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명의여명 Feb 14. 2023

자연이 모든 문제의 해답일 수도...

나이팅게일 (2013) - 필립 뮬





자연 속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 묵은 화를 풀고 화해하는 부자, 조금씩 벌어져 찢어질 뻔 한 관계를 회복하는 부부,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2013년에 만들어진 중국과 프랑스 합작 영화에는 가족영화의 공식 같은 요소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 완전히 잠기지 못하고 감동을 받으려다가도 순간순간 뒷 목을 잡혀 끌려 나오는 듯 한 기분이 드는 것은 아마도 그 모든 갈등이 너무나도 쉽게 해결되는 모습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담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였을까? 그 모든 이야기가 하나도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한 것 같은 영화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는 새가 살고 있는 새장은 문이 열려있다. 새와 함께 18년을 살아온 할아버지는 새와 함께 고향의 할머니에게 돌아가겠다 했던, 이제는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 4년 전 손녀 렌싱을 잃어버릴 뻔 한 일로 아들과는 사이가 틀어져 얘기도 하지 않는다. 렌싱의 엄마 아빠는 모두 일로 바쁘고, 렌싱도 바쁜 도시의 삶을 사는데 바쁘다. 어느 날 엄마 아빠의 일정이 꼬이고 렌싱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 렌싱은 고향을 방문하러 떠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길을 나서게 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시골로 갑자기 떠나게 된 렌싱은 갖은 꾀를 써서 할아버지를 괴롭히고, 할아버지와 렌싱은 길을 잘못들어 엉뚱한 곳을 헤매게 된다.







분명 불만으로 가득했던 렌싱의 마음을 돌려놓은 건 놀라움으로 가득했던 시골의 자연이었을 것이다. 처음 보는 물소와 갈색 털로 뒤덮인 애벌레의 모습은 아이패스와 아이폰, 위를 통해서는 볼 수 없었던 생생한 자극이었을 것이다. 할아버지와의 동굴 속 하룻밤은 모든 아이들이 상상하는 신나는 모험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렌싱은 할아버지와의 짧은 여행 중에 표정을 찾고, 인사하는 마음을 찾고, 배려심을 찾고, 친구를 만들었다. 그렇게 성장한 렌싱은 처음부터 놓지 않고 있던 아이패드를 할아버지를 위해 포기했다.



잠들지 않는 베이징의 밤은 계속해서 할아버지와 렌싱이 통과하는 시골마을, 그리고 숲 속의 모습과 대비되어 보여진다. 자기 전 부뚜막의 불을 조심해야 하는 시골마을. 그곳에서 렌싱은 너무나 자유롭다. 할아버지의 옛이야기를 듣고, 할머니와의 사랑이야기를 듣는다. 생각해 보니, 내 어릴 적 여름밤의 기억도 그리 다르지 않다. 풀벌레소리와 모기향, 수박을 잔뜩 먹고 탈이 나 차가워진 배를 쓸어주는 할머니의 주름지고 버석거리지만 따뜻한 손바닥식은 땀에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식혀주는 부채바람... 그 시간이 멈춘듯한 경험을 렌싱은 갖게 되었다. 고향으로 둘을 찾으러 온 충이와 할아버지가 화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자연 속 느려진 속도에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여유를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할아버지와 렌싱이 지나쳐온 마을마다 있었던 거대한 나무들을 생각한다. 천년인지 이천년인지 삼천년인지 모를 만큼 오래 살아온 나무들은 아이들의 놀이터다. 아이들 대여섯 쯤은 거뜬하게 올라타고 앉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가지는 굵고 튼튼하다. 켜켜이 쌓인 세월을 가득 품고 당당하게 마을을 굽어보며 서 있다. 그 나무를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자란 아이들은 나무를 어떤 마음으로 볼까? 1m도 안 되는 좁은 구멍에 몸을 구겨 넣고 자랄 만 하면 가지치기당하는 도시의 나무를 보며 자란 아이들과는 어떻게 다른 마음을 갖게 될까?



스르륵 혼자 풀려버린 모든 갈등구조가 영화를 느슨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자연 속에서 변화하는 렌싱의 모습과 아름다운 중국의 시골풍광, 그리고 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 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있었던 영화였다.







뜬금없는 덧글 1

드넓은 중국에서 가본 곳은 상해, 홍콩, 하이난.. 이렇게 세 곳 뿐이라 영화 속 아름다운 중국의 자연이 어디쯤의 모습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빨리 변화하고 있다고들 하는 중국이니, 지금쯤은 다 개발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안개 속 수묵화와 같은 산들과 초록이 가득한 대나무 숲, 아마도 꿈과 같은 시간이었을 동굴 속 하룻밤은 나도 영화 속에서 함께 걸어보고 싶었다.



뜬금없는 덧글 2

영화의 감독인 필립 뮬의 '버터플라이'라는 영화도 할아버지와 길을 떠난 옆집 꼬마의 이야기이다. 꼭 한 번 소개하고 싶었는데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너무나도 비슷한 스토리라인에, 이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사실 더 궁금해졌다. 프랑스와 중국의 합작영화, 중국의 자본이 얼마나 들어갔을까? 사실 중국의 영화를 하나라도 소개하고 싶어 열심히 찾다가 겨우 발견한 영화였다. 그런데 결국 이 영화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프랑스영화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갈림길 위 다른 길을 선택한 나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