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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명의여명 Aug 05. 2022

에서 '오지' 않았지만, 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 곳

리틀 포레스트 (2018) - 임순례


동명의 일본 영화를 먼저 보았다.

임순례 감독이 나서서 리메이크를 추진해 만들었다는 이 영화의 원작은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 이렇게 두 편의 영화이고, 이 모든 영화의 원작은 아쉽게도 아직 읽어보지 못한 이가라시 다이스케라는 작가의 만화 <리틀 포레스트>다. 임순례 감독이 만든 한국의 '리틀 포레스트'는 원작과 거의 동일한 스토리라인으로 진행된다. 배경이 한국으로 바뀌면서 달라진 것은 주인공이 만들어 먹는 음식의 종류. 두 나라의 기후환경과 토양이 달라 그 곳의 식생이 다르기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달라지는 밥상의 모양이다.

한국판 포스터 vs.  일본판 겨울/봄 포스터 vs. 일본판 여름/가을 포스터


간단히 스토리라고 하면 임용고시에 실패한  도시 생활을 뒤로 하고 작은 가게도 하나 없는 고향 미성리에 돌아온 혜원이 그 곳에서 한 해를 넘게 보내는 이야기이다. 고향에서의 생활에 다시 적응해 나가는 이야기 중간 중간에 그녀의 지난 이야기 - 어린 시절 아빠가 살아 계실 때의 이야기, 둘이 살다가 먼저 집을 떠난 엄마의 이야기, 혜원이 고향을 떠난 이야기, 도시에서의 생활 등 - 를 통해 관객은 그녀의 삶에 스며들게 된다. 아니… 스며든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혜원은 배가 고파서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말한다. 서울의 편의점 도시락과 컵밥으로는 채워지지 못한 허기는 미성리에서 한 해를 보내는 동안 넉넉하게 채워진다. 한 겨울엔 배추국, 수제비, 치자물과 시금치 즙을 내어 만든 삼색 시루떡과 막걸리로, 봄이 온 뒤엔 봄나물 파스타, 아까시 꽃과 쑥갓 튀김,달걀샌드위치와 감자빵, 한 여름의 오이 콩국과 수박 그리고 떨어지는 가을밤을 주워다 졸여 먹으면서 그녀의 허기는 조금씩 해소되는 것 같다. 혜원은 도시에서 찾아내지 못한 그 무언가를 한 해 고향에서 자연에서 난 음식을 지어 먹으면서 찾아낼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도시인들의 판타지이라 부르는데 이의를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산 아래 자리한 오래된 한옥집은 몇 년을 비워 두었어도 거미줄도 없이 멀쩡히 잘 서 있고 하룻 밤 방을 데울 나무는 거실 난로 아래 쌓여 있으며 심지어 냉장고 안에는 오래된 집된장이 있고 텃밭엔 쌓인 눈 아래에는 맛있는 겨울 배추도 잠자고 있다. 직접 농사지은 작물들과 채소로 밥을 지어먹고 심지 않은 곳에서 올라오는 토마토를 따서 태양과 흙의 내음을 느끼며 한 입 베어 무는 주인공을 보며 도시의 관객들은 부러워 하고 황홀해 한다. (현실의 이야기는 농부들에게 듣자. 집 마당 텃밭농사 따위를 하는 내가 농사를 업으로 하는이들의 현실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소로울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숲에 대한 영화라 소개하려는 이유는, 영화 속 주인공의 고향 속 자연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너그럽기 때문일 것이다.



봄에 만날 수 있는 각종 봄나물들, 따서 말린 뒤 시간을 두고 먹어야 하는 고사리, 시간 맞춰 심어야 하는 각종 작물들, 뜨거운 여름에 싸워야 하는 잡초들, 그리고 내 키보다 크게 자라는 옥수수. 어릴 적 들은 곰 나온다는 소리를 걱정해 가며 주워야 하는 가을 밤, 그리고 추수 직전에 내린 비에 스러진 볏단과 수확 전 떨어져 버린 사과들, 그리고 다시 맞이한 겨울이 깊어질 수록 단 맛이 들어가는 곶감까지.. 내여 주는 것들에 감사하고 즐기며 때론 가슴아파하는 혜원과 주변 사람들은 모두들 조금 더 자연에 한 발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다. 떠나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다시 돌아온 혜원에게 보이는 풍경. 그리하여 혜원은 떠나버린 엄마의 편지 속 이야기를 이해하게 된다.



사실 숲해설이라는 건 그렇게 누군가에게 그 만의 작은 숲을 찾아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 였다.




뜬금없는 덧글 1

원작 만화가가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를 만들면서 건 조건은 가능한 원작은 훼손하지 말고 혜원이 만드는 음식으로는 꼭 일식을 하나 넣어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들어간 음식이 오코노미야키. 딱히 어려운 음식이 아니라 영화 보고 난 뒤 맨 처음 해 먹은 음식이다. 소개된 음식 중 가상 하기 쉬운 음식이 일식이라니 만들어 먹으면서 조금 웃었던 기억이 있다.



뜬금없는 덧글 2

‘이것 읽지 않는 것은 네 자유지만 이걸 배달하지 않는 것은 내 자유가 아니란다. 우체부의 숙명이라는 거지

라는 말이 

‘때 맞춰 변화하는 자연을 느끼지 않는 것은 내 자유지만

때에 맞춰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낙엽이 지는 것은 내 자유가 아니란다.

나무의 숙명인거지

로 들렸다.

주어진 내 자유를 어떻게 써야할 지 생각해 보게 하는 대사였다.



뜬금없는 덧글 3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 일본이라는 다른 환경과 내 눈에는 김태리 보다는 덜 예뻐보이는 주인공 때문인지 오히려 덜 판타지스럽다. 영화 두 편으로 나와 있어 조금 더 느긋하게 진행되는 일본의 ‘리틀 포레스트’는 토호쿠 지방의 자연을 조금 더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키우던 오리를 잡아 먹는 것 같은 아름답지만은 않은 생명의 순환에 대한 내용도 조금은 들어있어서 생태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볼 만한 거리를 조금 더 던져주는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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