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녹색반짝 Nov 16. 2020

170330

201020

 첫 번째 수능을 보고나서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 집에서 게임만 하며 지냈다. 폐인 같은 생활이어도 터치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조금 쓸모있는 폐인이 되고자 했다. 모두가 밖으로 나간 시간에 일어나서 게임을 하다가 1시쯤 되면 하던걸 잠시 멈췄다. 그리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까지 마친 뒤 다시 게임에 빠져들었다. 퇴근하신 엄마는 아들이 하루종일 게임하고 밤새 또 게임하는 것에 작은 못마땅함을 가지시다가도 집안일이 다 되어 있는 것을 보며 가끔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하셨던 것 같다. 가끔 놈팽이처럼 집에만 있지말고 나가서 친구도 만나고 하라고 하셨는데, 퇴근하고는 아주 편하다고 하신걸 보면. 

 그 땐 집안일 하는 것이 즐거웠다. 설거지나 빨래 같이 멍하니 반복할 수 있는 작업을 하면 마음이 편해졌던 것 같다. 아마 당시의 즐거움은 한가함에서 오는 것이었다.

 요즈음의 집안일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학교에 다니는 상황에서 집안일을 하는 것은 다른데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집안일에 써야 한다. 집안일을 하기 위해 다른 목적의 시간을 끌어오려면 자는 시간, 밥먹을 시간, 과제할 시간등의 꼭 필요한 제외한 시간을 끌어와야 한다. 말을 복잡하게 했지만, 포기할 것이 생긴다는 얘기다. 나는 잠깐 이렇게 집안일을 돕는 것으로도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아쉬운데, 엄마는 살아오시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시고 집안일 하는데 시간을 쓰셨을까. 엄마가 포기한 시간을 다른 가족들이 조금씩 나눴으면 엄마의 인생이 조금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작가의 이전글 17032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