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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명의여명 Feb 28. 2023

가능성이 보이는 내일을 노래하자

내일(2015) - 시릴 디옹, 멜라니 로랑



지속가능성에 대한 공포와 답이 더 두려운 질문으로 시작한 영화는 두 시간 동안 숨 가쁘게 흘러간다. 10,266명의 시민들로부터 제작비를 투자받아 만들어진 이 영화는 이틀 만에 4만 5천 유로, 두 달 만에 20만 유로를 모았다. 그리고 2015년 프랑스 파리의 유엔기후변화회의에 맞춰 개봉하여 프랑스에서만 110만 관객을 동원한 환경다큐멘터리다. 이런 제작비 마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 영화를 만든 이들이 얼마나 부담을 갖고 꾹꾹 눌러 만들었는지 알 것 같다. 점점 더 빠르게 망가지고 있는 지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왜 사람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가의 화두를 들고 먹거리로부터 시작한 원정대는 농업과 에너지, 경제, 민주주의 그리고 교육, 다섯 가지 너무나도 거대한 담론을 두들겨가며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다. (평생 하나도 제대로 이해 못 할 문제 다섯 가지를 두 시간 안에 이야기하고 해결책까지 제시하려 하다니, 대단한 포부를 가진 사람들이다. 영화를 두 번 보고 나서도 100%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것이 좋겠다)



숲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은 도달하는 것이 지구와 환경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것은 인간의 욕심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구는 아마도 배고픔을 해소하는 것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먹거리에서 출발한 원정대는 이곳에서 처음 만난다. 배고픔을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부'를 목적으로 식재료를 재배하고 유통하는 다국적 기업들, 그리고 이 다국적 기업이 부를 목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먹거리들은 우리의 배고픔을 해소시키는데 그리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그리고 이 비관적인 현실에 대응하여 싸우고 있는 이들을 만난다.



농업의 이야기가 결국은 에너지 주권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은 석유로부터 독립한 이들을 만난다. 그다음 에너지 독립이 어떻게 환경을 지키고 지구의 시속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꾸는지 알고 난 뒤 경제의 문제, 그리고 이 경제의 문제와 떼어놓을 수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 긴다. 챕터 별로 짧은 '유레카' 대화가 이어진다. 사람은 나쁘지 않다.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다. 돈과 권력이 사람을 망가뜨린다는 믿음을 갖고 국가부도상태의 아이슬란드를 살려낸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함께하면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현실화시킨 이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리고는 교육이다.



언제나 그랬다.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살면서 내가 고민한 어떤 문제도 결국 도달하는 곳은 교육이었다. 목재와 숲이 유일한 천연자원인 나라 핀란드는 세계 최고의 민주적, 환경적 사회제도를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북유럽의 국가이다. OECD국제 학업성취도 1위, 2012년 과학과 독서분야 유럽 1위, 수학은 4위다. 관료적이지 않고 신뢰에 기반한 교육시스템을 해답이라고 이야기하는 헬싱키 변두리에 위치한 키르코자르비학교의 원장은 정부는 학교의 교장을, 교장은 교사를, 교사는 학생을 신뢰하는 것이 핀란드 교육시스템의 답이라고 이야기한다. 교사의 기량에 대한 중요성을 말하고 기량과 학생에 대한 신뢰를 쌓은 교사를 믿는 데서 그 모든 시스템이 시작한다고 말한다. 권위는 자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 당연하고 당연한 진리를 우리는 늘 잊어버리고 산다. 핀란드에서는 이 당연한 진리를 숨 쉬듯 익힐 수 있다.



학교는 어떤 곳인가 라는 질문에 이 핀란드 교장은 이렇게 답한다. 인생의 다음 과정을 준비하는 곳이다. 지식의 기초와 경험을 쌓아 삶의 다음 단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학교의 존재이유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관용과 차별하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더불어 사는 것, 그것을 배우는 것... 우리에게 지금 그리고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조금만 확장하자.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동료와 다른 모든 인간들 뿐 아니라 이 어머니 지구에서 함께 사는 모든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것, 그런 방법을 배우는 것이 교육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숲해설의 프로그램도 진행되면 좋겠다. 그래서 숲 학교에서 인생의 다음과정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 숲의 생명을 차별하지 않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나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면 좋겠다.



권력과 권위가 집중되지 않고 모든 것이 자연 속에서 처럼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되어 존중받고 다양성이 진정한 힘이라는 것, 상호의존적일 때 더 제대로 기능한다는 것을 영화는 희망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늦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다음 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내일로 바꾸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노래한다.


다행이다... 이런 내일의 모습을 그릴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가정 먼저 들었다. 영화에서 발화된 모든 이들의 문장 하나하나 밑줄을 그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한숨 돌리고 난 뒤엔 지식과 감정이 넘쳐흘러 어디에서 숨을 쉬고 사고해야 할지, 혹시라도 논리적인 허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긍정을 과연 믿어도 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항상 두렵고 불안하며 암울하기만 했던 미래의 모습 끝에 열린 문틈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 같기도 했다.



결국은 지금 나의 믿음과 선택이, 행동이 내일을 바꾼다는, 그 가능성을 던진 영화에 박수를 보낸다. 감사하다.







뜬금없는 덧글 1

반다나 시바라고 하는 세계적인 종자문제 전문가이자 철학자이며 물리학자가 우리가 따라야 하는 두 가지의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로 다양성의 법칙을 따르는 가이아, 지구의 법, 그리고 인간존중의 법 두 가지이다. 그 외 지구를 마이고 인간의 자유와 독립성을 막는 법은 배제되어야 한다. 불운하게도 지금 우리를 좌지우지하는 법은 인간의 법, 정부와 시장의 법이고 이 정부와 시장의 법은 특정 인물들의 권리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알고 있지만 누구도 입 밖에 내어 말하지 않는 이야기다.



뜬금없는 덧글 2

영화 속 노래들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 한 번에 틀고 들으면 무시무시할 것 같은 노래들이다. 이 와중에 'what a wonderful world'는 어찌 이리 사무치는지... 영화 속 곳곳에서 등장하는 화석연료 없는 레위니옹 섬의 숲이 아름답다. 누가 보아도 아름다울 것이다.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것만큼이나 공포의 대상도 공유가 되면 좋겠다. 내가 무서운 것들을 그들도 무서워하면 좋겠다.



뜬금없는 덧글 3

흠... 한 번도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 적이 없다. 그들은 불편하다. 그들의 순수함과 그 순수함에서 시작하는 잔인함이 불편하고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가능성이 부럽고 막힘없는 창의성에 찬탄한다. 그들의 미래를 담보해 줄 수 없는 사실이 미안하고 그래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노래해 준 영화에 감사한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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