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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반짝 Nov 18. 2020

170404

201026,201027

  S가 엄마아빠를 위한 공연을 기획한다고 한다. 나도 함께 하려고 노래를 골라보기로 했다. 아마 개인곡 1곡과 함께 부르는 1곡 정도가 나에게 할당될 것 같다. 장소나 시간은 S가 찾아보겠다고 한다. 나는 나대로 내 파트를 준비하면 될 것 같다.  

 설계 수업을 마치고 Y와 함께 노래방에 갔다. 몇가지 골라 놓긴 했는데 불러봐야 적당한지 알 것 같았다. 이것저것 불러보며 목을 풀고난 뒤 박효신의 '1991년 찬 바람이 불던 밤' 을 불렀다. 마침 나도 91년 생이고 가사가 엄마께 '내가 다시 태어나도 자랑스런 나의 엄마가 되줘요' 라고 말하는 내용이라 적절할 것 같았다. 예전에 많이 들었던 노래라 잘 부를 수 있겠다 싶었는데 부르다 보니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 때와 상황이 바뀌어서 그런가, 슬퍼서 노래를 할 수가 없었다. 저녁에 다시 들어보려고 녹음 중이었는데 녹음에 흐느낌이 들어간건 아닌가 싶었다. 마침 중간에 전화가 왔는지 녹음이 끊겨 있었다. 

 다음 노래는 그냥 이별을 주제로 한 노래를 불렀다. 지금 상황과 관계 없는 노래를 불렀더니 감정이 추스려진 것 같아서 다시 불러봐도 괜찮겠다 싶었다. 생각했던 인순이의 '아버지'를 선곡했다. 그러나 이건 이거대로 또 중간에 멈춰야 했다. 지금은 엄마를 생각해도, 아빠를 생각해도 슬퍼지는 상황인가 보다. 참고 불러보려 했는데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없이 나를 쳐다보는 Y를 보니 울음이 터져나왔다. 

노래는 고르지 못 했다.




 엄마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외할머니와 통화 중이셨던 것 같은데. 엄마는 계속 괜찮다고, 하지말라고 하신다. 할머니는 엄마가 어떻게 얼마나 아픈지 모르시고 끊임없이 엄마를 위한 무언가를 하신다. 할머니 입장에서는 이게 딸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찌 그냥 지나치나 생각하시는 것 같다. 당사자가 괜찮다해도 막무가내이다. 딸 사랑을 원동력으로 삼는 할머니의 열정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심지어 딸도 못 막는다. 엄마는 할머니가 당당신을 위한답시고 무리하는게 싫다고 하신다.

 바라보는 난 할 수 있는게 없다. 엄마가 못 보일 모습을 보여줘서 미안하다 하셨다. 미안할 것없는데.... 엄마를 안아드리는데, 엄마 얼굴이 닿은 부분이 따뜻해졌다가 이내 축축해지고 차가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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