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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명의여명 Sep 27. 2022

나도 숲과 나무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면...

아바타 (2009) -제임스 카메론

올해 2편이 개봉한다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개봉한 지 13년이나 되었는데도 여전히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영화다. (극장에서만 28.4억 달러를 벌어 4천2백만 불 정도 차이로 2위인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리드하는 중이다) 트레일러만 보아도 줄거리를 다 알 수 있을 것 같은 이 단순한 서사의 영화에 이토록 많은 사람이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의 자원이 고갈되고 인류는 지구 밖으로 눈을 돌렸다. 판도라 행성을 발견한 인간들은 그곳의 자원에 눈독을 들였고, 원주민인 나비족과 갈등을 겪게 된다. 이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아바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과 아바타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그레이스 박사는 나비족 모습을 가진 아바타에 자신들의 정신을 심고 그들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나비족을 무력으로 굴복시키고 자원을 털어가려는 전쟁준비도 착착 진행된다. 인간이지만 나비족의 모습을 하고 그들의 일부로 받아들여진 제이크와 그레이스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배경이 좀 달라졌고, 아바타라는 새로운 아이템이 들어갔지만 수십 번 수백 번 듣고 읽고 보았고 실제로 경험했던 이야기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숲에 대한 이야기이다. 판도라 행성은 지구이고 나비족은 사라져 간 지구 곳곳의 원주민들이다. 신비로운 숲 속 초록으로 가득한 그곳은 아프리카의 사바나이고, 동남아의 열대우림이며 남미의 아마존이다. 묘목 값을 받으려고 개벌당한 앞산의 이야기이이고 동계올림픽 스키코스를 위해 삭발당한 가리왕산의 이야기다. 그리고 영화 속 RDA와 나비족 간의 전쟁은 영화 속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뉴스이다.


나비족이 에이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이크란이라는 생물과 교감하기 위해, 서로의 영혼에 가까이 가기 위해 촉수와 같은 샤헤일루를 이용하는 모습이 영화 속 나비족이 가장 부럽게 느낀 순간이다. 지구의 소리를, 나무와 풀의 소리를, 곤충과 물고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우리의 사고와 의식은 얼마나 확장될까? (그리고 부끄럽지만 샤헤일루를 떼면 안들을 수 있다는 점도 부러운 이유 중 하나이다)



필리핀의 투말록 폭포, 중국의 장가계,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호주의 바론 계곡... 지구의 비경들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판도라 행성의 배경으로 사용되었다. 판도라 행성의 신비한 식물들은 바닷속 생물들을 그대로 물 위로 가져온 것들이 많다고 한다. 그럼 12월에 개봉한다는 아바타는 물속이 배경이라는데, 판도라 행성의 물속에는 지구 땅 위에 사는 식물들이 살고 있을까? 영화 속 아름답고 신비로운 장소와 생물들이 사실 아직은 지구 안에서 만날 수 있지만 사라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전 세계 관객들이 알았다면, 지난 13년 동안 무언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영화가 계몽적이거나 정치적일 필요는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생겨나 버린 영향력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 생각해 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운 마음은 이제는 든다.


아직 젊고 전투력이 넘치던 시절 당신이 만들었던 에일리언 2에 대한 나이가 든 감독 자신의 답신 같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감독은 그때 인간의 이기와 오만에 대한 이야기를 우주 속 새로운 생명과의 조우라는 거울을 들이밀어 무시무시한 공포를 창조했었다. 아바타라는 영화 안에서 여전히 인간은 졌지만 공존의 방식은 성공했고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23년이 지나 아바타를 만들 땐 인간에 대해 조금 호의적으로 그리고 미래에 대해 조금 긍정적으로 변한 것인가? 그렇다면 이유가 좀 궁금하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 너그러워진 건 아니었으면,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본다.



13년이 걸린 아바타 2의 모습을, 판도라 행성 속 사라지는 지구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해는 넘기지 말고 개봉해 주길... 그 사이에 또 다른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오지 않기를... 팬데믹과 거리두기는 역사 속 이야기로 남게 되길... 그래서 이번에도 아이맥스 극장에서 볼 수 있기를... 정말 많은 당연했던 것들을 온 마음을 다해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뜬금없는 덧글 1

아이맥스 극장에서 3D로 보았다. 안경을 쓰고 눈앞에 날아다니는 빛의 조각을 손으로 더듬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나도 다른 몸을 가진 존재에 영혼을 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뜬금없는 덧글 2

내 몸에 샤헤일루를 달 수 있다면 왼쪽 가운데 손가락이면 어떨까? 그러면 그 손가락 욕은 없어질까? 인간의 물질문명에 노출되는 나비족은 혹시 앞으로 샤헤일루의 기능이 퇴화되거나 하진 않을까? 답보다 질문이 더 많이 남는, 뜯어보니 어려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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