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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명의여명 Sep 06. 2022

화려한 그래픽 속에서 찾은 질문들

라이언 킹 (2019) - 존 패브로


디즈니의 극장 애니메이션 전성기와 함께 성장했다. 알라딘과  인어공주, 라이언킹과 미녀와 야수... 집에 있던 비디오테이프를 등장인물의 대사와 노래를 모조리 외울 정도로 여러 번 보았고, 그렇게 돌려댄 테이프의 일부분은 늘어져 버렸다. 그렇게 비디오테이프는 늘어지고 씹히고, 때로는 끊어져 스카치테잎으로 붙여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도 이젠 박물관에 넣어두어야 할 기억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기술은 발전했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 이때의 전설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이 실사화 되기 시작했다. 그중 아마도 이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 바로 라이언 킹, 인간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 아프리카 초원의 서사시이다.



아마 라이언 킹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94년 개봉한 디즈니 최초의 오리지널 스토리 애니메이션으로, 전 세계에서 7억 6천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극장 수익을 냈던 영화다. 그 이후로도 라이언 킹은 여러 tv용 스핀오프 애니메이션으로도, 뮤지컬로도 만들어지며 그 유명세를 이어갔고, 마침내 2019년 실사화 되어 극장에 걸렸다. 사실 실사화라고는 하지만 실사 배경 위 고도로 정교한 AR 방식으로 만들어진 CG 애니메이션이라, 관객 관점에선 실사로 느껴지겠지만 제작방식의 관점으로는 애니메이션에 더 가깝다. 어마어마한 장인의 노력이 들어간 작품이라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모두 다 아는 이야기, 모두 다 아는 영화를 소개하는 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숲해설가의 관점에서 몇 가지 생각해 볼 만한 질문거리가 있어 던져보려고 한다.



질문거리 하나: 생명의 순환 Circle of life


영화가 시작하면서 보이는 웅장한 아프리카 사바나의 풍경과 동물들의 이동하는 모습 위로 울려 퍼지는 노래 Circle of Life: 모두 한 번은 들어보았을 라이언 킹의 주제곡이자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한다. 아마도 가사에서 이야기하는, 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취해선 안된다는 말은 이 순환의 법칙에 속한 모든 생명들의 행동강령이 아닐까? 프라이드 랜드의 모든 동물들이 사자를 왕으로 추대하고 절을 하는 것은 사자가 먹이사슬의 제일 끝에서 이러한 생명의 순환이라는 자연의 법칙을 수호하고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존중을 하는 것이겠지. 단순히 사자가 힘이 세기 때문에 왕의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역할이 자리를 만들었고, 자리에는 그 자리를 유지하고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힘이 주어졌다. 그래서 그 자리만을 차지하고 역할을 하지 않는 스카는 결국 퇴출이 되고야 마는 것이다. 주어진 역할 이상을 탐하는 하이에나들도 이 법칙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프라이드 랜드의 풍요를 망치는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숲은 이런 거대한 진리를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어느 때에 방문하더라도 우리는 시작하는 생명과 마감하는 생명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미 끝이 난 자리에서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는 것도 볼 수 있다. 숲에서 만나는 모든 생명들은 각자 최선을 다해 생을 살아가고 있다. 이 거대하게 돌아가는 순환의 바퀴에 올라타서 말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순환의 바퀴에 탑승자로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내어놓고 있을까? 나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것일까?







