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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반짝 Oct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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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4

 엄마의 담당 의사분은 아빠 회사의 헬스케어 시스템에서 추천해준 분인데 아빠가 듣기로는 친절하시다고 하신다. 두달 전, 할아버지께서 암진단을 받으실 때의 담당 의사분은 불친절했고, 엄마는 그런 의사를 만나면 어쩌나 걱정하셨다. 나도 중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천식치료를 받으러 달에 한번은 꼭 외래진료를 받았다. 외래 진료의 경우 교수 의사 분은 가끔만 진료하고 보통은 레지던트 분들이 진료를 보곤했다. 교수 선생님께 진료 받는 것이 더 정확할 가능성이 높지만 나는 교수분 진료가 싫었다. 상대적으로 더 불친절하고 마치 아무 것도 아니란 듯 사무적으로 진료를 보는게 싫었다. 본인들의 스트레스를 숨기지 못했던걸까. 환한 웃음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는데...  엄마의 담당의사분은 친절한 분이라는 말에 친절하게 들으면 좋은 결과처럼 들릴 것 같은 기대를 품고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엄마의 병명은 폐암이었다. 세명 중 한명만 살아남는다는 무서운 암. 그런 무서운 병이 엄마에게 와 있었다. 폐에 만족하지 못하고 척추로, 뇌로, 림프절로 전이되었다고 한다. 폐암 4기였던 것이다. 척추의 전이 상태가 가장 안좋고 다른 곳은 그보다는 약한 수준이라고 하셨다. 한가지 희망적인건 등을 툭툭 두드렸을 때 아프지는 않으니 척추도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치료제의 경우 2주 뒤에 병리 검사 결과가 나오고 다시 이야기해봐야 알 수 있지만 표적 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희망을 갖고 싶었다. 가족들 모두 당시 엄마의 상태에 대해 희망의 끈을 매달 수 있는 고리를 찾고 있었다. 

 우리는 심각한데, 병원은 쉴틈없이 굴러가야하는지 설명 듣는 동안 담당 간호사분이 문을 활짝 열어대며 다음 환자 누구누구 준비하시라는 등의 소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덕분에 진료 내용을 듣는데 방해가 되고 짜증이 났다. 그게 최선이었을까. 


 우리의 현재 위치는 어디인가에 대한 희망적이고도 절망적인 설명이 끝나고, 비타민 주사 접종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진료실을 나왔다. 아빠는 엄마께 계속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고 계셨다. 사실 엄마말고 아빠도 힘드실텐데, 아빠껜 누가 좋은 이야기를 해주지...?


 엄마는 항암치료로 머리가 빠질까 걱정하셨고, 아빠는 표적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으니까 괜찮을거라고 하셨다. 계속 엄마를 안심시키고 계셨다. 병원을 나서는데, 엄마께서 아들들 둘이 와서 든든하다고 하셨다. 가여운 우리 엄마. 얼마나 무서우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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