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행동의 주기가 짧아지다
엄마는 집안에 쓰레기가 쌓여있는 꼴을 보지 못한다. 쓰레기봉투에 담겨있는 일반쓰레기나 음식물 쓰레기는 생기는 족족 갖다 버려야 속이 시원한가 보다.
여름휴가라 엄마 집에 내려가서 며칠 머물렀다.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담을라치면 어느새 쓰레기봉투가 없어져있다. 반도 차있지 않은 쓰레기봉투를 내가 한 눈을 판 사이에 이미 갖다 버린 것이다. 쓰레기봉투를 들고나가려는 엄마를 하루에도 10번씩 붙잡아야 했다.
"엄마, 쓰레기봉투 아직 반도 안 찼어. 쓰레기 버릴 거 또 있으니까 이따가 갖다 버려"
"엄마, 돈 많으신가? 쓰레기봉투도 돈 주고 사야 하는데 왜 자꾸 비어있는 봉투를 막 갖다 버려?"
그래 놓고 잠깐 뒤에 쓰레기를 담을라치면, 또 봉투가 없어져있어서 짜증이 난다. 결국은 엄마가 못 보게 방구석에 쓰레기봉투를 숨겨두고, 보물상자처럼 몰래몰래 쓰레기봉투를 채웠다.
엄마 집에 있는 며칠 동안 집안 여기저기를 청소하느라 바빴다. 냉장고에 오래된 음식과 유효기간이 지난 식료품을 버리고 용기를 설거지하고, 그러고 나면 또 새로운 음식을 채워 넣고... 방구석구석 쓰지 않는 물건들을 다 꺼내서 버릴 것과 쓸 것을 구분해서 내다버리고, 청소해서 다시 정리하느라 일이 끝도 없었다.
치매가 있더라도 자꾸 무언가를 하게 하고, 집안일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기에 엄마한테는 마른빨래를 개 달라고 부탁했다. 마른빨래를 걷어낸 자리에 새로 빤 옷을 널어두고, 방을 청소하는데 잠깐 뒤에 엄마가 새로 널어놓은 빨래를 걷어와서 개고 있다.
"엄마, 그거 마른 거 아니야. 이제 막 널었어"
"다 말랐는데?"
"해가 쨍쨍해서 얇은 부분만 마른 거고, 아직 허리나 두꺼운 부분은 축축해"
엄마가 걷어온 빨래들을 다시 다 들고 베란다에 다시 널었다.
그리고 20분 뒤 엄마는 또 빨래를 걷어와서 개려고 하고 있다. 똑같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다시 빨래를 베란다에 널었다. 그리고 다시 20 분 뒤 엄마는 빨래를 들고 온다...
하루 종일 끝나지 않은 집안 정리에 지쳐가는데, 같은 빨래를 4번째 널고 있자니 짜증이 난다. "엄마,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다.
아이가 어릴 때 혼자 옷을 입겠다고 하면 육아서의 내용을 상기하며 다짐했다. '이럴 때는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줘야지'. 하지만 엄마들은 안다. 바쁜 아침 시간에 혼자 옷을 입겠다며 시간을 끄는 아이를 재촉하지 않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번에 집을 내려갈 때 생각했다. '엄마가 같은 말을 반복해도 짜증 내지 말아야지. 그냥 받아주면서 엄마한테 성질내지 말아야지'.
내 몸이 편하고 여유로울 때야 아이의 투정도, 엄마의 반복되는 일거리도 받아줄 수 있지만, 지친 몸과 마음에는 그렇지 못하다. 아이가 이유 없는 투정을 받아주는 것도, 엄마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도 내 마음의 여유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아직도 그게 잘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