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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반짝 Oct 28. 2020

170314 - 3

190425,201001

 병원을 나와서는 약을 타러 갔다. 시간이 늦어 많은 약국들이 문을 닫았고 한 곳을 겨우 찾았다. 진료시간보다 일찍 문을 닫는 약국들 이라니... 아빠와 나는 S와 엄마를 약국앞에 내려주고 주차를 하러갔다. 그 짧은 사이에 아빠는 담배를 피우고 오셨다. 우리 집의 유일한 흡연자가 이제 제발 담배를 끊으시길 바라지만 오늘은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곧 약을 타오신 엄마와 S를 차에 태우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엄마는 웃으시며 당신이 쏠테니 맛있는걸 먹자고 하셨다. 내가 한 20년 쯤 어렸다면 그 말을 듣고 신나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그 때 보단 조금 컸고, 식욕부진 증세를 보이시는 엄마를 생각하고는 신난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맛있는걸 먹는다고 좋아할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좀 더 신나는 모습을 보여드릴걸 그랬다. 엄마는 우릴 위해 당신의 슬픔을 잠시 덮고 그렇게 말하셨을텐데, 까짓거 나도 그렇게 웃어 드릴걸.


 K네 파스타가게에 가는 동안 엄마는 동료 보건 선생님의 얘기를 하셨다. 그 분은 응급실에 계셨던 습관 때문인지 항상 몸 상태를 기록하신다고 한다. 밥은 뭘 먹었는지, 생리는 언제했는지 등... 우리에게도 몸 잘 챙기라고 하셨다. 그 땐 그런 얘길 들어도 와닿지가 않았다. 

 K네 가게에 도착하니 한팀 있던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곧 나갔다. 지금은 배달 장사가 잘되서 항상 바쁘지만 우리가 갔을 땐 걱정될 정도로 한적했다. 하지만 그 날은 우리 뿐이어서 좋았다. S가 요새 교양 과목으로 댄스스포츠를 듣는데, 자이브를 배웠다며 거대한 몸으로 사뿐사뿐 춤을 췄으나 어딘가 어색했고 엄마의 가르침이 필요해보였다. 몸이 힘드시면서도 직접 일어서서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역시 엄마는 춤출 때 행복해보이신다. 

 이 날의 자이브 강습은 동영상으로도 찍어두어서 생각날 때 마다 보곤 한다. 그날과 비슷한 조명을 보거나 친구네 가게를 다시 갈 때마다 자동재생 되는 기분이다. 


 밥을 먹는 도중에 아빠가 담배를 피우고 오셨다. 엄마는 "당신 정말 끊어야 해, 아직 정신 못 차렸네" 라고 말씀하셨다. 웃음과 함께였지만 아마 꽤나 쓴소리를 하시고 싶으셨을 것 같다. 나는 흡연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스트레스의 해소를 위해 담배를 태우고 싶어진다는게 조금 무섭다. 나도 아빠께 끊어야 한다고 강하게 말씀드리고 싶지만 아빠를 위한 나의 말이 다시 스트레스가 되어 아빠에게 갈까봐 말을 못 하겠다. 

 병원에서 엄마와 함께 대기할 때 아빠가 안계신 틈을 타 말씀하시길, 아빠가 걱정되는데 아빠는 자꾸 검사를 안받으시려 한다고 하셨다. 아마 아빠는 겁이나서 검사를 받지 않는 것이실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안좋은 결과라면 우리 가족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빠를 제외한 가족들은 경제적으로 힘든 것보다 아빠의 건강이 중요한데 아빠는 당신이라도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신다. 서로 바라보는 방향은 같은데 닿고자 하는 방법이 다르다.

 

 돌아오는 길에 과일을 사서 돌아왔다. 여느 때와 같은 모습이다. 우리 가족들은 아직 웃음을 들고있다. 속으로는 다들 슬프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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