질문거리 둘: 균형에 대하여


이야기 속 하이에나는 균형을 무너뜨리고, 주는 것 이상을 취하면서 모든 것을 먹어치워 버려 균형을 파괴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악으로 취급된다. 이 '모든 것을 먹어치워 버려 균형을 파괴하는 존재'... 너무 익숙하지 않은가? 인간들이 하이에나를 부정하고 싫어하는 이유가 아무래도 동족 혐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균형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때 떠오르는 질문은 이것이다. 욕망의 표상과 같은 하이에나들의 정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 주는 것만큼만 취하고, 고통스러운 기억은 잊고, 다 잘될 거야라고 하쿠나 마타타를 노래하는 티몬과 품바일까? 아니면 취하는 것보다 주는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의무와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날라와 무파사, 그리고 결국은 그 길을 택하는 심바일까? 균형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종종 우리는 움직임 없는 정적이고 고요한 상태를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고요한 균형 아래 돌아가고 있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역동성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균형이라는 것이 발전이 없는 멈춤이 아니라는 것을 숲에서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질문거리 셋: 고정관념과 편견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고 했던가? 라이언 킹도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모세의 이야기에 기반을 두고 창작된 이야기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많은 콘텐츠들은 천년도 더 된 신화들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생각해 볼 문제는 이러한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만들어진 고정관념과 편견일 것이다. 밝음과 어두움은 그 물리적 특성이 선과 악이라는 개념과 섞이면서 호불호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사라진 채 감정적인 반응만 남게 되었다. 영화 속에서도 프라이드 랜드의 밝음은 하이에나들이 살고 있는 어두운 계곡과 시각적인 대조를 이루면서 하이에나들에게 악의 이미지를 덧씌운다. 결국 우리 머릿속 하이에나는 악의 이미지로 기록된다. 그렇게 오명을 쓴 수많은 동물과 식물, 곤충들이 있다. 그렇게 혐오의 대상이 된 민족, 국가, 성, 문화, 음식들이 있다. 숲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것들 중에 하나가 이러한 고정관념과 편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쉽게 가치중립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자연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은 좀 더 쉽게 깰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나씩 없애가다 보면 언젠가는... 해가 좋아 긍정적인 기분이 드는 날에는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다른 관점으로 보기 시작했더니 해답보다 질문이 더 많이 생기는 영화였다. 그래도 이 영화, 아름답고 웅장한 사바나의 자연과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동물들, 귀여운 심바와 날라를 보고 있으면 충분히 즐겁고 재미지다. 멋진 음악과 노래도 흥겹고 환상적이다. 던져놓은 질문들이 이 화려하고 볼거리 들을 거리 가득한 영화를 즐기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기를 바래본다.  






뜬금없는 덧글 1


즐겁고 재미나기로 독보적인 디즈니의 영화인데 펼치다 보니 무거워져 버렸다. 이 영화가 이리 무거울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에는 역대급으로 무거운 영화인 듯하다. 동물, 곤충, 식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 많이 있다. 그중 많은 수가 어린 관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속에 숨은 질문들이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볼 때마다 깨닫는다.




뜬금없는 덧글 2


영화의 주제곡인 엘튼 존의 Circle of Life는 아주 직설적이다. 찬찬히 곱씹어 보고 싶은 가사라 옮겨본다.

우리가 이 세상에 이르러 깜박이며 햇빛 속으로 들어서는 순간까지 평생 볼 수 있는 것보다 볼 것이 더 많으며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것이 더 많네
어떤 이는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힌다고 했고 어떤 이는 살아가면서 살려주라고 하네
하지만 이 궤주에 뛰어든 우리가 약속했듯이 주는 것보다 취하는 것을 더 많이 하려 해선 안 된다네
자연의 섭리에서 운명의 수레바퀴 꿈을 향한 도약 희망의 끈
우리의 공간을 찾을 때까지 해답을 찾아 길을 나설 것이라네
섭리 안에서 자연의 섭리에서
우리 중 누군가는 쓰러지고 다른 누군가는 별을 향해 날아갈 것이라네 누군가는 문제를 헤쳐 나갈 것이고 또 누군가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네
받아들여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고 평생 찾을 수 있는 것보다 찾아내야 할 것이 더 많지만
청옥색 하늘에 높이 뜨는 해가 삼라만상을 끝없는 순환 속에 묶어두네

뜬금없는 덧글 3


참으로 포유류의 입장에서만 바라본 생명의 순환이 아닌가 한다. 전체 생태계의 시각에서 보면 하이에나의 역할도 만만치 않고, 그다음 탄소 덩어리들을 분해하는 곤충과 미생물의 역할도 만만치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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