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들의 뱃살을 보면서
자기 관리를 안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도 했고 나이가 들고, 그저 그런 삶에서 편안히 살아가다 보니
자기 관리를 안 해서 살이 찌고 배가 나오는 거라고...
뱃살은 인격이라느니,
셋째를 배에 품고 있는 거라느니 하는 농담들은
자기 관리에 대한 실패를 한심스러운 유머로 넘기는 것 같았다.
사실 나는 감사하게도
부모님께 건강한 몸을 물려받았다.
특별히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걷기를 좋아하는 터에
몸에 (특히 하체에) 근육도 많고, 살이 많이 찌는 편도 아니라
고등학교 시절 6kg 찐 것이 내 인생에 가장 큰 몸무게 변화였고,
직장 생활하면서 그 중간 정도를 계속 유지하였다.
임신 중에는 남들만큼 몸무게가 늘었지만,
3.54kg의 튼실한 아들을 출산하고 난 후에는 원래 몸무게로 돌아와서
10년째 비슷한 몸무게를 유지하며 살아왔다.
1년 전 즈음에 몸무게가 1kg 늘었다.
사실 명절이나 특별한 날 좀 많이 먹었다 싶었을 때 1kg가 늘어도
며칠 조절하면 원래 몸무게로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평소에 비해 특별히 많이 먹는 것 같지는 않은데
불어난 1kg가 빠지지를 않았다.
혹독한 다이어트 경험도 없고, 먹는 것을 참아가며 사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
'평소보다 많이 먹는 일만 없으면 원래대로 돌아가겠지'했는데
1년이 다 되도록 늘어난 1kg의 숫자가 내려갈 기미가 안 보인다.
직장 동료의 누군가가 말했다.
20대에는
내가 지금 사는 것처럼 유지하면 살이 안 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너희는 늙어봤니? 나는 젋어봤다'라는
노인들의 말처럼
내가 늙어보지 않고서는 정말 알 수 없는 것이 많다.
몸에 1kg의 지방을 달고서야
마음에 있던 편견과 무지를 1kg 덜어내었다.
(지금은? 몸무게 증가량이 2kg가 될까 봐 조심하는 중이다 ㅠㅠ)
대표이미지: 사진: Unsplash의Towfiqu barbhui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