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찾습니다

치매환자의 배회

by 새벽한시

내 생애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한 건 두 번.

첫 번째는 5년도 넘은 예전에 내 아이를,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 엄마.


대학병원에서 정기적으로 받는 검사를 위해 엄마를 모시고 남동생 집에 갔다. 엄마가 사는 곳은 대형병원이 없기에 2시간 거리의 큰 도시까지 와야 했는데, 다행히 남동생이 거기 살아서 남동생 집에서 하루 자고 진료를 보기로 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뭐하러 병원을 간다고 그러냐? 나는 귀찮아서 안 갈란다"

"엄마, 이상해서 가는 게 아니라, 정기검진이야. 정기적으로 검사해봐야 조금만 이상해도 금방 발견해서 치료하지"


엄마는 본인의 인지능력이 저하되었거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는 엄마에게 치매 증상이라 말할 수는 없어, 이렇게 검진이라고 하면서 끈질기게 설득해 결국 엄마를 모시고 집을 나섰다. 그러나 남동생 집에 와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앉아있는 30분 동안 엄마는 "집에 가자"라는 말을 5번도 넘게 한다. 본인이 그걸 반복해서 말한다는 걸 모르는 것처럼, 처음 말하는 것처럼 계속 이야기한다. 덩달아 나도 "엄마, 내일 병원 가야 하니까 오늘은 집에 못 가고, 내일 진료 보고 갑시다"라는 말을 열 번 넘게 반복해야 했다.



엄마랑 한 방에서 자는데 부지런한 엄마가 아침 일찍부터 옆에서 바스락거리니 살짝 깼다가 다시 졸린 눈을 감았다. 30분쯤 더 잤으려나.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올케가 아침 준비를 하고 있다. 엄마를 찾는데, 거실에도 화장실에도 없다. 불안한 마음에 현관을 보니 엄마의 신발도 없다.

문제는 엄마의 외투도, 휴대폰도 곱게 방에 놓여있다는 거다.


부랴부랴 남동생이랑 같이 아파트 단지 안을 뒤져보는데 아무리 찾아도 엄마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침 이른 시간인데다 비까지 부슬부슬 내려서 외투를 안 입고 나간 엄마는 추울 것 같아서 마음이 급해진다. 청소하고 계신 경비 아저씨에게 물어봐도, 근처 가게에 들어가서 물어봐도 비슷한 사람을 본 적 없단다. 엄마가 길을 헤매면 지나가는 사람에게 휴대폰을 빌려서라도 연락을 할 거라고 애써 생각해보지만, 한 시간 정도가 지나도 엄마에게서는 연락이 없다.

'엄마가 병원 가기 싫다고 했는데 내가 고집부려서 괜히 여기까지 모셔왔다가 엄마를 잃어버리나' 싶어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경찰에 신고하고, 남동생이 아파트 CCTV를 확인했다. CCTV를 보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 엄마는 다시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해 지하주차장을 한참 헤매다 차로로 빠져나와 단지 밖으로 사라졌다. 부랴부랴 단지 밖의 길을 따라 걸으며 찾아보는데, 남동생한테서 엄마를 찾았다고 연락이 왔다. 집에 가려고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었단다. 나중에 아무렇지 않은 척 엄마한테 물으니 택시 타고 엄마 집까지 갈까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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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는 요양원이나 치매 시설 앞에 가짜 버스 정류장이 있단다. 시설은 나온 치매 노인들이 집에 돌아가려는 회귀본능으로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나중에 또 엄마가 없어지면 근처의 버스정류장부터 찾아봐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기면 좋겠다. 일단 엄마의 지문등록부터 하고 전화번호를 넣은 목걸이도 주문해야겠다.


'아이가 좀 더 크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엄마랑 해외여행 많이 다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시간을 충분히 갖기도 전에, 같이 놀러 다니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마저 추억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엄마가 버스 타고 우리 집까지 오면 다음날 같이 공항 가서 해외여행 다녀오기도 했는데, 이제 혼자 버스 타시게 하는 것도 불안해졌다. 점점 엄마의 공간이, 엄마와 공유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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