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한시 Aug 23. 2024

왜 사장은, 교장은, 임원은... 남자가 많을까?

여자가 문제일까, 유리천장이 문제일까?

아침에 신문을 본다. 사회면이고 경제면이고, 사람이 등장했다 하면 대부분 남자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사장님... 어릴 때 보았던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였다. 매일 생활하는 학교에서 선생님은 여자의 비율이 많지만, 그마저도 교장, 교감은 남자인 경우가 많았다. 내가 대학원 다닐 때 나의 전공은 여자들이 많은 분야였다. 학생의 80%는 여자였다. 그런데 같은 전공임에도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님의 80%는 남자였다. 지금 일하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직원 중 여성의 비율이 50% 이상인데, 보직자는 70% 이상이 남자이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 고위공무원의 비율을 봐도 중앙정부 고위공무원 중 여자의 비율은 10%가 채 안된다. 행정고시 합격자 발표할 때는 여성의 비율이 40%가 넘어가도 말이다. (출처: 여성 고위공무원 사표비율 남성의 4배... 유리천장 위 '유리절벽')


비단 공무원뿐이랴. 기업 임원이나 의회에서의 여성 비율 역시 그렇다. 낮은 직급일수록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성별의 임금 격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출처: 위에는 없고 밑에만 많다... 여성이 돈 덜 받는 또 다른 이유)


우리나라의 성평등 지수가 OECD 꼴찌이고 성불평등 지수가 높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이렇게 고위직에서의 성별 비율 차이, 임금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제안들이 제시되어 왔다. 여성들에게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기회 제공, 여성의 특성을 고려한 직무 제도 확립 등등...



그러나 원인을 알아야 정확한 대책을 세울 수 있다.


항상 그게 궁금했다.

왜?? 똑같이 배우고 일하는데,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여자의 비율은 줄어드는 거지?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일 테다.

첫 번째는 진급이나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데 있어 여성이 남성에 비해 불평등한 대우를 받거나, 두 번째로 진급이나 고위직 진출하려는 사람들 중 여성의 비율이 적거나.



첫 번째, 여성이 남성에 비해 진급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을까?

영국의 상위권 대학들을 대상으로 연구해 본 결과 여성이 남성에 비해 부교수가 되기까지 8.5년, 정교수가 되기까지는 6.1년 더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올해 발표된 따끈따끈한 연구결과이고, 2004-2019년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이다. (출처: 영국 러셀그룹 대학의 승진과 퇴사에서 성별 차이)

또 미국의 소매업체 체인점의 관리직에 대한 평가를 분석했을 때, 업무성과 등급에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은 등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잠재력'에 대한 평가등급은 여성에서 훨씬 적었는데, 승진에 대한 남녀 차이에서 잠재력 등급의 차이가 거의 절반에 가까운 영향을 미쳤다. 중요한 것은 여성에 대한 낮은 '잠재력' 평가가 미래의 성과나 퇴직에 대한 정확한 예측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출처: '잠재력'과 승진의 성별 차이)  

결론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승진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보인다.



두 번째로, 진급이나 고위직을 원하는 사람 중에 여성의 비율이 적을까?

여성임원이 적은 이유에 대해 한 연구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고위직 진출에 대한 포부나 열망이 작다고 발표한 바 있다. (출처 뉴스: 여성은 왜 남성보다 목표를 낮게 잡을까) 유리천장을 문제 삼기 이전에, 애초에 여성이 고위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은 정말 고위직 혹은 권력에 대한 열망이 적은 걸까?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자기 고정관념화', 즉 여성이 자발적으로 수동적인 성 역할에 순응한다는 것을 원인으로 추측했다. 또한 직장에서 편견이나 차별과 같은 부정적인 경험, 가정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여성이 고위직을 원하지 않는 다른 원인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자료를 찾아보았다. 고위직 경영자, MBS 졸업생, 직장인 등 다양한 대상으로 비교했을 때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남성에 비해 여성들은 권력과 관련된 목표가 덜 중요하다고 느끼고, 고위직에서 시간 제약과 갈등 등 부정적인 결과를 더 많이 연상하며, 권력을 덜 매력적으로 인식하고, 전문적 발전 기회를 활용할 가능성이 낮았다. 다시 말해, 여성은 고위직이 남성만큼 달성 가능하다고 보지만, 덜 매력적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출처: 여성은 남성보다 승진이 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항상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남녀차이. 높은 자리를 자연스레 남성에게 양보하는(?) 혹은 뺏기는 (?) 여성들의 모습... 그 불편함과 불공정함이 거슬려서 끊임없이 고민해 왔던 것 같다. 대체 이유가 무엇일지.

왜 여성은 남성보다 권력을 덜 가지고 있을까. 여성이 남성보다 권력에 덜 집착한다면 그건 왜일까. 여자가 남자보다 인생에 통달이라도 해서, 권력이고 돈이고 모두 덧없다고 느끼는 걸까.


나의 경험, 주변의 사례, 그리고 자료 등등을 보면서 최근 도달한 내 나름의 결론은 이것이다.

권력이나 승진에의 포부, 열망에 대한 남녀의 차이는 'risk taking'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멍청한 혹은 현명한 risk taking 사례는 다음 글로.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하고서야 찾아온 짝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