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인식
나는 미식가가 못 된다. 통증이나 감각에 무딘 편인데, 미각 역시 둔해서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의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 유명한 맛집이나 동네 흔한 식당이나 내 입에는 거기서 거기라,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는 나에게도 피하는 식당이 있는데, 바로 서빙하는 사람이 진한 향수 냄새를 풍기는 곳이다. 후각은 맛의 중요한 요소라는데, 맛있는 음식을 서빙하는 직원에게서 진한 향수 혹은 화장품 냄새가 풍겨오면 향수에 혀를 담근 듯한 찝찝함에 입맛이 싹 달아난다.
내가 사는 곳에 유명한 한정식집이 있다. 처음 그곳을 방문했을 때, 칠순은 되신 듯한 나이 드신 분들이 생활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서빙을 하고 계셨다. 어디를 가나 젊은 아가씨들이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게 일반적인 요즈음, 나이 드신 분들이 곱게 차려입고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계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식사 중간중간 음식을 내오실 때마다 정갈한 음식을 내려놓고 뒤돌아서는 할머니들의 몸짓을 따라 군내가 났다. 음식 냄새에 섞여오는 군내 때문에 음식 맛을 온전히 느낄 수가 없어서 마음이 불편해졌다. 짧은 치마나 딱 붙은 유니폼을 입은 젊은 여성 서비스직 종사자가 넘쳐나는 이 사회에서, 한복을 차려입으신 할머니들이 일하시는 모습이 멋졌다. 할머니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드신 한정식집 사장님의 아이디어를 칭찬하고 격려하고 싶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할머니들의 군내 때문에 음식 맛을 즐길 수 없었고, 급기야는 음식을 들여오실 때마다 숨을 얕게 쉬면서 최대한 냄새를 덜 맡으려 했다. 큰 마음먹고 한정식을 먹으러 왔는데 제대로 즐기지 못한 서운함과 더불어 할머니들에게 느끼는 감정 때문에 나쁜 사람이 된 듯한 죄책감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엄마에게서 군내가 났다. 이틀에 한 번씩 목욕탕을 다니시고, 매일 운동 후 샤워를 하시는데도 나이가 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군내가 나나보다. 시간을 붙잡을 수 없는 것처럼, 매일 샤워하는데도 몸애서 안 좋은 냄새가 나는 걸 막을 수 없다니.. 늙는다는 건 이래저래 슬픈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기들한테 특유의 아기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사실 아기들이 쓰는 베이비파우더나 로션 냄새가 아닌, 진짜 아기의 냄새는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비릿한 젖 냄새.. 특히 소화능력이 약한 아기들은 젖을 먹고 조금씩 토하는 경우가 잦기에, 아가들한테는 소화되다 만 우유와 같은 토사물 냄새를 자주 맡을 수 있다. 결국 아기 냄새도 좋지만은 않은데, 아기 냄새에 비해 군내가 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왜일까?
높은 곳에서 무서움을 느끼는 것, 단 맛을 즐기는 것 등 많은 사례에서 제시된 것처럼 그러한 경향이 생존에 유리해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젊고 건강한 외모를 매력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일 테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나이 든 사람들, 노화에 대한 인식이 덜 부정적이 되면 군내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줄어들까?
사회가 발전할수록 소수자들에 대한 인식과 배려가 나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으로 차별을 금지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을지언정, 예전에 비해 드러내 놓고 비방하기는 힘든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 외국인, 다문화가정이 그랬고, 성소수자가 그랬다. 그런데 노인은 별도의 특정 집단이 아니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문제라 생각되어서인지, 오히려 차별대우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다른 집단에 비해 덜 두드러지는 것 같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힘이 없으니까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해드려야지'와 '노인의 운전을 제햔해야지'라는 생각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인가.
할머니들의 사회생활 참여는 응원하지만 군내는 견디기 힘들었던 이중적인 나처럼, 나의 엄마 또한 군내 때문에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 차별받고 상처 받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