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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반짝 Nov 16. 2020

170402

201022

 편백나무에서 나오는 성분이 암에 좋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편백나무 숲도 서울을 벗어나야만 갈 수 있다. 우리 집에서 가려면 적어도 한시간 이상을 가야 한다. 차라리 집에 편백나무를 갖다 놓으면 숲에 가는 것만큼은 아니어도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몇그루를 주문했고 오늘 도착했다. 물 잘 먹고 빛 잘받아서 피톤치드를 한껏 뿜어내주길 바래본다.

 엄마는 암 진단 받은 사실을 외할머니께 비밀로 했다. 요즘 같이 둘만 낳아도 많다 느끼는 시대와 달리 할머니의 시대는 순풍순풍의 시대였다. 그 중 가장 아끼는 딸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되신다면, 당신의 목숨과 바꿔서라도 낫게하시려고 할 분. 내가 아는 외할머니는 그런 분이다. 내가 느끼기에도 그런데 엄마가 느끼기엔 오죽하실까. 외할머니께서 아직은 모르시는게 낫다고 생각하셨나보다. 


 다만 친할머니는 엄마의 아픔을 알게 되셨다고 한다. 언제까지 숨길 수만은 없었겠지만 지금 알게된 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다. 이런 얘기를 친한 동료선생님과 통화하며 털어놓으셨다. 방에서 통화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조금씩 떨리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흐느낌이 들리기 시작한다. 조용한 거실에서 그걸 듣고있는 나는, 엄마가 털어놓으시고 눈물 흘릴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내 앞에선 보이기 싫은 우는 모습을 털어버리신 걸지도 모르겠다. 누구 앞에서라도 좋으니 엄마가 눈물을 흘려보내실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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