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유치원 보내기

교육이 아닌 보육이 필요하니까

by 새벽한시



혼자 있는 엄마는 갈수록 말라간다.

식사를 거의 잘 챙겨 드시지 않는지

언니가 냉장고에 채워둔 반찬은 거의 그대로다.

밥을 하려 했는지 쌀을 담아서 불려놓고는 잊어버려서

냉장고 안, 뒷베란다 여기저기 곰팡이 꽃이 핀 쌀이 한가득이다.


가끔 엄마가 연락이 안 되어서 불안한 마음에 설치한 엄마 집 CCTV로

엄마가 생활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끼니때 식탁에 앉지도 않고

서서 두 세 숟갈 떠서 입에 넣고는 끝이다

바로 전화해서 식사하셨냐고 뭘로 식사하셨는지 물어봐도

알아서 잘 먹었다고만 한다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보면 귀찮게 한다고 성질내시며 전화를 뚝 끊어버린다.


5첩 반상 아니어도, 뜨끈한 국에 밥이라도 잘 드시면 좋겠는데...


또 하나 더욱 심각한 건 안전문제였다.

며칠 전 고향에 사는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엄마가 무단 횡단하다가 차에 치일 뻔 한 걸 봤다고 놀란 목소리로 전화해주었다.


최근 엄마랑 걸으면서

엄마가 빨간 불에 건너려고 하길래

급히 엄마를 붙잡을 때는 몰랐다.


엄마를 모시고 운전하는 도중

빨간 신호에 정차해있는데

엄마가 왜 빨리 안 가냐고 재촉할 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빨간 불이니까 멈춰야지"라고 대답했을 때

엄마의 반응을 보고 알아챘다.


'아, 이제 엄마는 파란불에 건너야 한다는 것도 잊었구나'




약을 챙겨 먹기는커녕

식사도 잘 못 챙기는 엄마를 보니

더 이상 혼자 두는 건 방치가 아닐까 싶었다.


주간보호센터에 가면

적어도 식사라도 챙겨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언니가 모시고 갔다.

주간보호센터에는 엄마보다 열 살 이상 많아 보이는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득했다.

그분들에 비하면 엄마는

너무나 젊고 (신체적으로는!!) 건강했다. 속상하게도...

거동이 힘들고 쇠약하신 분들 위주의 주간보호센터의 프로그램들은

엄마에게 쉽고 지루했으며

같이 이야기 나누며 어울릴만한 또래 친구분들도 없었다.


주간보호센터에 머무른 두 시간 동안

엄마는 10분 간격으로 언니에게 전화해

집에 가고 싶다고 했고

결국 센터 직원분이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를 모셔가야 할 것 같다고.



막연히 괜찮다고 믿고 싶었는데

엄마의 상태를 좀 깨닫고 나니 마음이 급해졌다.

언니랑 당장 이제 요양보호사를 알아보기로 했다.


아이 낳고 복직해야 해서

아이 봐주실 이모님 구할 때도

아이에게 참 미안하고 마음이 쓰였는데

이제 우리 엄마 봐주실 보호사분을 찾으며

내가 직접 돌보지 못하는 미안함과 더불어

보호사가 필요해져 버린 엄마 상태에 대한 속상함이 밀려온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지막 기억까지,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