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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하나 Feb 12. 2024

그래요

그 모든 것에서 도망치는 나예요

파도는 그래요.

내가 저항해도 어쩔 도리없이 밀려와 나를 잠기게 하는 우울이예요.

내가 알아채지 못 하는 사이 덮쳐와 나를 절망하게 하는 무관심이예요.

내가 뒤돌아서도 온 몸을 젖게 하는 차가운 푸른색 비명이예요.

내가 돌아갈 곳이 없을 때 내 마지막 숨을 삼킬 공허예요.

내가 가진 마음이 전부 찢겨 너덜할 때 발끝부터 안아줄 안식이예요.


달은 그래요.

파도와 함께 내 뒤를 밟을 注視者예요.

떨어지는 목련꽃과 함께 내 발 아래 있을 理解者예요.

나비가 남기고 간 허물과 함께 가지 끝에 매달려 있을 被害者예요.

돌아가는 길에 어김없이 가로등 불과 함께 존재할 加害者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해 마지 않을 나의 上帝님이예요.


나비는 그래요.

끝없는 자기연민에 빠진 나,

눈물을 흘리고 분노를 삭히는 나,

어리광 피울 곳을 찾다 주저앉는 나,

교복을 찢어 불태우는 나,

온 마음을 긁어 흉터를 남기는 나,

기약없는 약속을 무심히 읊는 나,

라벤더 향을 맡으며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나,

발목을 붙잡혀 바닥을 기는 나,

그 모든 것에서 사랑을 찾는 나,

그 모든 것에서 도망치는 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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