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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명의여명 Sep 09. 2022

아름답고 신비로운 균류의 세계

환상의 버섯 (2019) - L. Schwartzberg

'이 프로그램은 의학적 조언이 아닌 오락과 정보제공을 위해 제작되었습니다'라는 경고문으로 시작하는 영화, '환상의 버섯'을 보았다. 한참 전부터 리스트에 넣어놓고 아껴뒀던 영화. 소재가 소재인지라 어떤 방식으로 영화가 전개될지 조금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영화 시작부터 나오는 경고문은 내겐 걱정을 키울 뿐이었지만, 아마도 어떤 사람에게는 흥미를 키우는 역할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에 생명을 가지고 왔고, 보이지는 않지만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심지어는 내 몸속에도 있다고 말하는 그것, 바로 균류의 목소리였다. 말만 들으면 공포영화의 대사 같이 들리기도 한다. 가장 오래되었으면서 가장 새로운 존재, 가장 크면서 가장 작은 존재, 10억 년의 지혜이자 창조이며 부활이고 정죄이며 새로운 생명이라고 목청껏 소리친다. 그리고 그 말들 뒤로 타임랩스와 CG를 통해 만들어진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균류와 버섯의 세계가 펼쳐진다.



영화는 버섯과 균류를 생물학적 특징과 기능, 문화적인 지위, 의료적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버섯에 미친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그중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Paul Stamets라는 아마추어 (학계의 인물이 아니라서 아마추어라고 부르지만, 누구보다 전문가이신) 연구가이다. 어느 날 숲에서 버섯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 열정을 끝까지 따라가는 폴은 버섯과의 만남을 통해 말더듬이도 고치고 테드에서 강연을 하고 버섯과 관련된 특허를 갖고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업도 운영한다. 그런 폴과 다른 버섯 애호가들이 이야기하는 버섯과 균류의 세계는 너무나 매혹적이다. 세상을 정화하고 환경오염을 해결해 주며 나무의 소통을 돕는다. 암을 없애고 벌을 치료하는 버섯, 인간의 진화를 돕고 우울증을 치료하며 지구상의 모든 일을 바로잡는 버섯. 들으면 들을수록 전능한 존재인 듯 느껴진다.




살짝 약 파는 듯한 느낌이 드는 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듯하여 살짝 불안했지만, 그래도 적절한 수준에서 잘 마무리가 되어 조금 안도했다. 열심히 일하는 균류들의 목소리와 이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환상의 버섯이다.





뜬금없는 덧글 1


1999년 캐나다에서 어학연수 중 누군가가 내게 먹어보지 않으려냐며 매직머쉬룸이 담긴 지퍼백을 건넸던 적이 있다. 괜찮다고 돌려주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약간 후회스럽기도 하다. 버섯과 관련된 또 하나의 기억은 체코의 버섯 따기 연례행사다. 날짜를 정해서 하는 건 아니지만 많은 체코 사람들은 봄이 되면 숲에 가서 버섯을 따와 튀겨먹거나 버섯 스튜를 해 먹는다. 어느 해 친구의 고향집에 초대받아 친구네 가족들과 함께 숲에 간 적이 있다. 친구의 어머니가 바구니 한가득 맛난 버섯을 따는 동안 반도 차지 않은 내 바구니 속에 담긴 버섯 중 80퍼센트 정도는 못 먹는 버섯이었다. 내가 갖고 온 바구니를 보고 박장대소하던 친구네 어머니 생각이 한 번씩 난다. 그리고 따온 버섯으로 만든 스튜와 튀김은 정말 맛있었다.




뜬금없는 덧글 2


외계 생명과의 조우를 그리는 수많은 b급 영화에서 매직머쉬룸이나 마리화나를 이용해 그들과 의사소통하는 장면을 넣는 것이 왠지 개연성 있게 느껴지게 만드는 영화. 영화 속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아마 매직머쉬룸이 한국에서 판매가 된다면 가장 효과 있을 포지션은 아마도 영어 학습 보조제로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뜬금없는 덧글 3


혹시나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찾은 유튜브 연상 하나

환상적인 영상이 어떻게 촬영되었는지를 감독의 목소리로 소개한다. 타입랩스 촬영이 대상과 같은 속도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준다는 말이 너무나 감명 깊었다. 

https://youtu.be/5yq0_mqN9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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