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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반짝 Nov 02. 2020

170315 - 2

201006, 201009

 늘 쉬던 곳에서 멈춰섰다. 가장 먼저 쉬는 곳은 중랑천을 따라가다 만나는, 한양대 뒷쪽의 운동장 수돗가. 메신저를 확인하니 Y에게서 일어났다는 연락이 와있었다. Y의 어머니께서도 병을 앓으셨던 때가 있었기에 그 때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러나 금방 다시 잠들어버렸는지 답장이 오질 않았다.


 혼자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눈물이 흘렀다. 눈물과 함께 콧물도 나고, 한적한 대낮의 쉼터에서 흑흑 거리며 울었다. 왜 하필 우리 엄마일까. 4기는 1년도 못 살 수도 있다고 했다. 엄마는 그보다 오래 사실거라고 다짐을 해도 엄마와 나와의 시간이 생각해왔던 것보다 훨씬 적게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소원대로 정년도 채우셔야 하고 내가 보내드리는 유럽 여행도 가시고, 내 결혼, 손자도 보셔야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엄마보다 건강하신데... 도대체 왜일까.


 엄마가 아프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마치 맞지 않는 구멍에 구멍보다 큰 것을 우겨 넣으려고 하는 모습같다. 구멍은 구멍대로 망가지고 넣으려하는 것은 그거대로 망가지는 모습. 

 눈물을 그치고 다시 학교로 향한다. 가족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S가 오랫만에 가족사진을 찍자는 얘길 꺼냈다. 나는 예전에 비해 살찐 내 모습이 싫어서 나중에 찍자했는데 안되겠다. 더 늦으면 찍을 기회조차 사라질까봐 초조하다. 스냅 사진 찍는 친구에게 문의를 넣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는데 옆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강물에 반사되는 빛무리, 간간히 보이는 크지 않고 아직 앙상한 나무들. 평소였다면 자주 멈춰서 사진을 찍었겠지만 오늘은 멈추지 않았다. 찍고싶지 않았다. 아름다운 것들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학교에 도착해서 수업을 듣는데 집중이 잘 안됐다. 순간 순간 멍했다. 카약을 타고 잔잔한 물 위에 있는데 정신을 차릴 때마다 가라앉고 있는걸 깨닫는다. 내가 타고 있는 카약은 구멍이 나있다.


  1시간짜리 수업만 있는 날이라 다행이다. 이번 학기를 잘 마칠 수 있을까. 휴학하고 싶다.

 수업 끝나고 Y 와 이야기하는데 Y가 울었다. 나도 울고 싶었는데 같이 울기 싫어서, 내가 울면 더 울까봐 겨우 참았다. 그 뒤로도 계속 멍했다. 멍하니 있다가 그런 날 보는 Y의 시선이 느껴져셔 정신 차려보면 조금 민망했다. 난 누가 날 걱정하는게 불편하다. 내 걱정말고 내가 힘들다 할 때만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엄마랑 잠깐 통화하는데, 마지막에 엄마가 울컥하신 것 같았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 것 같다. 이럴 땐 전화를 끊는게 힘이 든다. 마음이 쿡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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