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억까지, 엄마다

끝까지 남을 한 마디, "밥은 먹었냐"

by 새벽한시


형제들의 단톡방에

언니가 툭~ 사진 하나를 보내왔다.




'뭐지? 샐러드인가?'

아무리 봐도 뭔지 모르겠는데...

같은 생각을 했는지 남동생도 농담을 던진다.

"이게 뭐야? 음식 맛없게 사진찍기 대회 수상작인가? ㅋㅋ"


그런데...

이어지는 언니의 대답에 가슴이 콱! 막혀버렸다.


"엄마 집에 들렀는데 엄마가 쑥 부쳐먹는다고 무쳐놨어.

근데 쑥이랑 같이 들어있는게 나무같아..."


...나무? ...나무???

대체 어디서?? 아니 왜 음식에 나무를????


식사를 잘 못 챙겨드시는 것 같아 뉴케어나 레토르트 국 같은 걸 계속 보내드리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음식에 대한 인지가 떨어진 줄은.....


먹고있던 쿠키가 목에 걸려서, 뱉어내야할지 삼켜야할지 이도저도 못하고

울고싶은 마음 반, 절망스러운 마음 반이 되었다.


삼계탕 끓일 때 같이 넣는 한약재료가 냉장고에 있었는데

그걸 넣은 것 같다는 언니의 말에

'밖에 나가 나무를 따온 게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인 건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다.





점점 같은 말만 반복하는 엄마.

예전에는 5분 통화하면 밥 먹었냐는 말로 시작하시고

통화 중간에 또 물어봤다.

요즘은 5분 통화하면 1분에 한 번 정도 밥은 먹었냐고 물어보신다.


처음에는 퇴근길에

"엄마, 지금 퇴근 중이에요. 집에 가서 먹어야죠"라고 안 먹었다고 대답하면

"아이고, 이 시간까지 아직도 밥을 안 먹었냐. 얼른 집에 가서 먹어라"라고 이야기하신다

그리고는 1분 쯤 지나 또 밥 먹었냐고 물어보신다.

몇 번 같은 대답을 하다가 나중에는 지쳐서 그냥 "네, 밥 먹었어요"라고 대답해버리면

그제서야 안심하는 목소리로 "그래, 잘했다"라고 말하는 엄마.


밥 안 먹었다고 대답하면 몇 번이나 질문하시는데,

밥 먹었다고 하면 같은 질문의 횟수가 줄어든다.

내가 밥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엄마 마음에 계속 걸려서

그게 해결될 때까지 계속 물어보시나보다.



엄마의 기억이 점점 작아져서 마지막 한 조각만 남더라도

그 조각은 엄마의 유년시절이나 청춘이 아닌,

엄마로서의 기억이 아닐까 싶다.


엄마가 마지막까지 가져가는 기억은

사랑받고 행복했던 시절이었으면 하는데

우리 엄마의 마지막 기억까지 엄마라니...


자식에 대한 사랑인지, 엄마로서의 책임감인지...

그게 내 생각만큼 무겁고 힘든 기억의 조각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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