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명의여명 Aug 23. 2022

거북목으로 고생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Birders (2019) - 오틸리아 포르디오 파두아



리오그란데 강을 따라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방에서 새를 연구하고 관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만들어진  37분짜리 중편 다큐멘터리이다.


리오그란데강은 미국의 텍사스 지역과 멕시코 국경을 따라 흐른다. 두 나라의 국경은 인간에게는 점점 더 넘나들기 어려운 선이 되어 가고 있지만 하늘을 나는 새들에겐 이런 인간이 그어놓은 선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리오그란데 강 유역은 특히 철새들이 지나가는 통로로 새들에게 먹이와 물, 휴식처를 제공하는 곳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은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북미 철새들의 마지막 서식지로 불리며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야생의 생태계가 보호되고 있다.


영화는 새들의 모습과 함께  미국과 멕시코 두 나라의 birder들의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미국에는 야생동물을 전문적으로 기록하는 사진작가와 새의 다리에 ID를 부착하여 그들의 이동경로와 생태를 연구하는 학자, 새를 관찰하는 취미를 가진 탐조가들과 이들을 위해 숙소를 제공하는 이들이 나온다. 멕시코에도 새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새 관찰을 위해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탐조 가이드, 환경운동가들,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나라,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지만 새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인간이 만든 국경은 더 튼튼해져 가지만 두 나라를 오가는 철새는 자유롭다. 하지만 국경의 벽이 더 튼튼해지면 벽 양쪽으로는 식물 생태계가 파괴되고 야생의 생태통로는 사라질 수도 있다.... 지금도 많은 야생 생태계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담너머 세상을 궁금해하면서도 두려움만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아름다울 뿐 아니라 생태계 건강의 척도이기도 한 철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두나라의 birder들은 만나지도 못했지만 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사정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70년 가까이 야생으로 지켜지고 있는 DMZ의 상황도 궁금하다. 벽이 생기면서 잘리게 되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과는 좀 다르게 한반도의 DMZ는 현재 한반도에서 가장 훌륭한 생태통로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남북한 관계가 나아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가장 큰 이유이다.


제목처럼 새들에 대한 이해보다 새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이지만  미대륙에 사는 아름다운 새들과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짧은 영화다.




뜬금없는 덧글 1


탐조라는 취미를 처음 들은 것은 99년 캐나다에서였다. '탐조라니... 그게 무슨 취미야'라고, '새가 나올 것 같은 곳에 찾아가서 가만히 기다리는 거야? 웃긴다'라고 생각했었다. 이제야 탐조라는 것이 어떤 취미인지 조금씩 알 것 같고, 새덕후들도 이해가 된다. 아주 돈이 많이 드는 취미라는 것도, 그리고 아주 아름다운 취미라는 것도...




뜬금없는 덧글 2


영화 속에 소개되는 새들의 이름은 거의 모두 처음 듣는다. 한 번 들어서는 제대로 이름을 인식하지도 못하겠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들과도 친해지는 날이 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에 대한 디즈니의 헌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