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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반향초 Jan 01. 2023

스위치가 힘든 편

1월 1일의 단상. 의식의 흐름대로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잤더니 생각보다 늦게 일어났다

그래도 다른 가족들이 모두 자고 있어서 잠시나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1월 1일이랍시고 새로 장만한 다이어리를 펼치고 앉았으니 뭐 살짝 졸리기만 하다 책을 읽어야 하나 글을 써야 하나 뭘 해야할지 40년이 넘게 맞이하는 1월 1일인데 아직도 모르겠다.


작년 말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것은 정말 22년 통틀어 퇴사 다음으로 가장 잘 한일 같다. 목 건강 때문에 퇴사를 하긴 했지만 목이 좋아진다고 해도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아녜스가 중2가 된다 어제 잠시 이야기를 했지만 중2가 되면서 시험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아녜스를 도와서 중2를 잘 시작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올해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새로 시작할 공부와 병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난 멀티에 워낙 취약한 사람이라) 시작 전까지 루틴을 잘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한이의 영어공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스피킹을 위한 학원을 알아봐야 하나 싶은데 일단 집에서 하는 집중 듣기와 영상 보기 리딩을 좀 더 정성스럽게 하는것에도 신경을 써야겠다. 요한이의 알러지는 올해 나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이다. 3년째 다니는 알러지 클리닉 말고 저탄고지 식이와 기능의학병원  빨리 알아봐야 한다.


부모님과 형제들에 대한 걱정은 요리할 때의 육수 베이스마냥 늘 기본으로 깔려 있지만, 지금처럼 걱정하면서 내가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일단 최선인것 같다 K장녀라는 말 누가 만들어냈는지 진짜 너무 찰떡으로 와 닿는다. K장녀인 내가 잘 되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K장남인 남편도 이런 부담은 마찬가지일테지. 좀 더 진지한 대화에 참여 시킬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남편은 뭐든지 혼자 짊어지려고 하는 좋게 말해서 강한 책임감 나쁘게 말하면 방해받고 싶어하지 않는 독단적인 개인 플레이 기질이 있다 나도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서 이제까지는 존중하며 각자의 플레이를 했는데 이제는 뭔가 힘을 좀 합해봐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올해부터 성당 봉사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워낙에 작은 성당이라 일할 사람은 항상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거절할 수가 없다. 요한이가 첫영성체를 시작하면서 봉사하겠다고 마음도 먹고 있었다. 주일학교 보조교사는 해본적이 없는 일들이라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한다.


친구들, 주변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참 없는 편이다. 내가 먼저 주변 사람의 안부를 묻는 일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이다. 언제나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차 주변을 돌아 볼 여유는 없었다. 올 한해 작은 목표 다른사람의 안부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보기를.


나, 엄마, 아내, 장녀, 성당교우, 친구 기타등등...수많은 나의 포지션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각각의 포지션에 맞는 역할로 제까닥 제까닥 변신하는 일은 나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그것이 내가 싫어하는 일이라면(예를 들면 요리나 설거지 같은 ㅠㅠ)  더욱 그렇다. 2023년의 가장 큰 목표 스위치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요한이가 기상해서 슬금슬금  곁에 오더니 내 휴대폰을 가지고 갔다.(요한이는 아직 폴더폰이다) 이제 일기쓰는 나에서 떡국 끓이고 엄하게 훈육하는 엄마로 스위치 할 시간이다


"엄마 폰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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