마음에 들어 한동안 가지고 다녔답니다.




몇 달 후, 데이비드는 녹색 선글라스를 쓴 한 소녀를 만났어요.


“와, 그거 그냥 평범한 선글라스 같지 않은데? 나도 한 번 써봐도 돼?”


“물론이지! 여분이 있으니 너한테 선물로 줄게. 이 안경을 쓰면 세상이 온통 초록빛으로 깨끗해 보일 거야.”


데이비드가 그 안경을 쓰자마자 마치 숲 속 한가운데 있는 듯한 신선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 안경도 너무 마음에 들어 데이비드는 계속 가지고 다녔답니다.



새로운 안경을 가지고 다니던 데이비드는 또 다른 친구를 만났어요. 그 친구는 무척 특이한 안경을 쓰고 있었죠.


“저건 뭔가 독특한 안경인데? 나도 한 번 써봐도 돼?”


“그럼! 이 안경을 쓰면 세상 모든 것을 숫자로 보고, 측정하며 소중히 보관할 수 있어"

데이비드가 안경을 쓰자, 주변에 숫자와 그래프, 차트가 떠다니는 게 보였어요. 데이비드는 이 안경도 마음에 들어 학교 매장에서 하나 구입해 계속 가지고 다녔답니다.



며칠 후, 사람들은 새로운 선글라스를 나눠주고 있었어요. 이번에는 녹색이 아니라 보라색이었죠.


“이 보라색 안경, 뭔가 신비로운 느낌이 드네. 나도 한 번 써볼 수 있을까?”


“그럼! 이 안경을 쓰면 모든 것이 차분하고 성스러워 보일 거야. 분명 마음에 들 거야.”


안경을 쓰자마자 데이비드는 겸손한 마음이 들었고, 세상이 훨씬 평화롭게 느껴졌어요.




데이비드는 그동안 모아둔 안경들이 모두 좋아서 한꺼번에 써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안경을 전부 쓰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세상이 빙글빙글 돌며 깜깜해져 아무것도 알 수 없었죠.


실망한 데이비드는 새 안경들을 벗고 원래의 안경을 찾으려 했어요. 그런데 소중히 관리하지 않았던 탓에 안경은 흠집투성이에 먼지가 가득했답니다. 결국 깨끗이 닦고 고치기 위해 안경점으로 갔어요.



수리하고 깨끗이 닦은 원래의 안경을 쓰자, 세상은 다시 원래대로 보였어요. 특별히 화려한 효과는 없었지만, 나무는 나무로, 건물은 건물로, 사람은 사람으로 보였죠. 가끔 새로운 안경이 생각날 때 한 번씩 써보기도 했지만, 데이비드에게 가장 잘 맞는 건 언제나 원래의 안경이었어요. 이 안경은 너무 자연스럽게 잘 맞아서 쓰고 있는 것도 잊을 정도였죠. 무엇보다, 이 안경은 데이비드에게 그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항상 기억나게 해 주었답니다.


그래서 궁금해요…


오늘 당신은 어떤 안경을 쓰고 있나요?





[1]많은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하는 작가들은 기독교 세계관을 안경이나 렌즈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틀로 설명을 많이 하는데, 아마도 나역시 이런 곳에서 영감받아 안경이란 소재를 쓴 듯 하다. 또한 국내 기독교 세계관 입문서중 하나인 "니고데모의 안경" 역시 세계관을 보는 틀을 안경으로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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