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상의 발견
여느 초임 교사가 그렇듯, 나도 부푼 꿈을 안고 첫 수업에 임했다. 특히 캐나다에서 배운 다양한 교육 방식을 적용해 보고 싶었다. 모두가 다르게 배우는 것을 고려해 수업을 설계하고, 협동과 토론을 통해 ‘아름다운’ 교실 환경을 만들어보겠다는 다짐도 했다.
하지만, 그런 꿈은 단 일주일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현실은 내 기대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익숙하지 않은 교육과정과 학생들의 다양한 학업 수준부터 시작해, 대부분이 한국 학생인 국제학교에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매일이 도전이었다. 초임 교사로서 학급 관리의 문제는 더욱 컸다. 아이들에게 착한 선생님으로 보였지만, 그것은 곧 쉽게 봐도 되는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내 말을 잘 듣지 않았고, 기독교 교육은커녕 내 앞가림하기에도 바빴다.
그때 교장 선생님께서 강조하신 것이 바로 고전 교육이었다. 그 당시 나는 고전 교육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다. 교장 선생님은 교사 필독서로 이지성 작가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추천하셨다. 당시 한국에서는 인문학 열풍이 시작되고 있었고, 누구나 책을 많이 읽으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어려운 고전 책을 읽으며 인생이 바뀐다는 이야기는 뭔가 새롭기도 하지만 도전적인 발상이었다. 물론 비판할 수 있는 지점이 꽤나 있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름 수긍할 만한 부분들이 있었고, 그로 인해 고전 교육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특히 필사를 중요시했다. 사자성어나 논어의 구절을 필사하고, 거기에 느낀 점을 적는 작업을 매일 반복했다. 성경 구절 암송도 꾸준히 진행됐다. 캐나다에서 배운 나로서는 이러한 반복 학습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거기서는 손에 힘이 부족하거나 글쓰기 자체가 힘든 학생들에게 타자를 치면 된다고 했고, 암기 위주의 학습은 낡은 방법이라 여겨졌다.
몇몇 교사들은 고전책을 초등학생에게 읽히거나 필사를 시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생소하기도 하고,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학습 방식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쉬운 책들도 이해를 못 하고 버거워하는데, 무슨 고전책이란 말인가. 하지만 나는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재미있게 읽으며 공감한 부분이 많았고, 고전 교육이 가진 가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어느 날 교장 선생님이 나와 초등부 선생님들을 따로 불러 모으셨다. 학교의 리빌딩 과정에서 초등학생들에게 고전 교육을 도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셨다. 그러면서 한국에 고전 교육을 기독교 교육과 접목한 학교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신 듯했지만, 그 말은 내 안에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던 어느 날, “혹시 나만 모르는 더 나은 방식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그렇게 우연히 한 출판사를 발견했고, 뭔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바로 그 서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