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스티치의 그 노래
애니메이션 '릴로 & 스티치'를 보면, 오프닝 장면에서 흥겨운 하와이 전통 훌라댄스 장면이 나온다. 그때 배경 음악으로 흐르는 곡이 바로 'He Mele No Lilo', 즉 '릴로를 위한 노래'이다. 경쾌한 리듬과 밝은 멜로디 덕분에 이 곡은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 곡에 맞춰 훌라춤을 배우면서 노랫말을 살펴보니, 한 구절이 눈에 띄었다.
Ea mai ke ali’i kia manu
Ua wehi i ka hulu o ka mamo
에아 마이 케 알리이 키아 마누
우아 베히 이 카 훌루 오 카 마모
마모새의 깃털로 화려히 장식한 새 사냥꾼의 왕이 온다.
가사 속 ‘마모(Mamo)’가 새라는 걸 알고 호기심이 생겼다. 어떻게 생긴 새일까? 왕의 장식에 쓰인 깃털이라면 분명 귀한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마모는 노란 깃털을 가진 작은 새다. 하와이에서는 깃털의 색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노란색 깃털은 신성함과 태양, 신의 축복을 상징하고, 붉은색 깃털은 용맹함과 전사의 정신을 의미한다.
마모의 노란 깃털은 하와이 왕족들의 깃털망토인 아후울라(ʻAhu ʻula)와 깃털투구인 마히올레(Mahiole)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이 망토를 걸친 사람은 태양신 카네(Kāne)의 보호를 받는다고 여겨졌다. 깃털이 많을수록 왕권의 신성함이자 왕족의 권위를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이었다. 그만큼 새는 신중히 보호되었다. 한 벌의 망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만 마리의 마모새가 필요했지만, 하와이 원주민들은 신의 축복을 받은 새인 마모를 죽이지 않고 일부 깃털만 뽑아 방생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이 신성한 새는 이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마모는 더 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고, 이야기 속에서만 남아 있다. 하와이 땅에 유럽인들이 찾아들면서, 마모새 깃털의 가치가 급격히 올라갔다. 그들은 마모의 깃털을 얻기 위해 과도한 사냥과 서식지 파괴를 자행했다. 결국 마모는 1898년을 마지막으로 멸종하고 말았다.
하와이 원주민과 유럽인은 하와이 땅에 대한 태도와 주인의식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하와이 원주민들에게 땅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을 ‘아이나(ʻĀina)’, 즉 땅의 일부로 여기며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받아들였다. 자연은 신과 조상에게서 받은 신성한 대상이었고,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유산이었다. 마모새를 죽이지 않고 깃털 일부만 채취한 것도 이러한 신념에서 비롯되었다. 자연은 나를 비롯해 공동체를 살리는 모체였다.
아이나 카우아(Kanaka Maoli ‘āina kaua)
땅이 곧 우리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자연의 순리 속에서 다른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우선시 했다. 자연을 또 다른 '나'이자 '부모'로 여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와이의 노래와 춤을 보면 이러한 신념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자신이 사는 땅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지 가사에 담아 노래하고 춤춘다. 그들에게 이 땅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반면, 유럽인들은 하와이를 정복하고 이용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에는 하와이 땅에 대한 고귀한 시선은 없었다. 자연은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마모새의 노란 깃털이 희귀하다는 걸 알게 되자, 더 많은 양을 확보하기 위해 대량으로 사냥하기 시작했다.
하와이 원주민들에게 마모새의 깃털은 신성한 축복이었지만, 유럽인들에게는 돈이 되는 상품이었다. 그들은 거침없이 마모새를 잡았고, 결국 마모의 운명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하와이인들은 자신들이 소중히 여기던 마모새가 무분별하게 사냥되고 착취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그것은 단순히 한 종의 소멸이 아니라, 하와이 문화와 신념, 정체성의 일부가 강제로 사라지는 과정이었다. 또한, 하와이 왕국의 상징과도 같았던 마모새의 죽음은 왕국의 종말이자 나라를 영원히 빼앗기는 운명의 서막과도 같았다.
톨스토이 문학상을 받은 책 '작은 땅의 야수들'을 보면, 신성하고 영험한 존재로 여겨지던 호랑이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인들은 무분별한 사냥으로 호랑이를 멸종시켜 버렸다. 이 광란의 수탈을 바라보며 느꼈을 우리 백성의 한과, 마모새가 사라지는 광경을 지켜보았을 하와이 원주민들의 한은 닮아 있지 않을까.
마모는 사라졌지만, 노래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 마모의 화려한 깃털망토를 두른 왕의 자존심이 노래 속에 남아 있다. 마모는 사라진 하와이 뿌리에 대한 상징과도 같다. 훌라를 출 때 우리는 멜레(노래)와 함께 몸을 움직인다. 하와이 원주민들에게 멜레와 훌라는 이야기 저장고나 다름없다. 더 이상 하와이 숲을 나는 마모는 없지만 노래 속에서, 춤 속에서 마모의 존재를 되새겨본다. 쓰린 상실감을 잠시 잊고, 화사한 마모가 하와이 하늘을 날아오르던 그때를 상상해본다.
- 훌라춤추고 명상하는 여자 -
https://www.instagram.com/hula_garden?igsh=ZDVwMjdubGo0ZGo1
https://blog.naver.com/dawn0208/223788530197
#훌라댄스 #훌라춤 #다이어트댄스 #스트레스해소 #명상 #여자 #흥겨운 #릴로와스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