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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반짝 Nov 05. 2020

170319

201013

아침에 할머니께 전화가 왔다. 아빠가 전화를 안 받으셔서 나에게 거셨다고 하셨따. 할머니와의 통화에는 할아버지가 아프시다는 내용이 오간듯 하다. 아빠가 많이 힘들어 보이신다. 요즘의 아빠는 얼마나 힘드실까.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과제를 하러 학교에 가는 중에 가족 단톡방의 알람이 울렸다.아빠는 다들 어디냐 물으셨다. 나는 11시에 학교에서 출발할거라 말했다. 

 학교에 도착하니 수민이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아빠께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면서, 아빠가 전화로 화를 내셨다고 한다. 왜 늦게 오냐고 성을 내셨다고 한다. 놀란 마음에 전화를 해보니 아빠는 살짝 과음을 하셨다. 아빠가 이유 없이 과음 하시는 분이 아닌데... 당신께 닥친 일들이 견디기 힘드셔서 외롭다고 느끼신 것 같다. 같이 과제를 하던 Y에게 양해를 구하고 곧장 집으로 왔다.


 집에 오니 아빠는 거실에서 주무시고 엄마는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고 계셨다. 주방에선 고기 삶는 냄새가 났다. 빨래를 함께 널면서 아빠가 과음하셧는지 여쭈었다. 1병 정도 드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갑자기 아빠한테 잘해드리라 하셨다. 엄마의 목소리가 평소같지 않아서 바라보니 울고 계셨다. 엄마는 당신과 할아버지 두 분 다 아프셔서 아빠가 너무나 힘들거라 하셨다. "엄마가 미안해" 라고 하시며 우셨다. 엄마가 미안해 하시지 않으면 좋겠다. 엄마 잘못은 없다. 나도 울컥했는데, 엄마부터 위로해드렸다. 그리고 마침 빨래를 다 널어서 나는 화장실로 도망갔다.


 엄마께 아프지 말자 말고 건강해지는 것을 생각하자 했다. 엄마가 "미안해. 사랑해" 라고 하실 때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나도" 라고 말하지 못 할뻔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는데 엄마는 알아차리셨을거다. 


 슬픈 밤이다. 당장은 길게 느껴져도 아침이 곧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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