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
사용하던 자동 카메라가 아닌 수동으로 초점을 잡는 카메라를 사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카메라를 찾아보았다. 카메라의 판단에 맡기는 자동카메라가 아닌 수동 카메라를 구입하여 엄마의 모습을 많이 남겨두고 싶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의 존재를 위협하는 시대에 난 왜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고자 했을까. 얇은 필름위에 영원히 기록하고 싶은걸까. 카메라는 올림푸스 OM-4를 사기로 했다. 무엇보다 1.4의 밝은 렌즈가 있어서 엄마의 모습을 많이 남길 수 있겠다.
하루라도 빨리 사서 조금이라도 많이 엄마를 담고 싶은데 수중에 여윳돈이 없었다. H에게 연락 했는데 바쁜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기다리면 연락이 곧 올텐데 괜시리 맘이 급해져 M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갑자기 돈을 빌려달라 말하기 민망해서 찍어둔 필름 현상은 맡겼냐며 시덥잖은 소리만 하다 끊었다.
H에게 뒤늦게 연락이 왔다. 돈을 빌려달라 했을 때 아무말 없이 빌려주겠다고 했다. 계좌 번호를 보내주려는데 H가 괜챦냐고 물어봤다. 괜찮다 말하려다 상황을 털어놓게 되었다. H는 자기가 다 슬프다고 말했다. 표정이 보이지 않아도 수화기 너머로 함께 슬퍼해주는 H의 모습이 그려졌다.
막상 돈을 빌리고 나니 모른척하고 있던 의문이 떠올랐다. 나는 왜 굳이 카메라를 수동으로 바꿔가면서까지 엄마의 모습을 담으려 할까. 마음 속 한켠에는 엄마의 날이 얼마 안남았다 생각한걸까. 자전거 바람을 넣으려는 나와 카메라를 바꾸려는 나 사이에서 조금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