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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반짝 Oct 26. 2020

170314 - 1

190414

 5시 조금 전에 나와 151번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러 가면서, 며칠 미뤄왔던 봄맞이 자전거 바람 넣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2차 진료는 6시에 예정이니 7시는 넘어야 집에 오시겠지 싶어 일찍 집에 가면 엄마아빠가 집에 오시기 전에 바람 넣을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겠다고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암센터 앞 정류장에 도착하니 6시였다. 그냥 나도 엄마 진료 받는 곳으로 가야겠다 싶었다. 진료 대기 장소에 도착하니 엄마께서 수업이 더 일찍 끝난 S가 와있다고 하셨다. 다만 화장실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엄마의 표정이 밝아서 엄청 심각하진 않구나 싶었다. 얼마 안되서 S가 돌아왔고 나는 엄마 옆에 앉아있다가 잠이 들었다. 아주 짧은 잠을 잤는데, 문득 깨어나니 엄마가 울고 계셨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은 손을 잡아드리는 것 밖에 없었다. 엄마는 곧 괜찮아지셨다. (2년이나 지난 지금 당시 글을 읽으며 새로 쓰고 있음에도 엄마의 손을 잡은 기억을 떠올리면 엄마손의 촉감과 크기, 따스함 혹은 차가움이 느껴진다. 약간만 손을 잡는 모양으로 만들면 실제로 손을 잡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6시 진료는 앞 사람 진료부터 조금씩 밀려 6시 30분이 되어서야 엄마의 차례가 되었다. 아빠는 잠깐 어디를 가셨고 나와 S만 함께 있었다. 전화를 드리니 아빠도 곧 오셨다. 온가족이 모여 진료실에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엄마가 우셨다. 아빠가 엄마의 왼편, S가 오른편, 나는 S 의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이 상황이 나에게는 와닿지가 않았다. 조용히 핸드폰으로 가족들의 뒷모습을 찍었다. 다른 사람은 봐도 모를 우리 가족의 슬픔을 기억하고 싶었다. 엄마는 다시 괜찮아지셨고, 진료를 보러 다같이 들어가기로 했다. 처음엔 S와 나는 밖에서 대기하기로 했었는데, S가 본인도 듣고싶다고 해서 온가족이 들어가기로 했다. S는 가끔 나보다 어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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