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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반짝 Nov 09. 2020

170321

201016

 설계 수업 전, 아빠께 전화가 왔다. 일본에 좋은 치료 방법이 있다고 하시면서 에이전시(브로커?) 같은 업체를 통해 치료를 받으러가신다고 하셨다. 병원과 연결해주는 업체에서 통역을 제공해주긴 할텐데 혹시 모르니 주변에 일일알바 처럼 통역을 도와줄 사람이 없냐고 물어보셨다. 주변의 일본어 능력자들 중에 될 것 같은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당일치기이긴 하지만 갑작스러운 도쿄행이 가능한 사람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업체의 통역을 믿고 다녀오는 방법 밖에는 없겠다 싶었다.

 생각해보니 일본에 살고 있는 친구가 한명 있긴 했다. 마침 지역도 병원이 있는 도쿄였다. 다만 고등학교 졸업 후엔 연락도 안했고 찾아보니 졸업 후 일본에 가면서 메신저 아이디도 사라져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랫만에 페이스북에 접속해서 메시지를 보냈다. 너무 오랫만에 로그인해서 비밀번호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 였다. 시대가 조금 변했고, 페이스북 사용자가 점점 줄어서, 그 친구도 이젠 안하겠지 싶었다. 메시지를 보내도 치료 일정 전에는 연락이 안될거라 생각했다. 의외로 답장이 빨리왔다. 카카오톡 아이디를 물어 본  뒤 메신저를 옮겨 얘기를 했다.  O는 몇년 만에 연락한 나를 '브로'라고 불러주었다. 사정을 들은 O는 기꺼이 자기가 해주겠다며 자신의 연차까지 써가며 통역을 자처했다. 이렇게 좋은 사람이라니... 잊지않고 두고두고 갚아주고 싶다.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난 엄마,아빠가 일본에 다녀오신데서 치료차 가셔도 간단히 관광을 하고 오시면 좋겠다 생각했다. 두 분이 함께 해외에 가시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오랫만의 해외 여행이 치료차 여행이라니. 아파야만 함께 여행을 간다니. 힘들게 살아오신 삶이 부모님 당신들을 위한 삶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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