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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반짝 Oct 29. 2020

170314 - 4

201002

집에 가족들을 내려주고 KH에게 바람 넣는 것을 빌려왔다. 아까 밥을 다 먹어갈즈음, 난 속으로 바람 언제 넣어야 할지 고민을 했다. 이 와중에 자전거 바퀴에 바람 넣는 고민이라니 나도 참 이상하다.


 돌아와서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고 며칠전 맡긴 바지 수선이 완료되었다는 연락이 오기 전까지 거실에서 TV를 보았다. TV 보는 우리집의 모습은 평상시와 차이가 없다. 아빠는 거실에 계시고 나와 동생은 방에 있다가 잠깐씩 거실에 나와 오며가며 TV를 본다. 엄마는 세탁기에 빨래를 넣으시려다 우리에게 빨래거리가 더 없는지 물어보시고 내일 공강인 수민이에게 잊지말고 빨래를 널어달라 하셨다. 낮에 있던 충격적인 일은 잠깐 졸다 마주했던 악몽처럼 잊혀져버렸다. 허겁지겁 잠에서 깨어나 식은땀을 닦아내고 현실임을 깨닫게 해 줄 토템을 확인했을 때 모든게 꿈이었다고 안도하면 좋겠다. 현실에선 아빠가 보시던 영화 피고인이 끝났다. 엄마는 주무시러 안방에 들어가시고, 아빠는 영화 스노든을 트셨다. 그리고 난 수선한 바지를 찾으러 나섰다.


 집에 돌아오니 모두들 잠이 들었다. 엄마만 빼고. 혼자 잠 못들고 계시는 엄마를 보니 마음이 꾹꾹 아려왔다. 엄마를 안아드리고 뽀뽀도 해드렸다. 엄마는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셨다. 가족들한테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시려고 당신이 가장 힘든 상황에서 눈물을 참고 참으셨나보다. 그리고 모두가 잠든 밤에 조용히 눈물을 흘려보내셨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

 엄마가 나에게만 눈물을 보이시는 모습을 보니 군대있을 때가 떠올랐다. 저녁마다 여자친구와 가족들에게 짧게라도 꼭 전화를 했었는데, 어느날 통화중에 엄마가 갑자기 우셨다. 내가 보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내가 없어서 빈자리를 크게 느끼셨던 것 같다. 그 때도 지금처럼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무얼 해야할지 모르고 걱정만 했다. 오늘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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