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집과 같이 우리도 아이를 재울 때 침대에서 30분에서 1시간가량 뒹구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가 쉽게 잠들 수 있게 긴장을 풀어주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왔는데 지금 정착한 방법은 이렇다. ‘책 두세 권을 읽기’, ‘기도’, ‘발마사지’, ‘쭈까쭈까 쭉쭉’, ‘축복 샤워’.
아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방법 대부분이 아이 입맛에 맞았는지 이 중에서 하나라도 빼면 울상을 짓는다.
책 읽는 시간을 제외하고 10분정도 소요되는 위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기도’는 무릎 꿇고, 손을 모으고 침대에서 기도를 드린다. 매일 하루를 잘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기도. 어른인 나도 습관처럼 하지 못했던 기도를 아이 덕분에 하게 된다.
‘발마사지’의 시작은 신생아 때보다 제법 커진 발로 어린이집과 놀이터를 쏘다니느라 피로했을 것 같아 마사지를 해줬다. 자그마한 발을 내 코에 갖다내고 킁킁 맡으며 “좋은 냄새 난다.”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줬다. 요 쪼그만 발에서도 발 냄새가, 하지만 기분 좋은 냄새가 나는 게 신기했다. (초등학생만 돼도 향기라고 여겨지지 않는 진정한 발 냄새가 나겠지?) 그랬더니 다음 날부터 자려고 누우면 “발 마싸디 해됴!”라며 발을 뻗는 것 아닌가. 간지럽다면서 매일 해달란다.
‘쭈까쭈까 쭉쭉’은 실재하는 노래는 아닌데 언젠가 머릿속에서 떠다니는 멜로디를 붙잡아 만들었다. 다리만 해줬더니 이제는 팔부터 다리까지 이어서 해달라기에 몸 전체를 조금 압박하면서 어깨부터 발끝까지 마사지를 한다. 예전에는 해주는 대로 가만히 즐겼던 로디가 이제는 매번 마사지 때마다 원하는 방식을 말해줘서 나도 그것을 따르고 있다.
마무리 단계인 ‘축복 샤워’는 최근에 만들었는데 아이 배부터 다리까지 쓸어내리면서 ‘우리 선한 로디’, ‘우리 빛나는 로디’, ‘우리 명석한 로디’, ‘사랑이 많은 로디’ 등 앞으로의 로디가 살아갔으면 하는 삶의 모양을 더하여 마사지를 한다.
그런데 요, 요 귀여운 녀석이 자기 마사지 받았다고 엄마한테 발마사지를 해주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사실 발이라는 부위가 그리 자랑스럽지 못한 부위라 살면서 샌들을 신어본 적이 거의 없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남편과 해외여행 가서 해변에 나갈 때 두어 번 신은 것이 전부다. 헌데 요 꼬맹이가 엄마 발을 마사지한다고 덥석 잡더니 갑자기 자기 코로 가져간다.
“악, 로디! 아니야, 아니야!”
“음~ 냄셰~”
얼굴을 감싸고 로디가 눌러주는 압을 느껴본다. ‘오, 제법인데?’ 생각보다 힘을 잘 준다.
“이제, (침 꼴깍) 쭈까쭈까 쭉쭉 해주께.”
발마사지 하나로도 힘을 다 뺀 것 같은데 쭈까쭈까도 해주겠다고? 한 다리, 한 다리를 번갈아가며 접어야 되는데 자기 키보다 긴 내 다리를 하나씩 접을 때마다 헥, 헥 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여기서 키가 더 크면 안 되는 나인데 자기 딴은 마음과 정성을 다해 쭈까쭈까를 해주는 것이 느껴져 뭉클하기까지 했다.
“이제 축.뽁.샤.어 해줄게!”
발음이 어려운지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을 주며 말하는 축복샤워. 앞선 마사지들에 마음이 이완되어 편안하게 누워 있었는데,
(퍽)
“얽!”
“우리...”
(퍽)
“앍!”
“빛나는 엄마아!”
“아, 잠시. 로디. 엄마, 아야해.”
“(광기로 빛난 눈동자) 우리...”
“잠시! 잠시만!”
(퍽)
“소망이 엄마아!”
무드등만 켜진 상황에서 로디가 내 배를 덮칠 때 벽에 큰 그림자가 드리우는데 조금 무서웠다. 아마 로디는 이 순간을 위해 발마사지와 쭈까쭈까를 정성껏 해준 것이 아닐까.
한사코 거절해도 로디는 매일 밤 내게 그렇게 마사지를 해준다. 부드러운 축복샤워를 어떻게 가르쳐줄수 있을지 연구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